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예찰 부담 늘어나는데..열악한 근무환경, 처우개선 한계 고민하는 방역본부
무기계약직에 묶인 인건비 한계 벗어날 직제개편·예산지원 촉구..위성환 본부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 개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본부장 위성환, 이하 방역본부)는 가축전염병 발생농장 초동대응, 능동예찰 시료채취, 전화예찰 등 방역실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악성 가축전염병이 반복되고 방역당국이 능동예찰 규모를 늘리면서 업무량은 커졌지만, 일선 사무소는 셋방살이를 전전하고 직원 처우개선은 무기계약직이라는 사슬에 묶여 있다. 지난해 초에는 설립 후 처음으로 노동쟁의가 벌어지기도 했다.
위성환 본부장은 12일 세종 방역본부 본원에서 개최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 조직개편, 업무조정 등에 성과도 있었지만 예산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능동예찰·전화예찰 물량전에 방역본부 부담↑
검사체계 개편, 자가진단 알림톡 도입 등 자구책 모색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는 지난해 1월 파업을 벌였다. 방역사 인력충원과 처우 개선, 가축방역시스템 개편을 촉구하면서다.
이에 방역본부는 농식품부, 노조가 참여하는 방역본부 발전협의체를 구성해 기관 정상화, 처우개선을 포함한 26개 협의사항을 마련했다.
위성환 본부장은 “26개 협의사항 중 13개를 완료했다”면서 ”나머지도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과 관련된 문제들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능동예찰 시료채취, 전화예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검사체계를 정비하고 ‘자가진단 알림톡’을 도입한 것을 대표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방역당국의 질병 감시는 능동예찰 물량전에 기대고 있다. 별도 의심신고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특별방역대책기간 동안 오리농가의 시료를 정기적으로 확보해 AI 항원을 검사한다거나, ASF 위험지역의 돼지농가가 모돈을 출하할 때 사전검사를 요구하는 식이다.
질병 여부를 따지지 않고 검사대상 모든 농가를 예찰하는 식이다 보니, 실제로 농가를 찾아 시료채취를 담당하는 방역본부에 업무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위성환 본부장은 “AI 시료채취를 지역별, 축종별로 나누어 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ASF 권역을 정비해 출하 전 검사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화예찰도 마찬가지다. 별도 의심신고가 들어오지 않아도 방역본부가 농가에 일일이 전화를 돌린다. 이상이 없는 농가도 반복적으로 전화를 받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전화예찰을 하는 방역본부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방역본부는 통화를 대체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알림톡’을 올해 1월부터 도입했다. 농장주가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농장 방역상황을 진단하고 진단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지난 5월 청주·증평에서 발생한 구제역 11건 중 2건이 자가진단 알림톡으로 예찰됐다.
위성환 본부장은 “전화예찰을 갈음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알림톡은 산란계 등 농장 일선에서 호응이 좋다”며 “적용 대상 축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가진단 알림톡으로 전화예찰 부담을 줄인 덕분에 예찰인력을 행정업무로 돌릴 수 있게 됐다. 예찰직 37명을 사무운영직으로 전환해 행정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무기계약직에 묶인 급여, 샤워실도 없는 사무실
5년간 방역사 5명 중 1명 떠났다
위성환 본부장 ‘직제개편, 예산지원 절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10월 방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역본부 직원 1,285명 중 일반직은 54명(4%)에 불과했다. 나머지 96%는 무기계약 형태의 공무직이다.
공무직은 직급이나 연차에 따라 급여를 높여주기 어려운 형태라 처우개선에 한계가 있다. 늘어나는 업무부담 대비 처우가 부족하다 보니 퇴사가 이어진다.
2019년부터 2023년 7월까지 5년여간 공무직 누적 퇴직자는 248명에 달했다. 5년 안에 공무직 방역사 5명 중 1명은 방역본부를 떠난 것이다. 이어지는 퇴사와 충원의 어려움은 가축방역관이나 방역사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사무실도 셋방살이를 전전한다. 2003년 기관 설립 이래 방역본부의 도본부와 현장사무소 44개소의 사무실 이전은 99차례에 달한다. 전북 북부 사무소는 6번이나 이사했다.
여러 축산농가를 다니는 방역사가 모이는 사무실은 교차오염을 막기 위한 방역·위생시설이 필수적인데도 샤워실조차 없는 사무실이 6곳, 샤워실의 남녀구분이 없는 곳이 30곳에 달했다. 관내 마을회관을 빌려 쓰는 곳도 있을 정도다.
위성환 본부장은 “(방역본부) 본원조차 축산물품질평가원 부지를 일부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냉난방이나 샤워실 등이 부족한 사무실부터 우선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우개선을 위한 직제개편과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위성환 본부장은 “(방역사의) 일반직 전환이 어렵다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별도의 직제라도 필요하다”면서 “각종 수당이 타 기관 대비 부족한 부분도 계속 어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라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방역사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가 동원하기 쉬운 인력으로 휘둘리다 보면 실적도 되지 않는 일에 업무부담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인수공통감염병 검진, 열화상 드론 도입 등 새로운 시도도
방역본부는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수공통감염병 검사를 매년 실시하는 한편, 특정법정감염병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해 안전 관리를 개선하고 있다.
일선 농장에서 소, 돼지를 다루다가 다치는 일이 드물지 않은 만큼 현장 직원이 경험한 아차사고(near miss)와 위험요인을 발굴해 사례집으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으로 멧돼지를 찾아내 포수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포획 실적을 높이는 ‘야생멧돼지 집중 포획 사업’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위성환 본부장은 “방역본부의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가축방역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기관이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