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용 경구 항암제 팔라디아 공급 원활해지나’ 일선 동물병원 무환수입 지원

불법 직구·보따리상 해외약 구하기 전전하다..정식 절차 지원에 일선 병원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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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반려견 경구용 항암제인 팔라디아의 국내 공급이 원활해진다.

대한수의사회 수의사장터가 일본 공급처를 확보해 개별 동물병원장의 수입신고 절차를 지원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도 반려동물 항암 치료 수요가 늘어난만큼 일선 동물병원이 필요한 약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팔라디아의 주성분인 토세라닙(toceranib)은 타이로신 인산화효소 억제제(TKI)로 종양으로의 혈액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2009년 미국 FDA로부터 개의 비만세포종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경구제인 팔라디아는 취급·투약이 상대적으로 쉬운데다 비만세포종 외에 다른 종양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가 이어지며 전세계 수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항암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조금 다르다. 팔라디아가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팔라디아가 처음 출시됐던 때와 달리 근래에는 몇몇 대형 동물병원과 대학 부속 동물병원들이 ‘암센터’를 내세울 정도로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항암치료 저변이 넓어졌다. 수의종양의학연구회도 큰 관심을 받는 학술단체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항암제 수요도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이 약은 우리나라에는 안 들어와 있어요’로 끝나지 않는다. 반려견 환자의 생명이 달린 항암이다. 치료에 적극적인 보호자와 동물병원은 어떻게든 구한다. 항암을 적극적으로 하는 동물병원에서는 팔라디아 구하기가 큰 숙제다.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은 동물용의약품도 진료 목적으로 대한수의사회장 추천서를 받아 사용계획을 검역본부에 신고하면 들여올 수 있다. 이른바 ‘무환수입’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연 30건 이상의 팔라디아 수입 추천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개별 동물병원이 해외의 의약품 유통경로에 접근하기는 것은 쉽지 않다. 여의치 않은 동물병원은 음성적인 유통 경로에 기댄다.

수의사 면허자임을 증빙하고 처방전을 보내면 약을 온라인으로 배송하는 해외사이트에서 직구를 시도하기도 하고, 해외 학회에 참가하면서 인맥으로 구해오기도 한다. 이른바 ‘보따리상’이 비정기적으로 나타나면 사재기식으로 한꺼번에 구입해두기도 한다.

서울에서 항암치료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A동물병원장은 “수의사가 반려동물 암환자를 치료하려다 범법자가 될 판”이라며 아쉬워했다.

나름 고가의 약물이다 보니 음성적으로 들여오다 배송사고라도 터지면 큰 타격이 있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재고관리도 문제다. 격일로 꾸준히 먹여야 하는 팔라디아의 경우 지속적인 공급이 필수적인데, 언제 내성이 생길지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사용량을 예측하기 어렵다. 병원이 원할 때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더 어렵다.

A원장은 “토세라닙이 잘 듣는 암환자라면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이다 보니, 수급이 중간에 끊기기라도 하면 매우 곤란하다. 갑자기 약이 부족해 친한 동물병원에 연락을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원래 먹던 환자에게 줄 약도 빠듯할 상황에 닥치면, 토세라닙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가 새로 와도 처방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약인데 국내 수요가 높다 보니 ‘우리 병원에는 있다’는 식으로 홍보전까지 벌어지며,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한수의사회 수의사장터는 국내 수의사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팔라디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마련했다. 개별 동물병원장이 해외에서 판로를 뚫기 어렵고, 행정업무도 부담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수의사장터는 1년이 넘는 판매처 물색을 거쳐 일본의 동물용의약품 공급처를 섭외했다. 팔라디아가 필요한 동물병원이 대한수의사회장 추천서와 수입신고서 등 서류를 준비하고 부가세·관세 등의 비용을 정식으로 지불하여 들여올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식 절차를 거친 약은 일본으로부터 신청한 동물병원으로 직배송된다. 신청 후 약품을 받기까지 열흘에서 2주 가량이 소요된다.

여러 절차를 거치다 보니 해외 현지로 가서 구하거나 음성적으로 구매하는 비용보다는 비싸졌지만 원장들은 ‘배송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팔라디아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부담할만한 정도’라고 평했다.

암치료를 활발히 하고 있는 B동물병원장은 “유럽에서 직구하거나 현지에서 구하는 가격보다 비싸긴 하다”면서도 “관세나 배송사고로 약을 받지 못하게 되는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선택할만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의 수요가 높다 보니 수의사장터가 10월 지원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 신청이 몰렸다. A원장은 “(팔라디아가) 확보하기 어려운 약이다 보니 사용량이 많은 동물병원에서는 가능할 때 최대한 사두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효철 대한수의사회 신사업추진단장은 “처음에 갑자기 신청이 몰려 업무 지원에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며 “팔라디아는 진료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약이다. (일선 원장들로부터) 공급을 도와주어 고맙다는 반응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용으로 출시된 주요 항암제는 아직 국내에서 허가 받지 않은 상태다 (사진 : 각 제약사 홈페이지)

덕분에 구하기가 수월해졌지만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팔라디아가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직구를 하든, 보따리상에게 사든, 수의사장터 지원을 받든 해외 동물병원이 현지에서 정식으로 허가된 약품을 구비하는 것에 비해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최소 1.5~2배 이상의 가격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재고관리 부담도 더해진다. 그만큼 보호자가 내야 할 치료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해외에서는 쓰인 지 오래된 약이라지만,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허가 받지 않은 약물이다 보니 부작용 모니터링 등 품질관리체계에 편입되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팔라디아만큼 수요가 크진 않지만 림프종 치료제 타노비아(엘랑코)나 흑색종 백신 온셉트(베링거) 등 다른 동물용 항암제도 정식 공급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현재 준비 중인 동물용의약품 관리제도 개선안 중 하나로 희귀동물용의약품(희귀약)에 대한 조건부 품목허가를 검토하고 있다.

희귀약의 경우 일단 조건부허가로 먼저 시판을 허가한 후 정해진 기한 안에 임상3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희귀약으로 항암제를 지목하면서다.

B원장은 “(팔라디아는) 계속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이라 수급이 중간에 끊기면 매우 곤란해진다”면서 “동물용 항암제도 양성적인 공급경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선 병원이 쓸 수 있도록 나라에서 적절히 인허가를 해주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견용 경구 항암제 팔라디아 공급 원활해지나’ 일선 동물병원 무환수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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