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진료 후 처방 법적의무 지켜야` 양돈수의사 내부자정 목소리
양돈수의사회 처방제 TF `양돈수의사 윤리강령` 안 마련..처방전 전문 수의사 겨냥
한국양돈수의사회 처방제 TF(위원장 엄길운)가 24일 대전 라온컨벤션에서 열린 양돈수의사회 2018년도 정기총회에서 ‘동물병원 개업 수의사에 의한 대면진료 후 처방’을 주 골자로 한 ‘양돈수의사 윤리강령’ 안을 제시했다.
농장이 수의사에 의한 직접 진료 없이도 항생제를 포함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 진료 없이도 쓸 수 있는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2013년 도입된 수의사처방제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별도로 지정해, 이들 약품은 수의사의 직접 진료 후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항생제, 호르몬제 등 주요 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행 만 5년이 넘도록 양돈현장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감소하던 축산용 항생제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섰다. 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2013년 연간 약 820톤이던 항생제 사용량은 꾸준히 증가해 2017년 약 1,030톤으로 늘어났다.
처방제가 도입됐지만, 농장이 수의사 진료 여부와 상관 없이 쓰고 싶은 약을 쓸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동물용의약품 판매업소와 결탁한 ‘처방전 전문 수의사’가 직접 진료 없이도 처방전을 발급해주기 때문이다.
수의사가 농장에 가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다 보니, 멀리 떨어진 농장을 순식간에 오가며 처방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감사원이 2017년 한해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전자처방전 내역을 분석한 결과 10분 안에 시도 경계를 넘나들며 처방전을 발급한 수의사 28명을 적발했다. 충남 청양 농가에서 처방전을 발급한 후 3분 만에 전북 익산 농가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식이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직접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발급된 것으로 의심되는 처방전만 1,736건이다.
`대면처방·진료기록부` 법적의무 지켜야..다운타임·정기투약 등 세부조정 필요성도
동물병원, 약품 등 다양한 업계의 양돈수의사 14명으로 구성된 처방제 TF는 1월부터 6월까지 대책을 논의했다.
엄길운 위원장은 “동물병원 임상수의사의 처방전 발행은 100% 대면진료, 진료기록부 작성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현장 상황을 반영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처방전 형태는 전자처방전 전면화를 제안했다. 수기처방전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워, 적법성 여부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전자처방전 기록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엄길운 위원장은 “직접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소규모 농장은 월1회, 중대형 농장은 주1회로 진료 및 약품주문을 조율할 필요도 있다”며 “TF 내부적으로 시험해보니 농장의 반응도 의외로 좋았다”고 설명했다.
직접 진료 원칙을 지키되, 임상수의사와 농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현행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해외 방문 직후 국내 농장 출입을 삼가는 기간(Downtime)을 5일로 설정한 현행 조치는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사례에 비추어 봐도 귀국 후 48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장에서 프로토콜로 적용하는 정기투약프로그램은 최초 직접 진료 후 추가 방문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TF는 ▲동물병원 개업 수의사에 의한 진료 ▲대면진료 후 처방 ▲진료기록부 작성 ▲1일 방문농장 7개소 이내를 골자로 한 윤리강령안을 발표했다. 대부분 법적 의무를 재확인하는 내용이다.
이날 연례세미나에 참석한 한 수의사는 “양돈 현장의 임상수의사에게 수의사처방제와 비(非)개업 수의사의 불법적인 진료행위는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면서도 “양돈수의사회 내부에 동물병원 임상만 전업으로 하는 수의사의 비중이 적은 데다가, 회원 서로의 이해관계도 다양한 만큼 추가 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수의사는 “식품안전 측면에서 수의사의 진료 하에 약품을 사용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양돈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지키라는 식의 종용은 비현실적인 만큼 제도적인 보완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길운 위원장은 “(수의사 처방대상) 의약품의 오남용 문제가 제기되면 사용자보다 수의사에게 책임이 돌아갈 소지가 크다”며 “내부 자정 여부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결국 양돈수의사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