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물병원, 혈장교환술 최초 도입 `치명적 면역질환에 생명줄`

서경원 교수팀, 면역매개성 급성 용혈 환자에 혈장교환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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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동물병원이 반려동물에서 치료적 혈장교환술(TPE) 치료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심한 면역매개성용혈성빈혈(IMHA)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대 동물병원 서경원 교수팀은 지난 9월 22일 급성 용혈성 빈혈을 일으킨 환자에서 혈장교환술을 성공적으로 시술했다.

혈장과 혈액성분 분리해 자가면역항체 제거

급성 면역매개성 용혈 환자에 시술 성공

4년령 중성화암컷 포메라니언 품종의 반려견 초코(가명)는 지난해 면역매개성혈소판감소증으로 진단됐다.

올해 8월말 혈소판 감소 증상이 재발하면서 출혈 증상으로 재내원했다. 다시 면역억제제 용량을 늘렸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정맥 면역 글로불린(IVIGg) 치료를 시도했지만, 이튿날 급성 용혈 부작용을 일으켰다. 곧장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심한 혈뇨를 보이며 적혈구 수치가 크게 감소하고 빌리루빈도 상승했다.

결국 9월 22일 환자 혈액에서 면역 글로불린을 신속히 제거하기 위한 혈장교환술을 시도했다.

혈장교환술은 환자로부터 혈액이 나가고 들어오는 투석용 카테터(dual lumen catheter)를 장착해 혈액성분채집기(혈장교환술 기계)와 연결한다. 투석할 때와 비슷한 체외순환고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환자로부터 나온 혈액은 혈액성분채집기를 거치며 혈장과 혈액세포로 분리된다. 이 혈장을 폐기하면서 환자 몸에 있던 자가면역항체나 면역복합체 등을 제거한다.

대신 신선동결혈장이나 알부민 등으로 대체하여 환자의 몸에 다시 주입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환자의 혈장에 있던 면역 글로불린을 제거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혈장교환술을 마친 초코는 9월 24일까지 입원치료를 이어갔다. 혈뇨 증상이 개선되면서 통원치료로 전환했다.

10월초 재진에서 적혈구 수치는 정상으로 회복됐다. 망상적혈구(reticulocyte)를 통한 재생성도 확인됐다. 게다가 낮아졌던 혈소판 수치까지 정상으로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혈장교환술, IMHA 등 중증 면역매개질환서 활용

면역억제치료 효과 보기까지 환자 생존하도록

치료적 혈장교환술은 초코의 증례처럼 반려동물의 면역매개성용혈성빈혈(IMHA), 면역매개성혈소판 감소증 등의 면역계통의 질환을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IMHA는 면역글로불린이나 항체가 적혈구 파괴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IgG, IgM의 반감기가 각각 21일·5일로 길다 보니, 면역억제제를 투약해도 곧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급성 용혈이 심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의 경우, 혈장교환술로 이들 면역글로불린을 제거함으로써 면역억제제가 효과를 보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심한 IMHA 환자에서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도 혈장교환술을 통한 면역글로불린 제거를 병행하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

서경원 교수는 “IMHA 환자에서 면역억제제를 투여해도 최대의 면역억제 효과를 보려면 2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면서 “그때까지 버티기 어려운 중증 환자에서 혈장교환술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반려동물에서 혈장교환술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투석치료도 가능한 서울대 진료진을 바탕으로 혈장교환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혈장교환술은 IMHA를 비롯한 각종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단백질과 결합하는 형태의 급성 중독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사선치료기와 함께 도입..골수이식 목표

서울대 동물병원이 도입한 혈액성분채집기는 테루모社의 ‘Spectra Optia®’ 모델이다. 기계만 1억이 넘는 고가 장비다.

서경원 교수는 “혈액성분채집기를 도입한 또 하나의 목적은 골수이식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혈장교환술도 가능해진 셈”이라고 전했다.

방사선치료로 골수의 고갈(depletion)이 있는 환자들을 위해 골수이식을 도입하면 반려동물 암치료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골수이식을 도입하기까지 각종 인프라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했다.

서 교수는 “투석과 마찬가지로 위험부담이 있는 치료다. 어려운 시술인데다 환자 혈장의 1.5~2배에 달하는 혈장제제와 수혈까지 필요로 하는 만큼 비용 부담도 있다”면서도 “면역매개성 질환으로 인한 긴박한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치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동물병원, 혈장교환술 최초 도입 `치명적 면역질환에 생명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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