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약국 약사들, 비전문적 지식으로 동물 질병 진단에 불법 투약 의심 행위까지
반려동물뿐 아니라 대동물까지 다뤄…자가진료 조장은 기본
"말티즈 노견입니다. 피부에 이런게 나는데 뭘까요? 개선충인가요? 젖꼭지를 들춰보면 거기도 까뭇까뭇하던데…턱밑이 아니라 배쪽이어서"
약사들 커뮤니티에 강아지 피부 사진과 함께 올라온 질문 내용이다. 질문을 한 사람은 약사고, 이 글을 보고 답을 하는 사람들도 약사다.
동물약국 약사들 사이에서 복약지도를 넘어선 진단 행위가 만연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질병 진단은 물론, 비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 또 불법 투약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소가 설사를 하면 축주보고 IV혈관을 잡게 한 뒤 수액처치를 하라는 내용도 있다.
동물에 대해 비전문가인 약사들이 벌이는 '질병 진단 행위' '자가진료 조장 행위'가 유발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이 부담해야 한다. 일종의 동물학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약사들의 무분별한 행위를 질병 진단, 비전문적 지식, 투약 의심 행위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아래 내용들은 동물약국 약사 커뮤니티에서 실제 약사들끼리 주고 받는 글이다.
1. 질병 진단
한 약사가 "강아지가 털 색깔이 변색되고, 소양증은 없고, 비듬이나 가피도 없어보여 점막피부농피증인가 싶어, 항생제 연고를 드리고, 항생제 안약도 드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다른 약을 드릴 걸" 후회한다. 또 다른 질병이면 어쩌나 걱정까지 한다.
비전문적인 지식으로 가진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약을 처방한 뒤, 자신의 진단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이미 복약지도의 선을 넘은 지는 오래인데다 그나마 정확하지도 않고 확신도 없는 진단·처방을 내리고 있다. 치료라기 보다는 임상실험에 가깝다.
수의사든 의사든 생명과 건강을 담보한 상황에서의 기본은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치료권한을 넘기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낫게 하라, 악화시키지는 마라"라고 했다.
2개월령 코카스파니엘 피부에 대한 질문이 올라왔다.
질문한 사람은 약사다. 뭐일지 통 감이 안온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환자를 동물병원에 보내지 않고, 치료해보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아래 사진에는 약사가 보호자의 말을 듣고 질병을 진단한 뒤 약을 처방한 내용이 나온다. '귀에서 찍찍 소리가 나고 염증이 생긴 것 같다' '중이염같다' 는 보호자의 말에 귀 내부에 염증이 생겼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다른 약사는 '제 개인적인 임상이지만 효과도 좋다'며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약을 알려준다.
수의사법에 의해서 약사는 진단행위 자체를 할 수 없으며, 약사법 상 복약지도의 정의는 '진단적 판단을 하지 않고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대법원은 수의사법 상 진료행위를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라고 정의했다.
또한 의사-한의사-약사 간의 법적 갈등을 다룬 다수의 판례에도 '문진·시진·청진 등으로 병상과 병명을 규명·판단하여 이를 통해 밝혀진 질병에 적합한 약품을 처방·조제하는 행위'를 진료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약사가 환자의 증세를 문진하여 감기로 진단하고 이에 대해 조제한 경우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판례(대법원, 2002년 판례)도 있으며, 환자가 병원에서 진단받은 병명이 맞다고 확인해 주는 행위도 진단행위로 판결받은 바 있다.
2. 비전문적 지식
약사들은 동물약국에서 진료행위를 할 뿐만 아니라, 비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기까지 했다.
자가진료를 일종의 동물학대 행위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점에서 약사들은 오히려 자가진료를 조장하고, 비전문적인 지식으로 동물을 대하고 있다.
한 약사가 체온계 없이 반려동물의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스스로 '부정확하지만' 이라고 적었다. 결국 부정확한 방법으로 반려동물이 열이 나는지 판단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귀체온계를 귓속에 넣고 체온을 잴 수 있는지, 고양이 정상 체온은 얼마인지 묻고 있으며, 고양이 백신 주사 부위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약사가 동물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며, 이런 비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의 질병을 진단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동물학대다.
개의 눈을 뒤집어보면 충이 돌아다닌다는 보호자의 말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묻는다. '일일이 잡아줄 수도 없는거고…'라고 덧붙였다.
약사가 개의 안충을 잡아주는 행위는 불법 진료행위다.
개의 눈에 충이 돌아다닌다는 말을 듣고 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물을까? 답은 간단하다.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세요" 다.
이 질문에 대한 다른 약사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수시로 세정해줘야 하며 이버멕틴을 2주간격으로 투여해준다"고 답했다. 그리고 혹시 강아지가 심하게 눈을 비비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면 병원에 가도록 말하라고 조언한다. 상태가 심각해져야 동물병원에 보낸다는 뜻이다.
드론탈 플러스와 하트캅을 같이 줘도 무방한지, 켄넬코프 접종 기간이 지나서 맞춰도 되는지를 묻고 있다. 약사들의 무지함이 다시 한 번 잘 들어나는 대목이다.
비전문적인 지식으로 동물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불법인 것은 차치하고, 최종적인 피해를 동물이 입는 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동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이지, 실습대상이 아니다.
약사들은 지난 달 29일 열린 '건강서울 2013 약사와 함께' 행사에서 동물용 의약품 부스를 운영하며 '동물건강도 약사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적힌 판넬을 내걸었다.
보호자의 말만 듣고 질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한 뒤 자신이 처방한 약이 맞는 지, 자신의 진단이 맞는 지 걱정하고, 체온계 없이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고양이 주사부위를 모르는 약사가 대답해주는 '동물 건강 상태'가 정확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3. 투약 의심 행위
이뿐만이 아니다. 약사가 직접 투약을 실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글도 있다.
사진의 약사는 "저한테 주사놓는 법 알려달라고 하시네요" "동영상으로만 본 것을 손님앞에서 하려니 긴장되더라구요..어찌 어찌 코로나와 종합백신을 무사히 주사하고" 등의 글을 남겼다.
글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약사가 직접 주사 행위를 했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수의사법 제10조(무면허 진료행위의 금지)에는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를 위반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 제22조(동물용의약품제조업자 등의 준수사항)에는 '동물용의약품 도매상 및 동물약국 개설자(종사자를 포함한다)가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나 기계·기구 등을 이용하여 동물의 상태를 살피는 행위를 통하여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하지 아니할 것' 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를 위반 할 경우 3일~15일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약사는 진단을 내려서는 안되고,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있는 것은 그렇게 해야만 '동물의 건강'을 올바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무시하는 약사가 있다면 적발 여부를 떠나 '동물의 건강'을 위해 동물약국을 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