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전용 혈당계가 작년에 국내 출시된 후 빠른 시일 내에 상당수의 동물병원에서 사용하고 계신다고 들었다(http://www.dailyvet.co.kr/news/practice/companion-animal/35745). 사람용 제품에 비해 적은 혈액으로도 더 정확하게 개, 고양이의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본원에서 사용 중이던 사람용 제품들도 모두 동물전용 제품으로 교체하였다.
또한 올해초에는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었던 동물전용 인슐린 제품이 출시될 예정인데, 그동안 임상수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국내에서도…` 라고 막연하게 외국을 부러워했던 것들 중 이미 국내에서도 가능해진 것들이 늘고 있어 반갑기만 하다.
그동안 요원해 보였던 이러한 변화들이 나타나는 것은 결국 그만큼의 수요가 국내에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아직 당뇨 환자를 관리해 보신 경험이 없거나, 정말 당뇨 환자가 많기는 많은 것이냐고 문의하시는 원장님들께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라. 본 연재가 진행되는 동안 적어도 한 두 마리의 당뇨환자를 접하시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결국 스스로가 관심을 가지고 자신감이 있으면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환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니까….
이번 연재에서는 개의 당뇨 관리를 위한 핵심요소 4가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그 4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초기 당뇨 환자 평가 및 합병증 관리
당뇨 관리의 시작은 고혈당과 관련된 임상증상을 보이는 개가 내원했을 때, 진성 당뇨(Diabetes mellitus, 특히 개의 경우 인슐린 투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IDDM 여부)와 임상적으로 다양한 상황들에 의한 단순한 고혈당 (hyperglycemia)을 구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환자가 진성 당뇨로 진단되었다면 이후 초기 당뇨 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최초 내원부터 1개월 사이일 것이다. 이 시기에 수의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1)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평가 : 기왕력에 대한 철저한 병력청취, 신체검사, 당뇨 외의 노령성 병발질환 확인 (cMVI, CKD 등)
2) 당뇨와 직접 관련된 병발질환 및 합병증에 대한 평가 : 백내장, 비뇨기계 감염, 치주염, 췌장염, 쿠싱, 기타 인슐린요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
3) 장기적인 당뇨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의 확인 및 관리 : 비만상태, 중성화 여부, 구강상태, 투여 중인 약물 등
당뇨 환자에게 단순히 인슐린을 투약하여 혈당만 떨어뜨리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당뇨 외의 다른 병발질환 및 당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합병증들을 얼마나 잘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가를 통해 1)안정적인 혈당 관리, 2)환자의 QOL 증가, 3)보호자의 순응도 및 만족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4)환자를 오랫동안 잘 관리할 수 있다.
2. 식이 요법 및 운동
핵심요소 4가지 중 2번째는 식이요법과 운동이다.
결국 거의 대부분의 당뇨견들은 하루 2회 일정한 용량의 인슐린 투약을 통해 24시간 중 최대한 긴 시간 동안 일정 범위 내로 혈당을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대에 정해진 횟수의 식이 급여를 통해 안정적인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기존의 식습관 및 생활습관의 조정’이다. 예를 들어 자유급식을 한다거나, 반건조 사료 급여, 기타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은 장기적인 당뇨 관리에 좋지 않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맛있는 음식만 먹던 환자들은 한 번에 식습관을 교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무리하지 말고 몇 주에 걸쳐 서서히 혈당을 조절해가면서 보호자를 독려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생각해보라, 매일같이 스테이크만 먹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겠는지… 불행 중 다행인 부분은 일반적으로 당뇨견들은 식탐이 많은 편이므로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환자와 보호자도 결국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비만 교정과 체중 최적화, 식후 고혈당 최소화를 위한 적절한 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하면서 단당류를 포함하지 않은 식이라면 대부분 괜찮으며,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으로 급여한다. 또한 식이는 일정한 섭취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기호성이 좋아야 한다. 가용성 (soluble) 또는 불용성 식이 섬유 (insoluble fiber)가 증량되어 있는 사료들 및 체중관리용 사료들도 사용할 수 있는데, 결국 대부분의 상업적인 당뇨 환자용 처방식들은 위의 요건들을 갖추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당뇨환자에서는 처방식으로 시작하면 간편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비만하거나 일반적인 신체조건을 가진 당뇨 환자와는 달리, 저체중인 환자에서는 무조건 당뇨환자용 처방식을 급여하는 것보다는 먼저 체중을 정상화 시키고 근육량을 증가시키며 대사와 인슐린 요구량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식이를 먼저 공급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H사의 처방식을 기준으로 하면, 지나치게 마른 당뇨 환자에서는 식이 급여 초기에 i/d 혹은 심지어 p/d를 급여하다가 어느 정도 처방식에 적응하고 체중이 정상화되면 본격적인 당뇨 환자 사료인 w/d 등으로 교체할 수 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대부분 알고 계시는 사료명을 언급했을 뿐, 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음을 밝힙니다).
또한 중요한 보조 요법 중 하나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적당량의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체중 조절 및 근육량 보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당 소비를 증가시켜 혈당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식이 급여 후 인슐린이 최고 효과를 발휘하는 시간(nadir)을 피하여 하루 두 번 정도 운동하는 것이 식후 고혈당증을 최소화 시키는데 이상적이다.
이후 연재에서 개와 고양이의 적절한 식이 선택 및 성분 비율 등에 대해 보다 상세히 다루어 볼 생각이다.
