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진 국회의원, 한국소비자연맹, 여의도연구원이 2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반려동물 진료비 합리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주영 국회 부의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고 진료비 문제가 대두되는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의계에서는 선결조건인 동물진료 표준화를 무시한 채 진료비 사전고지제 등 관련 규제가 도입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표준화 노력 없이 진료비 논란만 되풀이
사적서비스라며 부가세 매겨 놓고, 공공재인 척 진료비 편차 줄여라?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소비자연맹, 손해보험협회, 정부 등 동물병원 진료비 관련 기관들이 참여해 패널 토론을 벌였다.
진료비 정보공개, 동물진료체계 표준화 등 동물병원 진료비를 둘러싼 그간의 문제제기가 되풀이됐다.
소비자단체는 동물병원과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주로 지적했다. 소비자가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불안감을 없애고, 예상비용 비교 등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사전고지제 및 공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협회 이재구 상무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도로로서 국회 계류 중인 수의사법 개정안이 반드시 논의돼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의사단체는 선행조건인 동물진료체계 표준화 노력도 없이 당장 법을 바꿔 진료비를 게시하거나 비교하려는 주먹구구식 접근법을 꼬집었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전무는 “사람의료에서는 진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예산과 조직이 투자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데 반해,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는 마치 수의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비윤리적 이윤추구집단인 것처럼 비치게 만들고 있다”며 “이제껏 면밀한 조사나 정책적인 검토 노력이 있었나”라고 성토했다.
2016년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동물병원 진료비를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이 일때마다 표준진료체계 확립 선결 필요성을 제언했지만, 그에 필요한 예산투자나 정책적 지원은 없었다는 것이다.
동물진료체계 표준화를 위한 연구용역 예산은 지난해 예산심의과정에서 삭제됐다. 농식품부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올해 5월부터 표준진료체계를 확보할 방법론을 마련하는 연구를 겨우 시작한 정도다.
공공서비스와 사적서비스 사이에서 반려동물 진료서비스를 입맛 따라 바라보는 이중적 시각도 문제다.
2011년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때는 사적서비스로 취급하더니, 진료비의 표준화나 진료기록 공개문제를 두고서는 공공재인 양 바라본다는 것이다.
우연철 전무는 “반려동물 진료서비스가 공공재인지 시장 속의 사적인 재화인지도 사회적으로 합의되어 있지 않다”며 “공공재라면 그에 맞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하고, 사적서비스라면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싼 진료비=수의사의 폭리’라는 등식도 거부했다. 우연철 전무는 “2017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결과에 따르면 동물병원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15.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의원(33.8%), 치과의원(33.3%), 한의원(3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물병원당 영업이익 금액도 이들 사람 의료기관의 절반이 안된다.
허주형 한국동물병원협회장도 “OECD는 물론 아시아 국가에서도 한국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저렴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동물병원 진료비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수의사법 개정안은 모두 5건이다. 진료비 사전고지제, 공시제, 진료항목 표준화 등을 다루고 있다.
이중 강석진 의원안은 진료항목을 먼저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항목 중 다빈도 진료항목을 정해 진료비용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 신만섭 사무관은 “개별 동물병원의 진료비 정보 공개는 동물진료 표준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며 “동물진료 표준화는 진료비 사전고지제나 민간 반려동물개발에 필요한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술 등 중대한 진료는 검사나 시술비용이 부담되는 만큼, 보호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비용을 사전에 고지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중대행위에 대한 진료비 사전고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여의도연구원장 김세연 의원은 “강석진 의원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접점을 찾아낸 것으로 본다”며 “수의사와 보호자 간의 정보비대칭성 문제는 지속적인 소통 외에는 왕도가 없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며 이제는 제도적 인프라를 갖춰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