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양이들이 특발성 방광염에 걸릴 위험이 더 높나
성별·주거형태·화장실·동거묘 등 영향..실내사육 고양이일수록 생활환경 중요
주로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서울의 반려묘들을 대상으로 생활환경과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FIC)과의 역학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2일 JFMS(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에 게재됐다(보러가기).
영국왕립수의과대학 김연중 수의사와 백산동물병원 김형준 원장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백산동물병원에 내원한 고양이 환자들 중 특발성방광염으로 진단된 58두와 그렇지 않은 대조군 281두의 정보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고양이의 성별과 주거형태, 화장실 모래 유형, 동거묘 여부, 높은 곳에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공간(Vantage point)의 존재 여부 등이 FIC 발병과 유의적인 연관성을 나타냈다.
연구기간 동안 백산동물병원에 내원한 고양이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고양이하부요로계질환(FLUTD)의 유병율은 2.67%, 특발성방광염의 유병율은 1.77%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FIC 발병군과 대조군에 속한 고양이의 보호자들에게 성별, 나이, 품종 등 일반정보와 행동양상, 생활환경, 식단, 화장실 유형 등 총 36종의 정보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결과에 대한 다변수 로지스틱회귀분석에 따르면, 모두 다섯 가지의 변수가 FIC 발병과 유의적으로 연결됐다.
수컷 고양이가 암컷 고양이에 비해 FIC가 발병할 오즈비(odds ratio)는 2.34를 기록했다. 비응고형 모래를 사용한 고양이가 응고형 모래를 사용한 경우에 비해 2.62배, 다묘가정은 3.16배, 아파트가 단독주택에 비해 2.53배의 발병위험을 보였다.
고양이 화장실 선호도에 대한 이전 조사에 따르면, 응고형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묘가정의 고양이들은 서로 갈등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고양이가 다양한 감각자극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상대적으로 더 지루해지고 FIC를 포함한 스트레스성 질환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고양이에 비해, 그렇지 못한 고양이가 FIC에 걸릴 위험은 4.64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실내생활 고양이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 서로 높이가 다른 지점들을 포함하는 안식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서양 연구는 바깥 출입 고양이 많아..극도로 실내화된 한국 고양이 환경 반영
연구진은 “서양에서는 평소 실외를 출입하는 반려묘들이 많은데 반해, 서울의 고양이들은 실내에서만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그만큼 실내생활환경이 고양이들의 복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고양이들의 FIC 발병 위해요소를 분석한 2016년 연구(Lund HS et al, JFMS)에서는 분석 대상 고양의 약 60%가 실외를 출입하며 생활했다. 이들은 실내 생활환경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요소들을 실외에서 보충할 수 있다.
반면 이번 연구의 대상인 서울의 고양이들은 93.5%가 실내에서만 생활했다. 그만큼 주거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요인에 더 민감해지고,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고양이들의 FIC 발병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주거공간의 크기는 별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간의 양보다는 환경풍부화를 포함한 질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