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가축전염병 역학조사관 양성한다‥기본교육 첫 발
가축 사양관리부터 지리정보시스템, 드론 활용까지..역학적 시각의 지역 맞춤 방역 기대
전국 시도 동물위생시험소에 역학조사관이 배치된다. 지역별로 현장 상황에 맞춰 방역조치를 최적화될 수 있는 기반이 될 지 주목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올해부터 역학조사관 교육·훈련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가전법 상 역학조사관에 2년 교육..올해 첫 실시
지난 2020년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가축전염병 역학조사관 양성이 법제화됐다. 검역본부 소속 중앙역학조사관과 함께 시도 가축방역기관(동물위생시험소) 소속 시도 역학조사관으로 구성된다.
이달 기준 지정된 역학조사관은 총 140명이다. 이들은 2년 이상의 역학조사관 신규교육을 이수한 후 격년으로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 첫 해인 올해는 125시간의 기본교육과 72시간의 실무교육이 운영된다. 강원대 박선일 교수팀이 주관하고 있다.
6월 13일부터 7월 27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기본교육에는 전국에서 43명의 역학조사관이 참여했다. 주로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역조관으로 지정된 인사들이다.
교육과정은 역학조사 기초·실무부터 조사에 필요한 가축 사양관리 지식, 가축방역정책 현안, 예찰시스템을 소개한다.
역학조사 실무에 필요한 통계 이론·실습과 시공간 자료 분석, 드론 활용 등도 포함된다.
박선일 교수는 “가축방역관, 역학조사관 모두 필요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지난해 역학조사관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올해 첫 교육에 나섰다. 향후 역량을 갖춘 역학조사관을 양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달에는 드론 활용, 지리정보시스템 활용 등을 다루는 심화 교육이 이어질 예정이다.
역학적 시각에서 지역별 맞춤 방역 기대
그동안 고병원성 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주로 검역본부가 역학조사를 담당했다.
이번 교육을 거쳐 동물위생시험소 역학조사관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현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방역정책을 효율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선일 교수는 “역학조사에 필요한 통계·공간 분석 역량을 갖추면 지역 상황에 특화된 분석도 가능해진다”며 “방역대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에서는 발생농장 반경 500m·3km 등 원그리기 식이나, 시군 행정구역경계를 활용한 방역대 설정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방역조치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역학조사관이) 실제로 역학조사와 데이터분석을 해봐야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어떤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기본교육에 연자로 나선 이은섭 검역본부 역학조사과장도 “각종 방역정책을 수행하면서도 역학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검역본부 역학교육센터 설립 추진
시도 역학조사관은 평소 현업에 종사하다 고병원성 AI, ASF 등이 관할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초동 역학조사에 투입될 예정이다. 당장 올 겨울에도 고병원성 AI 재유입 위험이 큰 만큼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에서 ASF 조기 근절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철새로 인한 고병원성 AI 유입도 반복될 전망인 만큼 지속성 측면에서 별도의 역학조사 교육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역본부는 가칭 역학교육센터를 김천 본원에 설립, 역학조사 교육은 물론 검역본부가 실시하는 방역·정밀진단 관련 교육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각종 현안 업무에도 불구하고 가축전염병 관리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역학조사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 장기간의 교육과정에 참여한 역학조사관과 소속 기관에 감사를 전한다”면서 “향후 수의 역학조사 분야 고도화를 위해 역학교육센터 설립 등 역학조사관 교육의 지속적 발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