3. 보호자 교육
어쩌면 4가지 원칙 중 장기적인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일 것 같다. 당뇨는 기본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지만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의사와 보호자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당뇨는 보호자에게 “와 닿는” 질환이며 보호자를 치료에 직접 “참여시키는”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팀을 이루어 노력한다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격려를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수의사가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실제 집에서 환자를 관리하는 것은 보호자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철저한 보호자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보호자 교육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항들로는 식이관련 정보(식이의 종류 및 량, 급여방법과 시간, 병용해도 좋은 home-made food 등), 인슐린 관련 정보(주사량과 주사시간 외에도 주사기로 뽑는 법, 주사부위 및 아프지 않게 정확히 주사하는 법, 보관법, 주기적인 교체 및 인슐린 주사기 사용의 필요성 등), 운동방법과 시간, 관찰해야 할 임상증상, 저혈당이 우려될 경우의 대처법 등등이 있다.
특히 장기간 당뇨를 관리하다 보면 병원에 직접 내원한 보호자 외의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므로, 수의사에게 교육받은 보호자가 가정 내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직접 교육 받은 보호자가 집에서는 ‘수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성공적인 당뇨 관리의 핵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에서 반드시 고려할 것 중 하나는 ‘환자와 보호자가 적응하고 따라올 수 있는 시간을 주라’는 것이다. 보호자와 환자가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너무 원칙만 주입시키면 결국 보호자가 포기하거나 어쩌면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자신의 생각에 맞은 부정확한 정보들을 더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4. 인슐린 요법
4가지 요소 중 마지막이면서 결국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부분일 것 같다. 개에서는 인슐린 의존형 당뇨가 거의 대부분이므로 결국 당뇨견 관리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슐린 요법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백내장, 만성췌장염, 신장병증, 신경병증, 당뇨병성 케톤산증 등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인슐린 제품들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U-100 human recombinant Neutral Protamine Hagedorn (NPH) 인슐린이다. 비록 많은 개에서 작용 시간이 12시간 이내로 다소 짧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초기 치료 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당뇨 진단 후 최초 인슐린 요법의 시작
● 아침에 식이를 급여하고 최초 NPH 용량을 0.25~0.5 U/kg으로 투여한다.
● 최소 8시간 동안 또는 혈당 최저점 (nadir)이 확인될 때까지 2시간마다 혈당곡선을 작성하며, 일반적으로 12 시간 혈당곡선을 주로 사용한다.
● 만약 최저점의 혈당이 150 mg/dl이상으로 유지되면 환자를 귀가시키고, 1주 후 혈당곡선을 재작성 해서 미세한 용량을 조절해 나간다.
● 만약 초기 인슐린 투약 후 혈당 최저점 150 mg/dl이하로 떨어지면 다음 인슐린 용량은 10-25% 감량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인슐린 치료를 개시하면서 점차 인슐린에 대한 환자의 반응성이 좋아지므로 초기에 너무 혈당을 낮추려고 욕심을 부리면 저혈당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초기 투약 후 혈당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는 환자는 가능하다면 입원시켜 감량한 인슐린 용량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고 귀가시키는 것이 좋다.
● 보통 귀가한 지 1주 후 혈당곡선을 반복 작성한다. 만약 최초 혈당곡선 결과 저혈당이 우려된 환자라면 좀 더 빠른 시기에 혈당곡선을 작성할 수도 있다..
● 하루 2회 인슐린 투약 시간에 맞추어 일정한 식이를 급여한다. 인슐린 용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양의 음식을 정해진 시간에 급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경우 보통 식이부터 급여하고1시간 후에 인슐린을 투약할 것을 추천한다.
● 초기 인슐린 요법의 핵심은 완벽한 혈당곡선을 작성하는 것보다는 ‘저혈당을 예방하고 지속된 고혈당에 의한 체내 대사 이상을 교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 초기 관리에 있어 기억해야 할 점 중 하나는 환자와 보호자가 새로운 체제 (식이, 인슐린 등)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당뇨 관리 시작 후 초기 한 달 사이에는 어느 정도 혈당이 안정화 되면서 고글루카곤혈증의 반전(reversal of hyperglucagonemia), 간의 당신생 감소,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의 증가와 같은 변화들이 환자 체내에서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정확하게 인슐린을 계산하여 투여한다고 해도 초기에는 혈당곡선이 일정치 않고 계속 변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만일 이 시기에 너무 욕심을 부려서 혈당곡선을 지나치게 자주 작성하게 되면 시간적, 정신적 부담으로 보호자가 치료를 포기할 수 있다.
또한 혈당최저점 (nadir)을 너무 완벽하게 조절하려다 보면 저혈당과 관련된 문제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만일 치료 초기에 저혈당을 경험하게 된다면 보호자와 수의사의 심리적인 부담이 크게 증가하게 되므로 장기적인 당뇨 관리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 일단 초기 한 달 정도를 무리하지 않고 관리하게 되면 수의사는 어느 정도 인슐린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판단할 수 있고, 환자와 보호자도 이전과 달라진 생활방식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때문에 이후에는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인슐린을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맺음말
결국 당뇨 환자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4가지 중 어느 부분도 빠져서는 안 된다. 대다수의 수의사들이 NPH 인슐린 한 가지를 가지고 용량만 조절하면서 혈당이 잘 잡히지 않는다고 문의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인슐린 요법은 물론 중요하지만 4가지 요소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기억하시기 바란다.
하지만 섭섭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하면 인슐린 요법에 완벽하지 못해도 나머지 3가지 요소를 어느 정도만 환자와 보호자 특성에 맞추어 조절해주어도 전반적인 당뇨 관리가 잘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되니까… 다음 연재에서는 4가지 구성 요소 중 특히 인슐린 요법에 대해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해보려 한다. 기대하시라!
[Dr.김성수의 당뇨관리 정복하기] 지난 칼럼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