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채식을 선택한 이들이 소외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라며 : 송시현 변호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종교적인 이유로, 알레르기와 같은 건강상의 문제로, 환경과 동물권 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한다. 나도 채식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영화 “옥자”를 보고 고기를 먹는 것이 꺼려져서 시작하게 된 나의 채식은 그 후 동물권 활동을 함께 하면서 공장식 축산과 동물 착취 문제, 환경 오염 문제 등에 공감하게 되어 계속되었다. 채식을 하며 위염, 소화불량이 개선되고 피부도 좋아져서 건강을 위해서도 지속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내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채식의 방식은 페스코 채식(해산물, 달걀, 우유까지 허용하는 채식)으로 그렇게 엄격한 정도의 채식이 아님에도 식사 장소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매번 식사시간마다 어디에서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생겼다. 나의 존재가 불편을 끼치고 있구나 싶어 눈치가 보여 회식이나 모임에 빠진 적도 종종 있다. 이럴 때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야 채식주의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나마 나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선택지가 있지만, 학교, 병원, 군대 등 공공급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아예 선택의 여지조차 없다. 말 그대로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건 채식(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엄격한 정도의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메뉴에 따라 어떤 날은 굶을 수밖에 없다. 학교나 군대와 같은 곳에서는 채식주의자가 골고루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 억지로 육식을 강권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채식주의자들에게 채식선택권은 생존권의 다른 말이 된다.
아일랜드 골웨이 국립대학에 단기연수를 간 적이 있다. 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제공했는데 다양한 채식 메뉴가 항상 함께 제공되었다. 점심으로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참가자가 참여하는 바비큐 파티에도 채식 옵션이 빠지지 않았다. 나는 베지 버거를 만들어 먹으며 바비큐 파티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외식 역시 어렵지 않았다. 골웨이에 있는 식당에는 대부분 채식 메뉴가 함께 있었다. 덕분에 비채식인들과 함께 식사 장소를 정하는 것에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골웨이에서 나는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지난 4월에 30여 개 시민 단체와 26명의 채식인 청구인단은 헌법재판소에 ‘학교급식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과 ‘공공급식(관공서, 의료 기관, 군대, 교도소 등) 채식 선택권 진정입법부작위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6일 ‘학교급식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고, 6월 9일 ‘공공급식 채식선택권 진정입법부작위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건강 문제와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채식을 선택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학교급식은 육식 위주라 불평등과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며 시범학교들을 선정하여 채식선택이 가능한 급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사업으로 채식 학교가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채식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도 아일랜드에서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