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양성 멧돼지 나오는 한 사육돼지 재입식은 어렵다?
농식품부 재입식 추진 기준 시사..ASF 피해농가 비대위 `로드맵이라도 달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살처분·수매 농가의 재입식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피해농가들은 정부가 재입식 허가기준과 일정 공개를 미루고 있다며 답답해 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되는 상황에서 재입식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돈협회와 축산경제신문은 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야생멧돼지 ASF 확산 방지대책’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 방역당국과 ASF 발생지역 피해농가는 재입식 문제를 두고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국내 사육돼지에서는 10월 9일 이후로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강화, 김포, 파주, 연천의 방역대가 해제된 지도 3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살처분 농가의 재입식 전망은 불투명하다.
현행 아프리카돼지열병 SOP는 야생멧돼지로 인해 ASF가 발생한 경우 별도의 재입식 기간을 설정하도록 했지만, 그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방역당국의 판단에 따라 자의적으로 늘어질 수 있는 셈인데,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ASF 피해농가 비상대책위원회 이준길 위원장은 “12월초에 재입식 기준을 발표하겠다고 농식품부 장관이 밝혔지만 두 달째 묵묵부답”이라며 “당장 전면 재입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로드맵이라도 줘야 계획을 세울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멧돼지 ASF로 인해 이동제한이 걸린 철원의 양돈농가들이 2개월째 이동제한에 걸려 있고, 종료시점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약없는 방역조치에 농가들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길 위원장은 “김포, 강화에는 ASF 멧돼지도 검출되지 않는데 왜 재입식을 못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이들 지역을 포함해 ASF 멧돼지 검출지점에서 먼 지역부터 재입식을 허용하고, ASF 발생여부를 보며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ASF 양성 멧돼지 발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재입식 추진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제용 농식품부 구제역방역과장은 “2차 울타리 내의 멧돼지는 제로화하고, 광역울타리 내의 멧돼지 개체수를 1/4 수준까지 저감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조치를 실시하여 ASF 양성개체가 안 나오게 되면 재입식도 추진되겠으나, 그 시일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입식 후 일부 농장에서 ASF가 발생하더라도 전파력이 약한 병원체 특성 상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농가 측 주장에는 “ASF 재발의 파급효과는 전국 농가에 미치는 만큼 한 농가도 재발하지 않는 방향으로 방역을 추진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ASF 양성 멧돼지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기약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양성 멧돼지 검출이 더 늘어나고 있다.
박선일 강원대 교수는 “유럽 연구사례를 비추어 보면 국내 발견되는 ASF 양성 멧돼지 사체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ASF 양성 멧돼지 사체가 발견건수보다 수 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접경지역에서 양성 멧돼지가 확산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은, 사실 발견하지 못했던 양성 사체를 뒤늦게 찾아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입식이 지연되면서 커지는 농장의 경제적 피해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피해농가는 “대부분의 피해농장이 월 67만원의 생계안정자금을 받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앞으로 재입식까지 오래 걸릴 것이고, 재입식을 한다 해도 돼지 출하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간의 경영중단에 대한 휴업보상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원지역의 양돈농가도 “양성 멧돼지로 인한 이동제한이 계속되는 것은 환경부의 멧돼지 관리 실패를 농가가 떠안고 있는 것”이라며 “멧돼지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ASF 피해농가 비대위는 오는 11일 재입식을 촉구하는 차량시위를 경기도 파주부터 국회까지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