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1월 14일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반려동물 보유세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뜨겁다.
반려동물 보유세 찬성 VS 반대라는 2가지 옵션만을 놓고, 온라인상에서 살벌한 논쟁이 벌어지거나 찬반 토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반려동물 보유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아니다.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을 검토하여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2022년에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농식품부는 1월 16일 추가 자료를 배포하고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은 확정된 바가 없고, 2022년부터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국회 논의 등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 도입 여부, 활용 방안 등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과’가 아니라 ‘검토’다. 검토 후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보유세 도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정부는 단순히 ‘검토 계획’을 발표했을 뿐인데, 왜 전국적으로 큰 논란이 발생했을까.
원인은 2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보유세 도입 검토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
구체적인 배경 지식 없이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있는 2줄짜리 내용만 본다면, “또 세금이야?”, “내가 개를 키우는 데 나라에서 뭐 도와준 거라도 있나? 웬 반려동물 세금이야?”라는 불만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둘째, 보유세라는 단어 선택이 아쉽다.
‘보유세’라고 하니, 정부가 반려동물을 소유하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것 같고, 동물을 키우는 게 마치 사치품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공론화 과정에서는 보유세 말고 다른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녹색당에서 제안한 ‘반려동물 돌봄 비용’도 괜찮아 보이고, 보유세가 아닌 정기적인 동물등록 갱신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수도 있다.
언젠가 공론화 필요한 건 사실
1월 16일 농식품부 설명자료를 보면, 몇 년 안에 반려동물 세금부과 공론화가 필요한 건 자명해 보인다.
농식품부는 “유실·유기동물 보호, 반려동물 편의시설 확대, 반려동물 관련 민원 해결, 의료비 부담 완화 등 각종 행정 서비스 요구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동물보호·복지 관련 예산 또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식품부의 동물보호·복지 예산은 2015년 14억 9천 5백만원에서 2019년 135억 8천 9백만원으로 <4년 만에 9배> 증가했으며,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운영비 역시 2016년 114억 7천 7백만원에서 2018년 200억 3천 9백만원으로 <2년 만에 75%> 늘어났다.
여기에 반려동물테마파크, 반려동물 놀이터, 반려동물교육센터 등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시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은 “왜 내 세금으로 반려동물 시설을 만드냐”고 불만을 제기한다.
만약, 반려동물 보호자가 세금을 낸다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더 당당하게 반려동물 정책 및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론화 과정에서 업계 우려 충분히 고려 해야
한국펫산업소매협회는 보유세 도입 검토 계획에 대해 “세계 어디에도 이런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성장하고 있는 산업을 쇠락의 길로 이끌 것이며, 실효성 없이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세금부과로 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고, 동물입양에 대한 부담 증가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펫산업도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금부과가 유기동물 증가 및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업계의 우려를 무시하지 말고 해외 사례 분석, 시뮬레이션, 설문 조사, 시범사업 등을 통해 가능성을 충분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동물복지 측면과 업계 우려를 동등한 비율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은 결정된 게 하나도 없다.
2022년부터 도입 검토를 위한 공론화를 하겠다는 계획뿐이다.
이제 <보유세 찬성 VS 반대> 의견을 놓고 싸우는 소모적인 논쟁은 멈추고, 공정한 공론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