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정남 반려견 ‘벨’ 전신마비 극복에 기여, 청평동물병원 송승훈 원장을 만나다
“동물 재활치료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이 중요하죠”
경기도 가평군은 전체 인구가 6만여 명뿐인 작은 도시입니다. 동물병원도 9개밖에 없고 그중에 반려동물만 진료하는 병원은 4개뿐이죠.
이곳에서 반려동물 재활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치료법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수의사가 있습니다. 바로 청평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청평동물병원 송승훈 원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송승훈 원장은 특유의 ‘꾸준함’을 바탕으로 전신마비 상태였던 배우 배정남 씨의 반려견 ‘벨’의 재활치료와 건강 관리를 오랫동안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송승훈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꼭 수의사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닙니다. 생물을 워낙 좋아해서, 생물과 관련된 전공을 찾다가 수의학과를 알게 되어 진학했습니다.
임상보다 기초과학을 좀 더 좋아해서 수의대 졸업 후 기초대학원을 졸업했는데요, 우연히 임상을 하게 되고 임상수의사로 활동하면서 반려동물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즐거움을 점차 찾게 되었습니다.
Q. 보통 대도시에서 임상을 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청평에 개원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 경기도 대도시에서 24시간 동물병원을 했었어요. 24시간 운영을 하다 보니 저와 동물병원을 같이 하던 원장님의 건강이 안 좋아지셨어요. 계속 야간 진료까지 하다 보면 아무래도 무리가 되잖아요. 그래서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게 됐죠. 그러면서 기존과 진료 케이스와 스타일이 달라지게 됐어요.
그러면서 저의 진료 스타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었는데, 기본적인 관리를 잘하는 것이더라고요. 어려운 수술은 잘하는 동물병원이 워낙 많잖아요? 저는 예방의학과 노령동물 관리에 집중하면서, 반려동물들이 동물병원에 덜 오게 하고, 집에서도 잘 관리받아서 편하게 지내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런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까하는 고민 끝에 청평으로 오게 됐습니다.
여기서는 질병 예방과 질병의 조기 발견에 집중하고 있어요, 빠르게 진단해서 제대로 진료하고, 저희 병원에서 하지 못하는 것은 잘할 수 있는 동물병원으로 보내죠. 또한, 반려동물이 집에서 잘 관리받을수록 더 편안해하고 병원도 덜 오게 돼요. 보호자들도 반려동물에 더 신경 쓸수록 증상 변화를 빨리 알아챌 수도 있고요. 그래서 보호자 교육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24시간 케어하는 사람은 결국 보호자분들이시잖아요.
Q. 대도시에서 24시간 동물병원을 운영하셨을 때와 진료 케이스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질병 예방과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니 예방접종, 중성화수술, 심장사상충 예방 등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적 특성상 일반 외상 진료가 많은 편이에요. 반려견이 야생동물과 싸워서 물렸거나, 고양이끼리 싸우다가 다친 경우, 드물긴 하지만 불법적으로 설치된 올무에 다쳐서 오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Q. 병원은 둘러보니 레이저치료, 캡슐내시경, 애니씰C 등 새로운 치료방법·제품을 많이 적용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지역의 작은 동물병원에서는 이런 시도를 안 할 것 같은데 계속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비침습적으로, 그리고 반려동물이 덜 고생하면서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치료 방법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특히, 재활치료의 경우에는 골절, 디스크, 관절염 등의 관리에서 꼭 약물만 처방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물재활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인 계기가 있어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재활치료에서는 꾸준하게 손상된 부분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수영 등을 통해 동물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거나 사람이 손으로 움직여 주거나 마사지를 해주는 거죠.
그러면서 레이저 재활치료, 저주파치료를 적용했고 최근에는 콜라겐 주사(애니씰C)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 재활치료 장비와 새로운 제품들, 그리고 최적의 관리 방법을 계속 찾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Q. 동물재활 쪽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인가요?
배우 배정남 씨의 반려견 ‘벨’의 전신마비가 동물 재활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예요. 제가 예전부터 ‘벨’을 건강검진하면서 관리했었거든요.
벨의 목 쪽과 허리 쪽에 척추증이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관리도 잘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살 두 살 나이 들면서 평상시와 똑같이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목디스크가 오게 된 거죠. 사지마비까지 왔어요. 정형신경외과 수술을 잘하는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가 시작됐죠. 사지는 다 못 쓰고 근육은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빠졌던 근육을 회복시키고 근육과 관절이 더 이상 굳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2년 넘게 관리를 하고 있어요. 제가 의료적인 부분을 서포트하면서 배정남 씨 가족, 재활센터와 함께 꾸준히 재활치료를 하고 있어요. 보통 이런 경우에 못 일어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기하지 않고 한번 꾸준히 재활을 하니 현재는 걷고 뛸 정도까지 개선됐습니다.

Q. 실제로 새로운 치료 방법들이 벨의 재활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나요?
도움이 됩니다. 어느 하나만 딱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레이저, 마사지, 콜라겐 주사 등을 함께 병행하면 효과적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벨이 어느 정도 걸어 다니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몇 년 동안 굳어졌던 근육들이다보니 미세한 움직임이 조금 부족했어요. 고개를 드는 것, 바른 자세로 걷는 것 등이요. 6개월 이상 재활을 해도 진전이 없었죠. 그래서 여러 가지 대안을 찾다가 애니씰C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더 좋은 것 같아요. 그 전의 뻣뻣했던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워졌어요. 목도 좀 많이 들게 되고 뻣뻣했던 걸음걸이가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개선되고 있는 게 확실히 느껴지는 거죠. 수영 등 다른 운동들과 병행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병원 환자들에도 애니씰을 적용하나요?
동물병원 환자들에게는 치과 쪽으로 적용을 많이 하고 있어요(애니씰C 덴탈콜라겐). 구내염/치아흡수성병변이 심한 고양이 환자들에 발치 후 적용해 보니 회복 속도가 훨씬 빠르더라고요.
Q. 재활치료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인가요?
못 일어나던 반려동물이 꾸준한 재활치료 끝에 본인의 의지로 일어나면 동물도 즐거워하고 보호자도 좋아해요. 그걸 보는 게 너무 보람찹니다. 저도 울컥울컥해요. 반려동물이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걸 보는 건 수의사로서 큰 즐거움이죠.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서 포기할까 싶다가도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면 어느 날 조금 개선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러면 거기서 또 보람을 얻고 꾸준히 치료를 계속하는 거죠. 저 혼자 고생하는 건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하나의 팀이 되어서 함께 노력하는 겁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반려동물 재활치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그리고 동물재활치료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처음 재활치료를 시작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와서 치료받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일 매일 재활을 해야 빨리 호전됩니다.
개인 동물병원에서 접목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의사의 수술·진료와 물리치료사의 재활이 구분된) 사람처럼 수의사가 해야 할 부분과 수의테크니션·동물보건사가 해야 할 부분이 구분되고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이 이뤄지면 수의재활 쪽에도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손발을 오랫동안 맞춘 하나의 팀 형태로 운영하는 거죠. 앞으로는 동물병원과 동물재활만 전문적으로 하는 ‘재활치료센터’가 협력하는 모델이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보호자 교육을 통해 집에서도 꾸준히 재활 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죠.
재활은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인내의 싸움이죠. 처음 한 달, 두 달은 꾸준히 재활치료를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증상이 개선됩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결국 좋아져요. 노력하면 그 시간이 쌓이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하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