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차단방역 실천 여부가 질병 확산 좌우` 비디오게임으로 증명
美버몬트대 연구진, PED 모델로 농장의 차단방역 의사결정-질병 확산 연관성 분석
“질병위험을 무시하고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겠습니까, 아니면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위험을 줄이겠습니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입 위험이 높아지며 농장 차단방역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가운데, 비디오게임을 활용해 농장의 차단방역 실천과 동물질병 확산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미국 버몬트대학 연구진은 양돈농장의 행동이 동물질병 확산에 끼치는 영향을 비디오게임과 컴퓨터 모델로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양돈업계에 큰 피해를 입힌 돼지유행성설사병(PED)을 소재로 삼았다. 2013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한 PED는 1년만에 33개 주로 확산돼 700만마리 이상의 돼지에 피해를 입혔고, 여전히 미국 내에 상재화되어 있다.
연구진은 “극소량의 병원체로도 전염될 수 있는 동물질병은 업계 종사자가 차단방역 원칙을 실제로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농장의 행동변화, 경제성을 고려한 의사결정 등을 모델에 반영함으로써 실제 질병 확산 양상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단방역과 연관된 사람의 행동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진이 활용한 것은 ‘비디오게임’이다.
양돈농가인 플레이어에게 차단방역, 질병발생위험과 연관된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행동하게 하는 일종의 롤플레잉 게임을 개발했다.
위험을 무시하고 이익을 추구할 것인지,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위험을 줄일 지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PED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돼지의 숫자는 농장이 위험을 대하는 태도(Risk Attitudes)에 따라 달라졌다”며 “위험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만 변화해도 질병 확산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10%의 농장이 차단방역 원칙에 부합하는 위험 감소 행동을 선택할 때마다 전체 PED 발생량은 19%가 감소했다. 질병확산을 통제 하에 두려면 최소한 40%의 종사자가 차단방역 원칙에 부합한 행동을 취해야 했다.
정보를 제시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플레이어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숫자로 정확히 제시하는 것보다는 이미지로 만든 표현이 더 효과적이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게임에서 ‘차단방역 프로토콜을 무시하면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5%’라고 안내하면, 플레이어의 30%만 차단방역 원칙을 준수했다. 반면 숫자로 나타내는 대신 이미지 형태로 ‘낮은 위험(low risk)’을 시각화할 경우 80% 이상의 플레이어가 차단방역 원칙에 따랐다.
연구진은 “차단방역은 질병 예방에 필수적이지만 개개인의 자발적인 노력에 기대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만 있다면 절망적인 질병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바로가기)에 6월 25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