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동물의 심폐소생술(CPR)을 비교분석한 수의응급의학연구회 11월 특강이 수의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11월 29일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오렌지타워에서 열린 정경운 전남대 교수 초청강연장은 조기마감을 뚫고 사전등록에 성공한 수강생들로 꽉 들어찼다.
응급의학전문의인 정경운 교수는 화순 전남대병원에서 응급의학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사람의 응급의학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개와 돼지를 모델로 활용한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동물에서의 CPR 경험도 쌓았다.
이날 정경운 교수는 사람에서의 최신 CPR 기준인 미국심장학회 가이드라인(2015)과 동물에서의 최신 기준인 RECOVER 가이드라인(2012)을 비교 분석했다.
정 교수는 “두 가이드라인 모두 높은 수준의 CPR을 가능한 빨리 수행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흉부압박, 인공호흡, 약물 활용 등 다양한 옵션을 비교해 소개했다.
개인별로 흉부압박법의 차이가 없는 사람과 달리, 동물은 종별·품종별로 해부학적 구조가 크게 달라 흉부압박법에도 차이를 보인다.
돼지는 복장자세(sternal)로 흉부압박을 실시하지만, 개에서는 측와자세(lateral)로 흉부압박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면서도 불독처럼 가슴이 넓은 체형을 가진 품종은 복장자세로 흉부압박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정 교수는 “호기말 이산화탄소 농도(ETCO2)는 흉부압박으로 만들어지는 혈류량을 반영하는 지표”라며 “적절한 흉부압박 위치를 찾기 어려운 동물에서는 ETCO2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인공호흡에서도 사람과 동물은 차이를 보인다. 사람의 가이드라인은 흉부압박을 중단시킬 수 있는 인공호흡이나 기도삽관은 권장하지 않는데 반해, 동물의 RECOVER 가이드라인은 조기 기도삽관을 통한 인공호흡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권장하고 있다.
전문심혈관구조술(ACLS)에 대한 강연도 눈길을 끌었다. 에피네프린, 바소프레신, 아트로핀 등 각종 약물과 저체온치료 등 다양한 옵션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가령, 가장 흔히 활용되는 에피네프린의 경우 심장정지 환자에서 자발순환을 회복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장기생존이나 양호한 신경학적 예후를 보이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최신 연구결과들의 경향이다.
정 교수는 “아직 에피네프린을 CPR에서 계속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월등한 신약이 나오거나, 아예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는 한 현장에서는 계속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소프레신이나 아트로핀, 탄산수소소듐(sodium bicarbonate) 등 동물 가이드라인에서는 아직 사용을 권장하거나 허용하는 약물들이 최신 사람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두 제외된 점도 특징이다.
적극적인 산소 공급, CPR 중이나 직후 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정 교수는 “사람과 동물은 심장정지의 원인도 다르고, CPR을 받기까지 거치는 과정도 다르다”며 “심장정지로부터 소생으로 이어지는 생존의 사슬(chain of survival)을 수의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