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용호 경상국립대 수의대 수의산과학 신임 교수
사람-돼지 키메라 연구 선도, 반려동물 줄기세포 치료 표준화 목표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최용호 수의산과학 신임 교수를 임용했습니다.
최 교수는 동물 배아 발달과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활발히 해온 전문가로 줄기세포 치료와 이종장기이식, 그리고 반려동물 줄기세포 치료의 표준화된 가이드라인 개발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상국립대에서 연구와 교육을 함께 진행하며, 수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최용호 신임 교수(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임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새롭게 부임한 최용호입니다. 수의산과학을 전공했고요, 동물의 배아 발달과 줄기세포 연구를 중심으로 학문적 탐구를 이어왔습니다.
학위 과정과 해외 연구 경험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 이종장기이식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앞으로 경상국립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교육과 연구에 힘쓰고자 합니다.
부임 소감이 궁금합니다.
일단 모교에 부임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학부부터 박사학위과정까지 공부한 정든 모교에 돌아오게 되어 기뻐요.
경남, 부산, 울산 권역의 유일한 수의학교육·연구기관인 경상국립대 수의대에서 연구와 교육을 수행할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설렙니다.
저의 노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수의산과학은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생명의 탄생과 유지 과정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배아발달과 줄기세포 연구에 매력을 느껴 수의산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이 분야는 단순히 동물의 산과적 질환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학의 핵심 원리를 탐구하고 다양한 임상 적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최근 줄기세포 연구와 이종장기이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의산과학이 의료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어 더욱 흥미로운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의 어떤 점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나요?
줄기세포 연구는 생명과학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다룹니다. 세포 하나가 어떻게 특정 장기로 분화하는지, 어떻게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고, 특히 치료적 가능성이 큰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을 느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관심 있는 연구 분야가 궁금합니다
현재 저는 ①돼지 복제 ②사람-돼지 키메라(chimera)를 활용한 장기이식 연구 ③반려동물 줄기세포 치료의 가이드라인 구축 및 표준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돼지를 이용한 장기이식 연구는 최근 인간 대상의 이식 사례가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는 분야인데요, 경상국립대학교가 이 연구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이 없나요?
줄기세포 치료는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재생을 촉진하는 치료법입니다. 이론적으로 줄기세포는 특정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손상된 조직을 대체하거나 치유를 돕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줄기세포 치료의 핵심 메커니즘은 단순한 세포 분화가 아니라 주변 세포와 조직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하는 중간엽 줄기세포는 몸 안에서 항염증 작용, 손상된 세포 회복 촉진, 면역 조절 기능 등의 역할을 합니다. 면역 조절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단순한 조직 재생뿐만 아니라 자가면역 질환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로, 임상에서 사용되는 줄기세포 치료법의 정확한 용량, 주입 방법, 치료 기간 등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습니다. 또한 치료 효과의 불확실성이나 윤리적 문제, 예기치 않은 결과와 같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현재는 각 병원이나 연구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일관성 있는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줄기세포 치료의 표준 프로토콜 개발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에 어떤 종류의 줄기세포를,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투여해야 하는지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확립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해 치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한 줄기세포의 분화와 면역조절능력, 그리고 치료 효과를 더 정확히 제어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런 연구들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람-돼지 키메라 연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키메라는 그리스 신화에서 여러 동물이 섞여 있는 상상의 생물을 뜻하는 단어인데, 생명과학에서는 두 개 이상의 다른 유전적 요소를 가진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사람-돼지 키메라는 돼지 배아에 사람의 줄기세포를 주입하여 특정 장기가 사람의 세포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연구입니다. 돼지가 선천적으로 특정 장기가 형성되지 않도록 유전자 조작을 한 후, 배아 단계에서 사람의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이 세포가 해당 장기를 형성하는 방식이죠.
제가 연구하는 사람-돼지 키메라를 활용한 이식용 장기 생산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연구 주제입니다. 연구하는 연구자가 많이 없어 아주 힘들지만 우리가 선도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습니다.
