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근무할 동물병원을 검색 중인데 채용공고가 거의 없어요.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할 곳 찾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누가 인턴을 뽑아? 그 돈 주고 카테터도 못 잡는 인턴 뽑느니 차라리 돈 조금 더 주고 진료 가능한 수의사를 뽑는 게 낫지”.
최근 기자가 수의사들에게 실제로 들은 말이다. 전자는 공중방역수의사 복무 만료를 앞둔 수의사(현재는 복무 만료)가 한 얘기고, 후자는 한 동물병원 원장이 한 말이다. 이 원장뿐만이 아니다. 며칠 간격으로 다른 원장으로부터 “작년에 뽑은 인턴이 병원 일이 남아있고, 다른 수의사들도 일에 매달려 있는데 정각에 칼퇴근하는 거 보고 충격 받았다. 요즘 인턴들은 바라는 것도 많고, 해줘야 할 것도 많은데 굳이 월급 300씩 주면서 뽑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렇다면, 정말 인턴 수의사(1년차 임상수의사) 채용이 줄어든 것일까? 궁금증에 데일리벳에서 직접 분석을 해봤다.
*여기서부터는 ‘인턴 수의사’ 대신 ‘1년차 수의사’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대한수의사회 게시판 분석 결과..1년차 수의사 채용 비율 70%에서 55%로 감소
1년차 수의사 채용공고, 167개→133개
현재 국내 수의사 채용 현황을 100%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선후배를 통해 알음알음 채용되는 경우도 많고, 채용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많은 채용공고가 게재되는 대한수의사회 게시판을 분석하기로 했다. 2018년 1월부터 4월 17일까지와 2019년 1월부터 4월 17일까지를 분석해 1년 동안의 변화를 비교해봤다.
그 결과, 2018년에는 총 240개의 채용공고가 게재됐고, 1년차 수의사를 뽑는 공고는 167개로 전체의 약 70%(69.6%)를 차지했다.
2019년의 경우, 총 239개의 채용공고가 게재됐고, 1년차 수의사를 뽑는 공고는 133개로 전체의 55.6%를 차지했다. 1년 만에 1년차 채용공고 비율이 약 15%P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채용공고는 숫자는 비슷했는데 말이다(240개 vs 239개).
1년차 채용공고 개수는 약 26% 감소(167개→133개, 34개 감소)했는데, 채용 완료 후 삭제되는 공고까지 고려하면 실제 채용공고의 감소폭은 더 크다고 추정할 수 있다.
급여 게재 채용공고 비율은 증가…1년차 공개 연봉 약 100만원 상승
“1년차 수의사 교육양성 기관 기준 마련 필요”
채용공고 비율과 개수는 줄었지만, 급여를 게재하는 공고 비율은 증가했다. 2018년은 1년차 채용공고 167개 중 급여를 명시한 곳이 125개로 74.9%였는데, 2019년에는 133개의 채용공고 중 113개가 급여를 명시하여 85.0%를 차지했다.
1년차 연봉은 약 100만원 상승했다.
급여를 게재한 공고를 분석한 결과, 2018년 1~4월의 1년차 수의사 평균연봉은 3074만 5500원이었으며, 2019년 1~4월의 경우 3173만 4513원이었다. 1년 사이에 약 100만원의 연봉 상승이 있었다.
*참고기사 : 1년차 임상수의사 평균연봉 3173만원, 2년차 평균연봉 4020만원(https://www.dailyvet.co.kr/news/practice/companion-animal/112328)
한편, 로컬 동물병원의 1년차 채용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한 수의대 교수는 “1년차 수의사 교육양성 기관 지정과 양성 과정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처럼, 1년차 수의사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천차만별로 1년차 과정을 겪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누구는 대학동물병원에서 1년차 과정을 마치고, 누구는 원장이 1명인 동물병원에서 1년차를 시작하고, 누구는 로컬 2차 동물병원에서 1년차를 겪는 시스템은 문제라는 것이다.
해당 교수는 “어떤 수의사는 1년차를 제대로 마치지만, 어떤 수의사는 3개월 근무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고, 어떤 수의사는 7개월 배우다가 직장으로 이직했다가 다시 몇 년 후 2년차 공고에 지원한다”며 “현재 우리나라 1년차 수의사 교육과정은 제각각”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정 시설·인력 기준과 케이스 숫자를 충족한 동물병원을 1년차 수의사 교육양성 기관으로 지정하여, 모든 수의사가 지정된 해당 기관에서 표준화된 기준에 맞춰 양성되고 교육받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수의사 실력의 상향 표준화가 가능하고,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