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시판까지 4∼5년 소요될 전망˝
위르겐 리히트 美캔자스주립대 교수 초청 간담회..항원진단 간이키트 곧 출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의 개발과 시판에 최소 4~5년이 소요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현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신속히 진단할 수 있는 간이항원키트는 곧 출시될 전망이다.
위르겐 리히트 미국 캔자스주립대 교수(사진)는 23일 건국대 수의대에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ASF 약독화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이용한 약독화 백신개발 추진
POCT 항원진단키트 상용화 눈앞
리히트 교수는 캔자스주립대 동물질병연구소(CEEZAD)에서 BSL3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과 현장진단기술(POCT)을 개발하고 있다.
리히트 교수는 “현재 개발된 ASF 백신은 없다. 다만 후보주들만 있을 뿐”이라며 “ASF 바이러스의 유전자나 면역원성 등이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아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ASF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큰 DNA 바이러스로 구조단백질이 50개에 달할 만큼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다. 리히트 교수는 “ASF 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반응을 회피하고 대식세포에서 복제되는 등 백신개발에 어려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언론 비공개를 전제로 최신 백신개발 경과를 상세히 소개한 리히트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ASF 바이러스 유전자를 변형시킨 약독화 백신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관절염, 병증발현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만, 실험실 환경에서는 부분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리히트 교수는 “ASF 백신개발에 2년여, 제품 허가과정에 2~3년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이미 ASF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중국의 경우 아직 불완전할 백신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라도 1~2년 이내에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진단기술 확보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혈청진단을 비롯한 현장진단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ASF는 국내에서도 검역본부의 실험실 진단(PCR)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양성 확진 전부터 이동제한 등 초동방역이 실시되긴 하지만, 간이진단키트를 활용할 수 있는 구제역이나 AI에 비해서는 속도전에서 뒤쳐진다.
이날 리히트 교수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포터블 PCR 장치와 단클론항체 기반의 항원진단키트 개발 경과를 소개했다.
리히트 교수는 “(자체 개발한 항원진단키트는) 돼지가 본격적인 증상을 보이기 전에도 항원을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을 확보했다”며 “현재 시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사람이 Super Spreader’..사료 안전성도 주목
리히트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가장 중요한 전파원은 사람”이라며 사람을 슈퍼 확산요인(Super Spreader)라고 지목했다.
중국에서처럼 감염된 돼지를 일부러 판매하거나, 해외축산물을 불법으로 들여오거나, 잔반을 급여하는 것은 모두 사람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료의 안전성 문제도 지목했다. 리히트 교수는 “환경저항성이 강한 ASF 바이러스는 사료에서도 수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다”며 “미네랄, 비타민, 대두분 등 배합사료의 원료의 안전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으로부터 혈분 등 ASF 전염위험이 있는 사료 원료의 수입은 금지되어 있지만, 독일산으로 둔갑해 필리핀에 수입된 폴란드산 돈육의 사례처럼 국적을 세탁한 원료물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임진강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멧돼지 등을 통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가장 위험한 전파요인인 사람의 관리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