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내 모든 돼지 예방적 살처분‥예살 확대에 엇갈린 시각도
강화도에서만 5건 연속 발생..역학농가 대응, 조기신고 유도가 중요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강화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강화군에 남은 모든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하겠다’는 초강수를 띄웠다.
강화군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차단을 위해 관내 모든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강화군은 이날 인천보건환경연구원과 강화양돈협회, 농림축산검역본부장 등이 참여한 지역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해 이 같이 결정했다.
강화군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심각성이 우려됨에 따라 국가위기 사전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발생농장 3km 이내 농장과 살처분 희망 농장은 물론 나머지 농가도 적극적으로 설득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천호 강화군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조기종식을 위해 예방적 살처분 농가에 대해 조건 없는 100% 보상과 국비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날 관내 돼지농장 전체를 예방적 살처분하겠다는 강화군의 건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강화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농장은 5곳이다. 24일부터는 파주 적성면 농장을 제외하면 강화군에서만 발생이 이어졌다.
특히 석모도에서 단 2두를 보유하던 농장에서까지 ASF가 확진됨에 따라 강화 지역의 발생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추가발생이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추정이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확대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자는 접근법에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발생지역 주변의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기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눈길도 있다.
구제역에 비해서는 전염성이 낮고 오염물질이나 감염돼지의 접촉에 의해 주로 확산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특성 상 예방적살처분 범위를 필요 이상으로 높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달 아시아양돈수의사대회에서 만난 베트남의 한 양돈질병 전문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염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발생농장에서도 돈방에 따라 감염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발생농장도 돈방이나 돈사별로만 살처분을 진행하고, 주변 농장에서는 가까워도 아예 전염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대신 빠르게 의심신고를 접수하도록 유도하고, 위험 농장의 살처분 속도를 높이는 조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의 일제검사에서 음성이었던 농장이 며칠 만에 양성농장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폐사가 일어나기 전이라도 고열과 사료섭취량 저하 등 초기증상이 보일 때 의심신고를 접수하도록 홍보와 예찰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