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동물원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팻말 문구 중 하나가 “먹이를 주지 마세요!(DO NOT FEED THE ANIMALS!)”다. 어떤 곳에서는 거의 모든 종류의 동물 우리 앞에 이 팻말이 붙어있다. 왜냐하면, 관람객들이 기어코 먹이를 주기 때문이다.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동물원 사육사들이 관람 시간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실내동물원이나 상업적 동물원에서는 ‘먹이주기’를 장려하기도 한다. 전시된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재밌어하기도 하고, 먹이를 팔아서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에, 동물복지에 관심이 없는 동물원에서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체험’이라는 말을 남용해 체험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마구잡이로 체험하게 한다.
아래는 전시 동물에게 먹이주기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1. 주지 말아야 할 먹이를 주게 된다.
보통은 먹이 자판기를 설치해서 큰 해가 없는 먹이를 판매하곤 한다. 그러나 관람객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허용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지정된 먹이가 아닌 음식이나 주변 사물, 심지어 쓰레기를 던질 수 있다. 사람이 먹었을 땐 괜찮지만 동물에게는 치명적인 음식들도 있다. 잘못된 먹이를 받아먹은 전시동물들은 소화기 감염이나 폐색 등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돌멩이처럼 단단한 물체로 인해 이빨이나 부리가 다칠 수 있다. 지정된 먹이라 하더라도 관람객이 마음대로 자판기에서 뽑아 먹이면 지나치게 많이 먹는 개체가 생길 수도 있다. 과식으로 동물이 죽거나 병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2. 동물이 사람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다.
새로 발생하는 전염병은 모두 동물에게서 왔다.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이라고 한다. 조류인플루엔자, 지카, 웨스트나일, 사스, 니파 등 원래 특정 야생동물종만 갖고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과의 접촉으로 사람에게 감염이 되었다. 이 바이러스성 질병들의 특징은 새로 감염이 시작된 전염병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면역력이 없고 관련 연구가 적어서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수많은 사람이 인수공통전염병으로 지금도 죽고 있다. 전파 속도나 경로도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이다.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동물이라 하더라도 어떤 감염원을 갖고 있을지 다 알지 못한다.
3. 사람이 동물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다.
역시 인수공통전염병 이야기인데 2번과 반대의 경우다. 베트남의 곰 생츄어리 두 곳에서는 곰들이 결핵에 걸려서 떼죽음을 당했다. 정확한 역학조사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에 추정할 뿐인데 해당 국가에는 결핵 환자가 많고 결핵 환자가 가래나 코 푼 휴지를 곰 우리로 던져 넣었을 경우를 의심하고 있다. 이곳의 곰들은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에도 감염되었다. 사람의 사회에서 질병이 유행할 때 곰들도 감염된 것이다. 한국의 동물원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이 유행할 때면 출입을 제한한다. 사람이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사람이 가진 다양한 감염원을 동물에게 던져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4. 사람이 다칠 수 있다.
매년 세계의 어느 동물원에서든 꼭 우리에 들어가서 죽는 사람들이 뉴스에 나온다. 구조적으로는 동물원의 관리 소홀이나 시설 미비를 원인으로 볼 수 있지만, 동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접근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동물원 동물을 관찰의 대상을 넘어 ‘먹이를 던져주는 존재’로 여기게 되면 부적절한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초식동물이라 할지라도 먹이를 주다가 손가락을 물려 다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5. 먹이를 두고 경쟁하다가 동물이 다칠 수 있다.
비록 지정된 먹이라 하더라도 동물이 여러 마리 있는 경우 그 먹이를 두고 싸울 가능성이 크다. 관람객이 먹이를 (던져) 줄 때, 동시에 여러 마리가 먹도록 배려하지 않거나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곰이 다섯 마리일 때 다섯 개를 적절한 간격을 두고 동시에 던져도 보통 우위에 있는 곰이 다섯 개를 다 먹으려고 노력한다. 하나라도 먹으려면 동물들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싸움도 불사해야 한다. 먹이주기는 불가피하게 이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6. 야생동물의 식단은 철저하게 계산되어있다.
야생동물의 식단은 최대한 야생상태에서 먹을 수 있는 먹이에 가깝게 짜여 있다. 야생에서 먹이를 찾아 먹는 즐거움은 동물원이 제공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영양사가 영양적으로는 균형을 맞춘다. 물론 영양도 적절히 공급하지 못하는 동물원이 한국에는 즐비하다. 어쨌든 관람객이 던져주는 먹이의 양과 영양소가 식단에 계산되어있지 않다면 영양 균형은 깨진다. 다섯 마리의 곰이 합사되어 살고 있는 공간에 하루에 백 명의 관람객이 사과를 던져준다면 다섯 마리 곰은 사과를 스무 개씩 나눠 먹을까? 아니다. 심지어 같은 공간 안에 있어도 각 개체의 식단은 서로 다르다. 비만인 개체, 비타민이 부족한 개체, 소화불량이 있는 개체도 있을 수 있다. 체험용으로 던져주는 먹이를 식단 계획에 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7.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볼 수 없다.
야생동물은 본디 사람에게 먹이를 얻어먹지 않는다. 동물원이라 할지라도 가급적 동물들이 자연스러운 행동을 전시하고 그것을 보는 것이 교육적이다. 인위적으로 동물의 재롱을 유도하고 억지 교감을 만들어 내려 하면 원래 동물의 모습을 놓치게 된다. 동물이 사는 공간을 충분히 넓게 만들고 이곳저곳에 숨겨놓은 먹이를 찾아 먹는 연출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먹이주기를 원천적으로 하지 않으면 가장 좋다. 그러나 만약 한다면,
1. 반드시 사육사가 동반한 상태에서 적절한 감독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2. 먹이주기를 하기 전 충분한 관람객 교육이 필요하다.
3. 영양적 요소를 계산한 식단의 일부로 이루어져야 한다.
4. 동물이 먹이를 두고 경쟁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5. 지정된 먹이 외에 다른 먹이를 줄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 (예컨대, 관람객의 소지품, 휴대 음식 일체를 먹이주기 프로그램 전에 따로 보관해야 한다.)
적어도 이 다섯 가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먹이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다. 동물원이 앞장서서 하고 있다면 더 나쁘다. 만약 그런 동물원이 있다면 관람객들이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것이 더 나은 동물원을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된다. 옆에 있는 관람객이 부적절한 행위를 한다면 그러지 말라고 한 마디 해보자. 직접 말하기 어려우면 사육사에게 즉시 알려보자. 어떻게든 자꾸 말을 해야 나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