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불능소 처리 불편 호소 계속된다 ‘非공수의도 확인서 발급 가능해야’
자가진료와 기립불능 사이에서 설 자리 좁아지는 대동물 수의사 '출하 허가 범위 넓혀야' 지적도
도축대상 기립불능소 확인서 발급과 관련한 현장 불편호소가 수 년간 이어지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수의나 가축방역관만 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어, 공수의로 위촉되지 않은 대동물 수의사는 직접 진료했더라도 확인서를 내어줄 수 없다.
기립불능소를 도축할 수 있는 사유가 난산, 산욕마비, 고창증, 부상으로만 제한되어 있다 보니 다른 질환은 식육 활용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출하가 불가능하다는데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자칫 기립불능 상태에 이를까 우려해 수의사를 불러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도하기 보다 빨리 도태해버리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난산·산욕마비·고창증·부상 아니어도 식육 문제없다면 출하 가능해야
자가진료와 기립불능 사이에서 대동물 수의사 설 자리 더 좁아진다
2월 20일(목) 라한호텔 전주에서 열린 전북수의사회 2025년도 정기총회에서 대동물 수의사인 이한경 원장은 현행 기립불능소 관련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폐렴이나 지방종 등에 걸린 소는 도축해도 식육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지만, 도축장에 걸어가면 도축이 가능하고 주저 앉으면(기립불능) 도축을 해주지 않는다”며 기립불능 시 도축이 가능한 예외범위 확대 필요성을 제언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거치며 기립불능 상태인 소의 도축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대신 난산, 고창증, 산욕마비, 부상으로 인한 기립불능만 예외적으로 도축을 허용한다. 현재는 금지됐지만 과거 ‘절박도살’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주던 4대 원인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4대 원인이 아닌 이유로 소가 기립불능 상태에 빠지면 농가로선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부상때문인 것으로 도축대상 기립불능소 확인서 발급을 시도하거나, 적법한 절차로 폐기하는데 드는 비용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매립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동물 수의사의 설 자리도 더 좁아진다. 자가진료와 기립불능 사이에서 수의사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더 적어진다.
자가진료가 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질병 문제의 초기에는 아예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농가가 자가처치를 시도한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수의사를 찾게 되는데, 이제는 자칫 기립불능 상태에 빠질까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기 어려워지는 시점이 된다.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출하를 서둘러야 하는만큼 항생제처럼 휴약기간이 요구되는 약물은 어차피 사용하기 쉽지 않지만, 휴약 문제에서 자유로운 약물을 활용해 보는 것도 부담이 된다.
이한경 원장은 “임상수의사가 보기에 도축이 가능한 질병이라면 (4대 원인 외에도) 진단서를 발급해 출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렇게 허용해준다 하더라도 도축장 검사관의 판단에 따라 문제가 있는 소의 도축은 금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차피 진단서 그대로 확인서 나오는데..
비(非)공수의도 도축대상 기립불능소 확인서 발급 가능해져야
도축대상 기립불능소 확인서 발급 주체에 대한 문제도 거듭 지적됐다.
이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대동물 수의사가 많은 지부수의사회 행사나 한국소임상수의사회 회의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손님이다.
도축대상 기립불능소 확인서를 공수의나 시군 가축방역관만 발급할 수 있다 보니 공수의가 아닌 대동물 수의사가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령은 도축장 외의 장소에서 기립불능소가 발견된 경우 시군구청장이 도축가능 여부를 판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군구청장은 가축방역관이나 공수의에게 기립불능 증상의 원인, 증세의 정도, 치료경력, 예후소견 등을 검사하게 한 결과를 바탕으로 판정한다. 가축방역관이나 공수의가 아니더라도 동물병원 개설 수의사의 진단·치료 결과를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문제는 실무적으로 도축대상 기립불능소 확인서의 발급은 가축방역관이나 공수의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非)공수의의 경우 진단서를 발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가축방역관이나 공수의가 다시 확인서를 끊어주어야 한다. 비공수의에게는 절차가 더 번거로운 셈이다.
이 원장은 “저도 현재는 공수의가 아니라 진료 과정에서 도축가능한 기립불능소가 있으면 진단서를 시청에 보내고, 시청 공무원(가축방역관)이 확인서를 발급해준다”고 전했다.
어차피 보낸 진단서 그대로 도축대상 기립불능소 확인서가 나오는 요식행위에 가까운만큼 공수의가 아니더라도 직접 진료한 수의사가 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게 하거나, 진단서 만으로 출하할 수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공수의가 아닌 수의사도 도축대상 기립불능소 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련 문제는 정부에도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할지, ‘기립불능소의 판정 및 보상금 지급요령 등 규정’ 고시를 개정할 문제인지를 두고 식약처와 농식품부 사이에 시각차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