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극심한 스트레스로 동물병원에서 쓰러졌다면

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관련된 법적 이슈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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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관련된 법적 이슈③>

업무상 재해와 스트레스 간의 인과관계 판단에 관하여

변호사·수의사 김성철

지난 기고문(보러가기)에서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던 동물보건사가 육체적·정신적 과로로 인하여 퇴근 후에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사례를 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서 말하는 ‘업무상 재해’ 중 ‘업무상 질병’ 및 그러한 질병과 업무 간의 인과관계 등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지난 기고문에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뇌출혈로 인한 사망과 같은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산재보상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인과관계에 대한 인정 여부가 사실상 산재보상청구와 관련된 분쟁에서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근로자가 육체적·정신적 과로와 같이 나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원인(가령 사고 당시 근로자의 과도한 근무시간)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업무상 스트레스와 같이 정량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하여 업무상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다수 발생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 발생으로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사망한 실제 사례를 가지고 업무상 재해와 스트레스 간의 인과관계 판단에 관한 법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   *   *

A씨는 친언니인 B원장이 OO시에서 D동물병원을 개업하자 B원장을 도와 D동물병원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개업 당시에는 B원장과 A씨, 미용실장 1명 등 총 3명으로 D동물병원이 운영되어 근무환경이 다소 열악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동물병원이 확장되고 수의사 1명과 미용사 1명을 더 채용하면서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A씨는 D동물병원에서 행정업무, 진료 및 수술보조 업무, 방문자상담, 매장관리 등 병원 운영을 위한 여러 가지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A씨의 근무시간은 9:30부터 19:00까지였고,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했습니다. 게다가 평상시 30분 내지 1시간 정도의 연장근무를 하였고, 월 10회 정도 야간 응급진료 시 진료보조까지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A씨는 재해 발생일에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동물병원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퇴근 전 D동물병원 사무실에서 원장인 B씨와 친하게 지내던 거래처 C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한 달 전에 주문했던 애견 껌을 지금 찾으러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C사장이 “한 달 전 주문하고 여태 찾아가지 않은 물건이 아직 남아 있겠느냐”며 핀잔을 주자, A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무언가 말을 하면서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를 본 A씨의 언니 B원장이 A씨에게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느냐”고 묻자, A씨는 B원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예전부터 C사장으로부터 업무상 자주 무시당하는 말을 들어 너무 힘들었지만 언니와 C사장과의 관계 때문에 화를 억누르고 참아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B원장은 일단 A씨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개수대에 가서 세수하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A씨가 세수하러 간 사이에 C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게 되었는데, C사장은 ‘방금 A씨와 전화통화를 하던 중 A씨가 목소리를 떨면서 언짢게 전화를 끊었는데 A씨의 상태가 괜찮느냐’는 취지로 물었습니다. B원장은 C사장에게 “A씨가 울고 있으니 확인한 후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그 후 A씨는 세수하고 돌아와서 B원장에게 재차 C씨와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 말하던 중 갑자기 ‘억’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졌습니다.

그 즉시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에 사망하였습니다.

 

이에 A씨의 부친인 원고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공단은 A씨의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거부처분을 했고, 원고는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   *   *   *

법원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되는 다수의 사건에서 대법원이 확립한 판단기준(대법원 2007.4.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판단기준에 따르면, 산재보험법상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합니다.

다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입증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실무상으로 법원은 상기의 대법원 판례에 근거하여 ㉠ 업무상 재해 발생 전 근로자의 평소 건강상태, 기왕증 등의 병력(病歷), ㉡ 근로자의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업무내용 및 업무시간의 급격한 변화 등 육체적·정신적 과로 여부, ㉢ 업무상 스트레스가 근로자의 업무에 내재된 통상적인 범위 내인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재해(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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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A씨의 사건에 대해서도 상기 대법원이 제시한 업무와 재해 간의 인과관계 판단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우선 A씨가 사망 전에 받은 건강검진결과에서 ‘검사결과 이상 없음’으로 나왔던 점,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도 특별한 질환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없는 등 건강에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점, A씨가 월 1~2회에 소주 한 병 정도의 음주를 하였고, 담배는 피우지 않았으며, 헬스정기권을 끊어 주 1~2회 정도 운동을 하였다는 점, 뇌질환 등 특이 질환에 대한 가족력도 없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보아 업무상 재해 발생 전 A씨의 평소 건강상태는 양호하였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재해 발생 당시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업무내용 및 업무시간의 급격한 변화 등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있다는 사정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A씨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A씨는 오랫동안 C사장으로부터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C사장에게 또다시 질책을 당하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하고 뇌동맥류가 파열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이와 같은 업무상 스트레스는 A씨의 업무에 내재된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았습니다.

A씨에게 발생한 뇌출혈이라는 업무상 재해와 A씨에게 장기간 누적된 거래처 스트레스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 결과적으로 법원은 A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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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원은 업무상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근로자에게 뇌출혈 등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업무상 스트레스와 업무상 재해 간 인과관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합니다.

구체적으로 해당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 발생 전 근로자의 평소 건강상태, 기왕증 등의 병력, 근로자의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업무내용 및 업무시간의 급격한 변화 등 육체적·정신적 과로 여부, 특히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라면 그 업무상 스트레스가 근로자의 업무에 내재된 통상적인 범위 내인지 여부도 고려합니다.

동물병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들께서도 이와 같은 판단기준을 숙지하시어, 병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로 인하여 불측의 손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실 것을 조언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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