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인물사전 110. 홍병욱(洪炳旭, 1919~1986). 도쿄고등수의학교(니혼대학 수의축산학부) 졸업, 만주국립용정의과대학 졸업, 간도성 완청현립병원 내과 과장, 도립신천병원 내과 의사, 중앙가축위생연구소 근무, 서울대학교 수의내과학 교수, 서울대 수의대 초대 부속가축병원장, 서울대 수원캠퍼스 학생·교직원 진료 전담 의사
본관은 남양(南陽)이며, 1919년 1월 4일 황해도 신천군 신천읍 무정리에서 홍성범의 장남으로 출생하였다. 부친은 신천군 일대의 대농토호였다.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1932. 4. 3.~1937. 3. 4.)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도쿄고등수의학교(현 니혼대학 수의축산학부)를 졸업(1937. 4. 12.~1940. 3. 22.)하였다.
졸업 후 귀국하여 부친의 뜻에 따라 만주국립용정의과대학(1941. 4. 25.~1943. 3. 25.)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하였다. 만주 간도성 완청현립병원(1943. 4. 1.~1945. 8. 15.)에서 내과 과장으로 활동하였으며, 해방 후 귀향하여 1946년 1월 15일부터 황해도 도립신천병원에서 내과 의사로 근무하였다.
1948년 10월 월남하여 중앙가축위생연구소(미 군정 시대의 기관에 정부 수립 후 ‘중앙’이란 명칭을 붙여 사용하였음)에서 근무(1948. 10. 30.~1949. 5.30.)하였다.
1949년 4월 8일부터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수의학부 강사로 출강하던 중 같은 해 6월 1일 조교수로 임용되어 수의내과학을 담당하였으며, 부교수(1956. 1. 20.~1958. 10. 22.)를 거쳐 1958년 10월 23일 교수로 승진하였다. 24년간 재직하였으며, 수의과대학 초대 부속가축병원장(1954. 2. 10.~1965. 5. 11.)을 역임하면서 초창기 부속가축병원 진료 운영 체제 및 임상 교육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많은 공헌을 하였다.
특이한 점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연구위원회로부터 당시로는 거금에 해당하는 287,750환의 연구비를 수령하여 “Leptospira canicola에 관한 연구”를 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수의과대학 교수에게 지원한 최초의 연구비였다. 또한, 수의내과학교실 최초의 풀타임(full time) 대학원생으로서 석사학위 논문 「牛, 豚 및 白鼠의 血中 Ca, Mg, inorg. P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김대은(金大恩)의 학위도 지도하는 등 초창기의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수의학 연구와 교육에 정진하였다.
담당 강좌는 수의내과학으로 96페이지의 철필 인쇄교재 소화기편 저술서는 질환명, 처방 등이 주로 독일어 표기로, 하노버 수의대 구스타프 로젠베르거(Gustav Rosenberger) 교수진과 일본 대학의 교재들을 참고한 수준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신장 166㎝에 체중 96㎏의 전형적인 조선 양반 선비 풍모로 출중한 품위의 장로(長老)였다.
연건동 수의대 캠퍼스 내 구 경의전 건물에 설치된 탁구장에 거의 매일 오후 3시경에 와서 약 1시간 동안 학생들과 열심히 운동을 하며 격의 없는 담소로 대화를 나누던 원로 교수로 인기가 높았다. 강의할 때에는 그 육중한 몸을 크게 움직이며 온몸으로 강의하는 육탄성의 열정적인 모습이 아직도 제자들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있다.
수원 농학 캠퍼스 내 농·수의대 학생과 교직원 가족의 진료 전담 의사 직무를 겸하였는데, 교직원 가족들이 그의 인자한 얼굴을 대하면 병이 저절로 낫는듯하다는 호평을 할 정도로 자상하였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타이를 때에는 마치 자신이 저지른 일인 양 두 손을 마주 잡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소곤소곤 조언을 하여 학생들을 감동시켰던 높은 인격자이자 교육자로서 존경받는 대학자였다.
1972년 4월 20일 교수직을 의원면직하고 경기도 내 보건소장으로 재직하다가 1984년에 자녀들이 살고 있는 미국 시카고로 이주하였다. 1986년 4월 20일 시카고의 장남 집에서 영면하였다. 부인 강순원(姜順姬)과 슬하에 2남(해선, 해광) 2녀(해자, 해숙)를 두었다. 평소 서울 노량진 제일장로교회의 수석장로로 많은 활동을 주관했던 그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복포리 노량진 제일장로교회 기도원 내 노량진 동산 장로묘역에 안장되었다. 글쓴이_한홍율
*이 글은 한국 수의학 100여년 역사 속에서 수의학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들의 업적을 총망라한 ‘한국수의인물사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사학연구회(회장 신광순)가 2017년 12월 펴낸 ‘한국수의인물사전’은 국내 인사 100여명과 외국 인사 8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양일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편찬위원들의 허락을 받고, 한국수의인물사전의 인물들을 한 명 씩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