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거나 합쳐도 모자랄 판에‥` 수의과대학 신설은 어불성설
부산대학교 차정인 총장, 수의과대학 신설 추진 의사 밝혀..수의사회 `말도 안된다` 일축
지역 국립대가 수의과대학 신설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수의대 신설은 말도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부산대학교 차정인 총장은 7일 부산대 10·16 기념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의과대학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대 제21대 총장으로 취임한 차정인 법대 교수는 이날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로 가지 않고 지역대학에 진학하는 입시환경을 만들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부산에 수의과대학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분포된 10개 수의과대학이 해외에 비해 너무 많은 만큼 더 이상의 신설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매년 10개 수의과대학에서 약 550여명의 수의사가 신규로 배출된다.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선진국보다 수의대의 숫자도 더 많다.
농장동물도 마찬가지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수의사 1인이 담당하는 가축의 숫자는 미국·캐나다가 약 4배, 영국이 약 3배, 호주는 약 18배 더 많다.
그러다 보니 현업 수의사 중에 임상수의사의 비중도 낮다. 2019년 12월 기준 대한수의사회에 신고된 수의사 14,830명 중에서 임상수의사는 6,972명으로 절반가량에 그쳤다.
한국은 이미 동물 숫자에 비해 수의사를 과잉 배출하는 나라라는 얘기다.
이처럼 수의사 배출 숫자는 과잉인데 대학의 숫자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건국대를 제외하면 한 해 정원이 50명 안팎인 소규모 단과대학이다 보니 국립대의 특성상 교육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학병원을 매개로 교수진과 실습환경을 확보할 수 있는 의대와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같은 숫자의 수의사를 배출해도 교육의 질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수의과대학의 양적 팽창보다 질적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2000년대 들어 여러 지역대학에서 반복된 수의대 신설은 번번이 무산됐다. 2002년 서울의 모 사립 대학을 시작으로 2015년 당시 청와대 연루 의혹을 받은 차의과대학을 포함해서다.
이후에도 경남 모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수의대 신설 시도가 이었지만 같은 취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배출되는 수의사의 질 관리나 수의사의 수급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없는 수의대 신설은 말도 안된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국내 수의과대학 다수가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을 받고 있는데 국가의 지원도 한계가 있다”며 수의학 교육의 질적 개선을 선행과제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