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심장사상충 검사율 3%에 그쳐..검사 없는 묻지마식 예방약 투여 위험
수의심장학연구회, `심장사상충 예방 위해선 연중 예방약 투여와 매년 정기검사 필수`
“당신이 키우고 있는 개(혹은 고양이)는 심장사상충에 감염되지 않았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보호자가 몇 명이나 될까.
많은 보호자들이 “저희 개(혹은 고양이)는 심장사상충예방약을 투여하니까 괜찮을 겁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쉽지만 이 대답은 틀렸다. 예방약을 다달이 투여했다고 해도 심장사상충 감염 검사 없이는 확답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동물병원협회 조사 결과, 위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국내 반려동물 보호자는 100명 중 단 3명에 그쳤다.
최근 3년간 반려동물에 대한 동물병원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심장사상충 감염 검사를 실시한 케이스는 전체 3% 수준에 불과했다. 83%가 매년 심장사상충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미국 조사결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검사 없는 묻지마식 예방약 투여는 합병증, 내성 문제 발생 위험
미국FDA, 예방약 수의사 처방 필요 약물로 지정해 사전 검사 유도
결국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묻지마’식으로 심장사상충예방약을 투여하고 있다. 이미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반려견에 예방약을 주면서 안심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감염증이 악화되는 케이스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심장사상충에 이미 감염된 상태에서 예방약을 투여하면 드물지만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감염 초기의 치료시기를 놓쳐 보다 치명적인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 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97%의 반려동물이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심장사상충예방약의 내성 발생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와 같이 약물의 오남용은 내성 발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이미 감염된 심장사상충에 예방약 성분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이러한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미국 식약청(FDA)은 심장사상충예방약을 수의사 처방 필요약물로 분류함으로써 예방약 투여에 앞서 감염 여부를 검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효과는 83%에 달하는 검사율로 증명되고 있다.
한국수의심장학연구회, `연중예방∙매년 검사 필수` 권고
인터넷 상 잘못된 정보 바로 잡는 일관된 보호자 교육 필요 지적
심장사상충과 관련한 국내 학술단체인 한국수의심장학연구회(회장 박인철 강원대 수의대 교수)도 이 문제에 깊은 우려를 전했다.
연구회는 “심장사상충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일년 내내 예방약을 투여하면서 매년 감염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심장사상충연구회(AHS)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연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고 실내생활이 많아지면서 모기를 통한 감염 위험은 상존하는 추세다. 게다가 일년 내내 예방약을 투여하는 경우에도 투약과정에서의 실수나 사고로 인해 예방효과가 충분치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모기가 주로 활동하는 여름철에만 심장사상충예방약을 투여하는 잘못된 예방법이 팽배한 국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국 매년 검사를 하는 것이 확실하다.
예방약 투여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경우에도 검사는 필수적이다. 중단한 기간 동안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회는 “상황에 따라 투여재개 전 혹은 투여재개 6개월 후 감염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물병원도 심장사상충 검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예방법을 보호자에게 알려주고 권유하는 것이 동물의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수의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연구회는 “인터넷 상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폐기하고 수의사와 반려인이 함께 심장사상충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일선 동물병원도 예방법에 대한 일관된 보호자 교육을 실시하고, 진단∙치료∙예방에 대한 최신 학술정보를 지속적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