기존의 이종 장기 이식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기존의 돼지 장기 이식은 돼지의 장기를 유전자 조작하여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근본적으로 돼지 장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키메라는 돼지의 장기가 아닌, 사람 세포로 이루어진 장기를 만들어 이식하기 때문에 훨씬 이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된 돼지의 장기가 사람에게 이식된 사례가 있으며, 심장과 신장 이식이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면역 거부 반응과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 감염 등의 문제로 인해 아직 장기적인 생존율이 낮은 상태입니다.
반면 키메라 방식은 애초에 사람 세포로 장기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이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나요?
현재 연구는 배아 단계에서만 진행되고 있으며, 완전히 성장한 키메라 돼지는 아직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윤리적 문제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줄기세포를 주입했을 때 그것이 정확히 심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뇌나 생식기관으로 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요, 만약 돼지가 사람의 뇌 세포를 일부 가지게 된다면 이것이 과연 인간의 사고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논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도 키메라 관련 연구는 제한적으로 승인되고 있어요. 돼지가 출생하기 전까지만 연구가 가능합니다. 돼지는 약 116일 동안 발달하지만, 연구는 30일 정도의 초기 배아 단계까지만 허용하죠.
때문에 실제 성체 돼지에서 사람 장기를 확인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아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결국, 줄기세포가 어디로 가는지를 완벽히 제어하는 것이 연구의 중요한 과제인 거죠.
만약 돼지에서 사람 장기가 만들어진다면, 이 생명체를 인간으로 봐야 할까요? 이와 관련한 윤리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이 부분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주제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연구에서 마우스의 뇌가 없는 상태에서 래트의 줄기세포를 주입하여 성장시킨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실험체의 뇌를 마우스의 것으로 봐야 할지, 래트의 것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만약 돼지의 몸에서 사람의 장기가 만들어진다면, 이를 인간으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장기만 특정해서 성장시키는 연구이므로, 전체 개체를 인간으로 간주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향후 연구가 발전하면서 예상치 못한 윤리적 문제들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적, 윤리적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학부생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이나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실습과 연구 참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교과서로 배우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실제 연구실에서 실험하고 동물과 직접 접하며 배우는 것이 훨씬 더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학부 시절 축산과학원의 대동물 실습이 인상 깊었는데, 이 경험을 통해 대동물, 특히 산과 분야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학부생들에게는 다양한 연구실 활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한, 학회나 세미나에 참석하여 최신 연구 동향을 접하고, 선배 및 교수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진로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수의산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첫째,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합니다. 번식 및 생식과 관련된 문제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와 분석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수의산과학은 생명과학, 임상수의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 있으며, 새로운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학습하는 태도가 필수적입니다.
셋째, 동물에 대한 이해와 윤리적 책임감도 중요합니다. 번식과 생식 연구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동물복지와 생명윤리를 고려한 연구와 접근이 필요합니다.
수의산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대동물에서의 번식진료를 중심으로 한 동물병원은 물론 인공수정, 수정란 이식, 품종개량 연구 등 가축 번식 관련 업계에도 갈 수 있죠. 생명공학 관련 제약회사나 학계, 연구기관에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생명공학과 재생의학이 발전하면서 줄기세포 치료 및 이종장기이식 연구도 활성화되고 있어 수의산과학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의 자율성과 탐구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인 학습도 중요하지만, 실습과 연구 경험이 학문적 성장과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연구실에서 실험을 진행하며 배우는 것들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식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특히, 대동물 실습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실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학생들도 직접 적극적으로 실습 기회를 찾아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연구든 임상이든, 스스로 경험을 쌓고 탐구하는 자세가 앞으로의 진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상국립대 수의산과학 교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저는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수의산과학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연구적으로는 돼지 복제 및 이종장기이식, 반려동물 줄기세포 치료 연구를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이며, 교육적으로는 학생들이 이론과 실습을 균형 있게 배우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상국립대 수의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수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여러분이 배우고 연구하는 모든 것이 동물과 사람, 그리고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며, 열정을 가지고 학업에 임해 주길 바랍니다. 저도 여러분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박설빈 기자 deers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