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내년에 더 심각 우려‥설악산 뚫리면 상재화
박선일 강원대 교수 ‘멧돼지 개체수 감소, 폐사체 제거 개선 없이는 더 심각한 상황될 것’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설악산 턱 밑까지 근접한 가운데 국립공원으로 유입되면 국내 상재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충북 C&V센터에서 열린 한국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에서 초청강연에 나선 박선일 강원대 교수는 “멧돼지 대책이 효과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은 올해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국립공원으로 유입되면 상재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박선일 교수는 “멧돼지 ASF는 겨울에서 봄으로 가면서 발생건수가 늘어나지만, 국내 멧돼지 ASF 검사두수는 같은 기간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지목했다.
박 교수 분석에 따르면, 국내 멧돼지 ASF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가장 많이 발생했지만 검사두수는 2월부터 5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ASF 확산 양상을 관리하는 핵심인 멧돼지 폐사체 수색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가인 전업 수렵인보다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다 보니 수색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 사이 멧돼지 ASF 발생지역은 남쪽과 동쪽으로 확대됐다. 파주·연천의 민통선 내부를 시작으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인제, 춘천 등지로 퍼졌다.
박선일 교수는 “멧돼지 번식을 앞둔 가을철에 집중적인 조치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농장에는 방역을 위한 규제압력을 계속 가하면서 멧돼지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ASF 양성 멧돼지가 설악산 근처까지 접근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박선일 교수는 국내 국립공원과 멧돼지 분포, 돼지열병(CSF) 항체 양성 지점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립공원에 ASF가 전파될 경우 남하를 막기 어렵다는 점을 지목했다.
국립공원에서는 야생동물 수렵이 금지되어 있지만, 설악산 내부로 확산될 경우 예외적으로라도 멧돼지 개체수 저감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화천 등 기존 다발지역도 중요하지만 양구, 인제, 고성 등지에 멧돼지 개체수 저감활동을 집중해 국립공원 진입을 막아야 한다”며 “이제껏 매월 5km가량 이동한 멧돼지 ASF 확산 양상을 볼 때, 이미 설악산 지역에 진입했거나 올해 말까지는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