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물보건사와 같은 듯 다른 일본의 애완동물간호사

채혈, 마이크로칩 삽입 등 침습행위 일부 허용..현업종사자 특례에 5년 시간제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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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시기에 수의사를 위한 진료보조인력을 국가자격으로 제도화했다. 한국의 동물보건사는 2022년, 일본의 애완동물간호사는 2023년에 처음으로 배출됐다.

제도화 시기는 일본이 조금 늦었지만 논의의 역사는 더 길다. 한국의 동물보건사와 달리 일본은 애완동물간호사에게도 채혈이나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 등 침습적인 행위 일부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 니혼대 수의생명과학대학 수의보건간호학과 이시오카 카츠미 교수가 10월 25일(금)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FAVA 2024 동물간호 세션에서 일본의 애완동물간호사 제도화 역사와 현황을 소개했다.

수의사인 이시오카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동물간호 학술단체인 일본동물간호학회(JSVN)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FAVA 2024에서 초청 강연에 나선 이시오카 카츠미 일본동물간호학회장

이날 강연에 따르면 일본에서 수의보조인력에 대한 대학 교육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이시오카 교수는 “야마구치대학의 동물보건학과에서 시작돼 대학교육이 점차 확대됐다. 전문학교도 많아지면서 일본소동물수의사회(JSAVA), 일본동물병원협회(JAHA), 일본동물간호학회 등 여러 민간단체가 자체적인 자격증을 운영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수의보조인력 국가자격에 대한 논의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1987년부터다. 당시에는 시기상조로 일축됐지만 수의료 수준이 발달하면서 국가자격화에 대한 요구도 점차 높아졌다.

2005년부터는 니혼대를 시작으로 4년제 대학에서의 교육이 시작됐다. 2024년까지 4년제 대학만 14곳으로 늘었다. 라쿠노가쿠엔 대학, 가고시마 대학 등 수의학과와 함께 동물간호학과를 보유한 곳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시오카 교수는 “초기에는 (수의보조인력을) 4년이나 교육할만한 니즈가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답이 분명하다. 높은 레벨의 동물병원은 높은 레벨의 동물간호사를 찾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국가자격화는 2012년부터 10여년간 ‘인정동물간호사(Registered Veterinary Nurse)’라는 중간 단계를 거쳤다. 국가자격은 아니었지만 여러 단체가 운영하던 민간자격증을 하나로 통합했다. 표준화된 교육 커리큘럼과 시험도 정비했다.

2018년 일본동물간호직협회(JVNA)를 중심으로 동물간호사 국가자격화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2019년 애완동물간호사법이 제정돼 2022년 시행됐고, 2023년 3월 첫 시험을 치렀다. 첫 시험에는 20,978명이 응시해 18,481명(88%)이 합격했다.

한국의 동물보건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무부처다. 농식품부장관이 양성기관도 인증하고 자격증도 부여한다.

반면 일본은 농림수산성과 환경성이 함께 담당한다. 자격증도 농림수산대신과 환경대신이 함께 발부하는 형식이다. 애완동물간호사의 역할 중 하나로 동물보호·복지를 위한 활동이 포함되는데, 한국의 동물보호법에 해당하는 일본의 동물애호법은 환경성이 관할하기 때문이다.

애완동물간호사가 수의료의 보조, 동물환자의 간호를 담당하는 것은 한국의 동물보건사와 유사하다. 동물환자의 검체 채취, 실험실적 검사행위, 보정 등을 맡는다. 이시오카 교수는 “검사결과를 내는 것까지가 애완동물간호사의 역할이다. 이를 바탕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은 수의사가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애완동물간호사에게는 채혈이나 소변카테터 삽입, 마이크로칩 삽입 등 침습적인 행위 중에 일부가 허용되어 있다. 주사를 제외한 투약도 가능하다.

이시오카 교수는 “행위의 위험도나 애완동물간호사의 기술 수준에 따라 수의사가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애완동물간호사 제도화 당시 이미 현업에 종사하던 동물간호사에 대한 특례 응시자격을 둔 점도 한국과 같다. 다만 이들에 대한 특례 유효기간을 5년까지로 제한하고, 국가시험 전에 예비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는 허들을 둔 것은 차이점이다.

한국 동물보건사의 경우 제도 도입 이전의 자격요건만 갖추면 특례자격은 별도 상한 없이 계속 유지된다.

   

이시오카 교수는 “수의료가 점차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수의사 한 명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일본에서도 이미 ‘팀 기반의 수의료(Team-based Veterinary Medicine)’가 주요한 의제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수준 높은 수의보조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고품질의 동물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라는 얘기다.

이시오카 교수는 “미국에서는 수의사 1인당 보조인력(테크니션) 3명 내외를 좋은 형태로 보고 있다”면서 “(일본의 애완동물간호사도) 그러한 규모가 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 시행 2년만에 일본의 애완동물간호사가 2만명을 넘겼지만, 일본에서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가 1만6천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시오카 교수는 “아직 제도 도입 초기라 충분한 데이터가 없지만 국가자격이 되면서 현장의 처우가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면서 “4년제 대학은 현업 동물간호사는 물론 연구자, 교육자까지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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