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행위라고 주장하는 피고 측에 이를 증명할 자료제출 요구
암센터·줄기세포치료 과대광고 혐의는 수의과대학 사실조회 기다려 다음 공판으로
'약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수의사 Y모씨에 대한 2차 공판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서관 514호 법정에서 열렸다.
Y씨는 식약처의 허가 없이 심장사상충약 및 구충제를 제조하여 판매한 것과, 동물암센터를 개원하거나 동물을 상대로 줄기세포 치료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신문광고를 게재한 것에 대해 ‘약사법 및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혐의를 고발한 C모 수의사를 원고 측 증인으로 소환한 이번 공판의 쟁점은 약사법 위반 여부였다. '심장사상충약을 허가없이 제조하여 판매했으므로 약사법 위반'이라는 원고측 주장과 '제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환축 각각에 대한 조제행위를 했을 뿐'이라는 피고측 주장이 엇갈렸다.
그 중에서도 심장사상충약 판매 시 환축에 대한 세부 정보를 파악했는지 여부와 심장사상충약을 만드는 과정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증인 C 수의사, "환자 정보도 묻지 않고 약을 주는 행위는 조제라고 볼 수 없어"
타블렛 제형도 대량생산을 위한 것이므로 제조행위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
C씨는 증언을 통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Y씨의 행위가 조제가 아닌 '제조'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이유는, 심장사상충약이 반려견의 체중과 상태에 따라 다양한 용량을 적용해야 하며 그 효과를 믿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수의사가 시중에 나와 있는 정품 제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Y씨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일괄적으로 약을 만들어 판매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C씨는, 자신의 동물병원 직원 P씨를 통해 Y씨의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어 심장사상충약을 주문할 당시 "옆에서 스피커폰으로 통화내역을 모두 들었지만, 남자직원이 전화를 받아서 (심장사상충약을 복용할 개의 체중 등은 묻지 않고) 가격과 관련한 얘기만 나눈 후 약을 배달받을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체중 등 환축의 정보에 따라 심장사상충약의 양을 달리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Y씨는 동일한 약을 판매했으며 이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C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C씨가 제시한 두 번째 이유는, Y씨가 제공한 심장사상충약은 타블렛 제형이라는 점이었다. 타블렛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미리 대량 생산하여 재고를 쌓아두고 판매하기 위함이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피고측 "제조한 사실을 확인한 적도 없으면서 주장하는 것은 추측에 불과"
"타블렛 제형만 보고 제조라고 하는 것은 동료수의사들의 오해"
피고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C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어떤 특정한 질병에 대한 치료약이 시중에 나와있다고 하더라도 수의사로서 자신의 약을 조제하여 처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한 변호인은 "증인은 실제로 피고인이 심장사상충약을 대량생산(제조)하고 있는지 본 적이 없으면서 단지 추측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C씨는 "약을 만드는 과정을 내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피고인이) 조제를 했다면 수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조제할 때처럼 여러 약을 섞어 가루형태로 제공했을텐데, 타블렛 형태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대량 생산하여 미리 재고를 쌓아두고 판매하기 위한 것임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피고측 변호인은 "타정기(타블렛 제형을 만드는 기계)를 들여놓은 것은 수의사로서 약을 처방하기 위함이며 이는 Y씨의 능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또한 타블렛 제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증인에게 "피고 외에 타블렛 형태로 조제하는 수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피고인에게는 "타블렛 형태로 조제한 것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Y씨는 "타블렛 제형이 동물에게 먹이기가 쉽고 보관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면서 가루형태의 약을 굳히는 과정은 자신의 동물병원 조제실에서 한다고 답했다.
"선진기술을 도입하여 개별적 처방으로서 타블렛 제형을 만들고 있는 것인데 동료수의사들이 이를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Y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Y씨 심장사상충약 만드는 과정에 대한 근거자료 제출 요구
줄기세포치료 사실조회에 건국대 회신..서울대 회신 기다려 다음 공판에서 재판
공판 말미에 이르러 재판부와 검사측 모두 피고인에게 '조제행위로서 타블렛 제형의 약을 만든다'는 피고측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담당 검사는 "진정한 공개가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자세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밝혔다. 심장사상충약과 관련한 세금자료가 있을 테니 이를 준비해줄 것과, 직접 만드는 공정에 대한 사진자료, 투약대상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약을 조제했다면 그에 대한 기록을 내달라는 것이다.
한편, 피고인 측은 줄기세포 치료 등 과대광고 혐의와 관련하여 서울대 수의대와 건국대 수의대에 관련된 사실조회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건국대 수의대만 사실조회 회신을 보내온 가운데, 서울대 측의 회신을 기다려 다음 공판 때 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9월 27일 오전 10시 4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514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