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의대 교수 성추행 의혹‥학생들 `공개사과·자진사퇴` 촉구

서울대 수의대 H교수 성폭력 사건 #withU 연대 기자회견..전국 수의대성 1천명 연대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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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H교수에 대해 학생들이 공개사과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 수의대 학생들과 총학생회 학생 소수자 인권위원회로 구성된 ‘서울대 수의대 H교수 성폭력 사건 #withU 연대(이하 연대)’는 31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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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회 성추행 의혹..당시 수의대 대처 미흡 지적

연대 측은 “H 교수는 동아리 지도교수로 회식 자리에서 여학생들이 옆자리에서 술을 따르게 하거나 허벅지를 만지고, 만취한 여학생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했다”며 “최소 3년간 다수의 여학생에게 성추행을 자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서울대저널에서 H교수에 대한 피해자 제보를 폭로한 후, 연대 측이 H교수에게 수업을 들었던 수의대 졸업생 및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연대 측은 “’H교수 옆자리에는 남학생만 앉혀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 년 전 H교수가 최소 2회 이상 성추행을 저질렀음에도 수의과대학이 추가 조사나 피해자 보호조치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재발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저널에 피해사실을 제보한 A씨가 당시 공론화를 요구했지만 경고 조치에 그쳤고, 이듬해에 또다시 H교수가 A씨가 아닌 다른 학생에게 성추행을 저지르고 나서도 동아리 지도교수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조치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피해학생 A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저와 다른 피해자들은 (H교수로부터) 단 한 번도 사과를 듣지 못한 상태로, 적어도 1년 동안 수업과 실습에서 H교수를 마주해야 했다”며 “저에게 대학은 끔찍하고 정의롭지 못한 곳으로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연대 측은 “피해 학생이 공론화를 요구했음에도 (당시 학장단은) 결과적으로 H교수의 성폭력을 은폐했다”며 “불분명한 사건 발생 당시 수의과대학의 처리 과정에 대한 규명과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수업거부 의지 표명..H교수 공개사과·자진사퇴 촉구

연대 측은 “연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H교수는 한 번도 공개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자행한 H교수는 모든 사람이 확인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수업거부 의사와 자진사퇴 요구도 분명히 했다.

이미 지난달 서울대저널이 H교수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직후, H교수의 서울대 수의대 1학기 학부생 강의는 중단된 상태다. 타 수의과대학에서 담당하던 강의도 해당 대학 학생들의 수업거부 의사로 인해 중단돼, 다른 강사로 교체됐다.

이날 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한 예과생(18학번)은 “성추행을 저지른 범죄자는 교육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H교수가 자진사퇴하기 전까지 수업거부와 문제제기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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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단, H교수에 학생 측 요구 전달..학생 의견 가능한 수용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학장은 “성추행 의혹이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받았을 충격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우 학장은 교수 해임과 관련한 인사조치는 단과대 차원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며, 본부 측에 문의한 결과 조치가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면서도 “징계나 사법조치 외에도 교육기관으로서의 도덕적 측면이 남는 만큼, 단과대학으로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28일 수의대 교수진과 학생회, 연대 측이 간담회를 갖고 사태 해결 방향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H교수의 공개사과가 필요하며 H교수가 올해 예정됐던 수업을 담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수업 조정은 H교수의 의사와 함께 대체강사 확보 문제가 선결돼야 하며, 현 학장단의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이후의 조치를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우 학장은 “공개사과, 자진사퇴를 포함한 학생 측 요구를 H교수에게 전달했고, 공개사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회신을 받았다”며 “공개사과의 형식 등에 대해서는 학생 측과 조율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회 측은 “28일 간담회에서 학장단의 사태 해결 의지는 확인했다”며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전국 수의대생 1,089명 연대 서명..”수의대 성폭력 공론화 중대 기로”

연대 측은 5월 23일부터 내달 6일까지 수의대 내부에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포스트잇 공동행동을 진행하는 한편, 전국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서울대 수의대 성폭력 사건 해결 촉구’ 연대서명을 추진했다.

강원대(47), 건국대(140), 경북대(132), 경상대(114), 서울대(180), 전남대(93), 전북대(65), 제주대(156), 충남대(90), 충북대(72) 등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재학생 1,089명이 연대서명에 참여했다.

연대는 이날 1. H교수의 자진사퇴와 공개적인 사과 2. 사건 발생 당시 학장단의 사건처리 과정에 대한 규명조사와 공식 사과 3. 현 수의과대학 학장단을 필두로 한 수의대 교수진의 책임 있는 사건 해결 노력과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면서, 오는 6월 7일까지 수의과대학과 H 교수 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연대 측은 “전국 수의대에서 교수에 의한 성폭력이 공론화된 것이 최초이며, 타대학 학생들도 이번 사건이 잘 해결돼 좋은 선례로 남길 바라고 있다”며 “수의계는 매우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강조했다.

H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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