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애니멀 호딩, 사후 대응보다 예방에 초점 맞춰야
호딩 사후처리에 수천만원 소요..호더 정신질환부터 사설보호소까지 스펙트럼 넓어
“노부부가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 33마리를 치료, 중성화, 입양보내는데 4천만원 이상이 소요됐습니다”
올해 애니멀 호딩을 동물학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이 개정됐지만, 사후 처리보다 초기단계 대응,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동물권단체 카라는 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애니멀 호딩의 실제와 대안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고 해법을 모색했다.
소유주의 관리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과도한 숫자의 동물을 사용하는 ‘애니멀 호딩’은 동물복지를 훼손하고 냄새, 소음 등 주변에 악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유형의 동물학대 행위다.
소유주의 수집 강박에 의한 사례도 있지만, 선의로 개식용농장이나 불법 번식장에서 개를 구조했지만 이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개, 고양이 몇 마리로 시작하지만 중성화수술 없이 개체수가 폭증하게 되고, 이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 질병이나 먹이부족으로 일부 개체가 폐사하고, 사체와 살아남은 동물이 뒤섞여 지내는 아비규환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해 상해나 질병을 유발시킨 애니멀 호딩 행위는 동물학대죄로 처벌될 수 있다.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애니멀 호딩은 최근 반려동물 복지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했다”며 “고양이 호딩 문제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시민제보가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단체 차원의 사후 대응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처리에 엄청난 재원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카라가 소개한 최근 애니멀 호딩 대응사례에서 이 같은 어려움이 분명히 확인됐다.
노부부가 집에서 기른 고양이 33마리를 구조하는데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카라와 고양이보호협회 활동가 연인원 30명이 투입됐다. 전염병 치료, 중성화 수술, 임시보호, 입양에만 4천만원 이상이 소요됐다. 과다사육으로 인해 전염병을 포함한 질병 문제가 이미 심각해진 채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호딩 가정 내에서 자체 번식이 심해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자체 번식으로 태어난 개체가 사람 손을 제대로 타지 않고 자라면, 뒤늦게 조치하려 해도 입양이 어렵다는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전진경 이사는 “우리나라의 애니멀 호딩은 소유주 개인의 정신질환 적인 측면 외에도 개식용, 대규모 번식장 난립 등으로 인해 파생된 사설보호소 문제가 섞여 있다”며 “이들이 애니멀 호딩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초기에 관리하고, 유기동물이 늘어나지 않도록 업계와 시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애니멀 호딩의 조기발견과 효과적인 개입을 위한 표준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며 “동물을 구조·격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소유주의 정신건강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박홍근 의원은 “개별적인 호더의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취약한 동물복지 관리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개선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대표 이헌승 의원은 “반려동물을 유기하고, 버려진 동물을 데려다가 (애니멀 호딩으로) 2차 학대를 가하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동물보호를 위한 공공시스템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