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벨기에·호주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문가 `차단방역` 한 목소리

양돈수의사회 연례세미나서 초청 강연.. ‘사람이 최고 위험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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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충북 C&V센터에서 열린 한국양돈수의사회 2019 연례세미나 둘째날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해외연자 초청강연이 이어졌다.

(사진 왼쪽부터)세바 중국지사의 아베리 박사, 벨기에 리게대학 클라우데 교수, 존 카 박사는 세밀한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며 수의사의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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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개전투 벌이는 중국, 치솟은 돈가에 차단방역 설비투자 증가

유럽 선진국도 차단방역에 헛점..개선 여지 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ASF 박멸의 희망이 사라진 중국에서는 농장의 각개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아베리 박사는 “현대화된 농장이라고 꼭 차단방역이 우수한 것은 아니다. 대형농장들이 적극적으로 방역에 투자하고 있지만, 하나 둘 함락되고 있다”며 ASF 바이러스 유입위험요인을 찾기 위한 농장들의 노력을 소개했다.

야생조류나 곤충의 접근을 막기 위해 모기장으로 돈사 전체를 감싼 농장이나, 출하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농장 내에 돼지운송용 철도를 설치한 모습들이 눈길을 끌었다.

아직 다수의 양돈장이 축산차량을 안으로 들이는 구조라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전용 차량세척·소독시설이나 차량 고열건조시설, 돼지출하 전용통로 등 국내에서도 흔하지 않은 방역시설이 많아지는 모습이었다.

아베리 박사는 “ASF를 겪어보지 않은 농장의 직원들은 ASF를 들어보기는 했어도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며 “수술실에서 멸균 원칙을 지키듯 세세하게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한 수의사는 “중국의 돼지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며 돈가가 치솟았고, 어떻게든 돼지를 살리는 것이 중요해진 농장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차단방역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며 “ASF를 자체 진단할 수 있는 고가의 실험장비까지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방충망을 두른 돈사(왼쪽)와 농장출입차량 고열건조시설(오른쪽) (아베리 박사 발표자료)
방충망을 두른 돈사(왼쪽)와 농장출입차량 고열건조시설(오른쪽)
(아베리 박사 발표자료)

세게르만 클라우데 벨기에 리게대학 교수는 “차단방역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ASF 확산 시 입는 피해규모가 29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차단방역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벨기에,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선진국 양돈농장(번식장)의 차단방역 수준을 평가한 EU-Prohealth 프로그램에서 덴마크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도 미비점을 보였고, 농장별로 수준차가 컸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사료는 물론 직원의 핸드폰, 공사 도구 등 농장 내로 들어오는 물질에 대한 경로분리, 소독 부분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존 카, 차단방역 정비가 수의사의 역할..위기를 기회로

전세계를 돌며 양돈농장을 자문하고 있는 존 카 박사는 ASF 위기를 겪었던 경험을 공유했다.

존 카 박사는 “지난 20년간 농장에게 적용하고 싶었던 ‘차단방역’을 실천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라며 “수의사로서도 돈사 안에 들어가 돼지 몇 마리를 보는 것보다 농장 바깥을 거닐며 차단방역 상 어디가 허점인지 파악하고 개선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멧돼지를 비롯한 야생동물로 인한 기계적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울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생동물 접근을 막기 위해 안팎의 수풀을 모두 제거하고, 혹시 아래로 파고들 통로가 생기지 않았는지 매주 점검하는 등 세밀한 대책을 주문했다.

존 카 박사는 이 울타리를 소개하면서 "울타리 밖 15m 지점에 ASF 양성 멧돼지가 발견됐지만, 안쪽 농장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존 카 박사는 이 울타리를 소개하면서 “울타리 밖 15m 지점에 ASF 양성 멧돼지가 발견됐지만, 안쪽 농장은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존 카 박사의 동영상. 소독시설을 그냥 지나치는 축산차량이다.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존 카 박사의 동영상.
소독시설을 그냥 지나치는 축산차량이다.

ASF가 주로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전파되는 인재(人災)라는 점도 강조했다.

농장 출입 시 손톱 아래까지 철저하게 손을 씻었는지, 장화를 갈아 신는지, 축산차량을 운전하는 기사가 소독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는지 등 농장에 드나드는 축산관계자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나 방역당국의 인원들을 위한 장비를 농장이 자체적으로 구비해 두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이들이 부검에 필요한 도구나 주사기, 장화 등을 가지고 다니면 그만큼 농장 사이의 전염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카 박사는 “차단방역은 사람의 문제다. ‘내가 신은 장화는 문제없다’는 머릿속 선입견을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벨기에·호주 아프리카돼지열병 전문가 `차단방역`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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