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개 유선암 돌연변이 비슷? `사람 정밀의료를 반려견에` 가능성 시사
국내 연구진, 개 유선암 191마리 유전자 변이지도 개발
국내 연구진이 개 유선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 변이지도를 개발했다. 사람에서 먼저 규명된 유전자 돌연변이 일부가 개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돼, 표적치료 형태의 정밀의료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가톨릭 의대, 건국대 수의대, 광주과학기술원 공동 연구진이 개 유선암의 유전자 변이 패턴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사람에서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변이 대부분이 밝혀져 있다. 환자별로 다양한 유전변이를 파악해 그에 맞춘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가 현실화되고 있다. 반면 개에서는 암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유선암에 걸린 반려견 191마리로부터 종양시료를 수집해 유전체·전사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생물정보학 기법으로 분석해 유전자 변이지도를 완성했다.
반려견 암환자를 수술하려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시료를 수집하는데만 2년여가 걸렸다.
연구를 주도한 김상우 연세대 교수는 “(사람과 개가) 의뢰로 비슷한 유전자 지도를 보여 놀라웠다”며 “반려동물을 위한 정밀의료의 빠른 도입을 가능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이 개 유선암 환자의 유전자 변이지도를 사람 유방암에서 나타나는 주요 유전자 변이와 비교한 결과,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빈도로 변이가 나타나는 사례가 확인됐다.
사람 유방암의 대표적 발암원인인 PIK3CA 유전자의 변이는 반려견 다수에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의 종양세포의 전사체를 분석한 결과 반려견의 유선암을 3가지 아종(subtype)으로 분류했는데, 이중 하나는 사람 유방암에서 나쁜 예후와 연관되는 상피간엽이행과 유사한 특성을 보였고 실제로 이들의 예후도 좋지 않았다.
연구진은 “반려견 종양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람의 암처럼 아종으로 나누어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며 “사람에서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등을 동물의 암치료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위적으로 종양을 유발한 실험동물모델과 달리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반려견 종양을 연구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김상우 교수는 “인간의 암과 비슷한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것이 (개 암에서) 확인되면, 인간에게 적용하는 항암제를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다”며 “반려견의 중요성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후속 과제가 필요하다. 수의과대학 팀과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