[기고] 동물병원 격전지 분석―빅데이터로 보는 개원 현황과 트렌드:양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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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졸업 후 희망 진로에서 소동물 임상 선호 현상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http://www.dailyvet.co.kr/news/college/123757).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동물병원 포화 현상에 대한 논의 역시 임상수의사 사회 내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에 근거해 국내 동물병원 개원 현황에 대한 논의나 정밀한 분석이 실시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지리정보(GIS)데이터,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통계청 국가통계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동물병원 개원 현황과 트렌드에 대한 고찰 및 시각화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존 통계자료의 한계

농림축산식품부, 지방행정기관, 대한수의사회 등 여러 기관에서 동물병원과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민간에 공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데이터들은 지역별로 형식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전국 단위 동일 기준 분석이 불가능하거나, 실질적인 판단자료로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수준의 데이터(예를 들면 시도/시군구 수준의 연도별 개·폐업 수)인 경우가 많다.

특화진료 동물병원 등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소동물 임상 동물병원은 읍면동 수준의 지역사회를 토대로 수의진료업을 영위하며 근거리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잠재적인 내원객으로 본다. 따라서 기존 자료들의 추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동물병원의 주소지가 아닌 GIS상 위치정보(좌표)와 읍면동 수준의 행정구역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사용 데이터 및 분석방식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 개방플랫폼 (http://www.localdata.kr/main.do)에서 동물병원의 위치정보, 인허가 일자, 영업상태 등 현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KOSIS(국가통계포털) API를 통해 주제별/기관별 국가통계, 통계지리정보서비스를 통해 행정동 경계 파일 등을 제공하고 있어 해당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행정동 경계 지도(좌측)와 동물병원의 분포도(우측)

분석방식은 동물병원 신규 개원 지역으로 주로 고려되는 세부지역(서울, 경기, 부산)별로

1. 행정구역 경계로부터 1km 반경 내 동물병원의 수

2. 행정구역 경계로부터 1km 반경 내 개원 3년 차 이하 동물병원의 수

데이터를 추출하고 시각화했다.

행정적인 필요에 따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지에서는 행정동이 매우 작은 면적으로 분할되기도 하고 지방에서는 매우 넓은 공간이 하나의 읍 혹은 면으로 구획되기도 한다. 따라서 동물병원에 대한 보호자의 현실적인 접근성을 고려하기 위해 단순히 개별 읍면동과 동물병원의 위치정보를 조합하지 않고 일정한 크기의 공간(여기서는 반경 약 1km)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또한, 인허가 일자 기준 개원 3년 이내 동물병원을 별도로 그룹화한 것은 업력이 긴 동물병원이 밀집한 지역과 비교적 최근 개원입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지역을 구분해 비교 분석하기 위함이다.

분석 결과 및 시각화

행정동 경계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 동물병원이 가장 많은 지역 (서울)

서울의 동물병원 접근성 히트맵(좌측) 및 신규 개원 동물병원 접근성 히트맵(우측)

잘 알려진 대로 강남구 일대에 서울에서 가장 많은 동물병원이 밀집해 있으며, 행정동 기준으로 가장 다수의 동물병원에 접근 가능한 지역은 강남구 역삼1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차 이하 신규 개원 동물병원 역시 강남구에 집중되어 있으나, 강남역을 중심으로 신규 개원 동물병원은 기존 병원이 밀집한 역삼동보다는 논현동과 압구정동 일대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논현이나 압구정 못지않게 신규 개원이 많았던 격전지는 양천구 목5동과 중구 신당동, 송파구 삼전동 일대였다. 전통적인 동물병원 밀집 지역이 아님에도 개원이 활발하게 이뤄진 지역으로 서울시 노원구 상계10동 일대도 꼽혔다.

행정동 경계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 동물병원이 가장 많은 지역 (경기)

경기의 동물병원 접근성 히트맵(좌측) 및 신규 개원 동물병원 접근성 히트맵(우측)

경기도의 경우 기존 개원입지로 선호되는 지역과 신규 개원지로 선호되는 지역의 편차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행정동 기준 가장 다수의 동물병원에 접근 가능한 지역은 부천시 신중동 및 중동 일대로 나타난 반면, 3년 차 이하 신규 개원 동물병원이 밀집한 지역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및 수내동 일대, 경기 광주시 송정동, 경기 오산시 신장동 및 남촌동 일대로 나타났다.

행정동 경계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 동물병원이 가장 많은 지역 (부산)

부산의 동물병원 접근성 히트맵(좌측) 및 신규 개원 동물병원 접근성 히트맵(우측)

부산의 경우 기존의 동물병원은 동래 권역(연제구와 동래구)에 밀집한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개원한 동물병원일수록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 동부산 권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결론

상기 분석 결과 및 시각화 자료와 같이, 행정데이터 및 지리정보데이터를 적절히 결합하면 국내 동물병원의 지역적 분포와 개원 현황을 분석할 수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미 세간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와 같이 수도권 및 주요 도시의 전통적인 개원입지는 거의 포화상태에 가까우며, 지역별로 신규 개원입지로서 떠오르는 지역이 따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래에 행정구역별 인구수나 부동산 실거래가 등 연계 가능한 데이터를 동물병원 지리정보데이터와 결합해 분석 결과를 좀 더 발전시킨다면, 동물병원 개원과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원 수가 적은(저평가된) 지역 발굴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탐색적인 데이터 분석과 지역별 개원 트렌드 시각화에 중점을 두고 분석을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행정안전부 및 통계청 등 데이터를 제공하는 행정 기관에서는 각 기관의 관리기준에 따라 일정한 주기로 데이터를 현행화하고 있기 때문에 현시점 동물병원 개원 현황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동 단위의 행정구역은 끊임없이 그 경계가 변화하며 법정동과 행정동으로 구분되는데, 여기서는 2020년 1월 통계청 공시 기준 행정동과 그 고유코드를 사용했으므로 통용되는 지역 구분과 분석상의 지역 구분이 약간 다를 수 있다는 점 독자분들께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기고] 동물병원 격전지 분석―빅데이터로 보는 개원 현황과 트렌드:양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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