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재단법인 허가 `수의사 싱크탱크 만든다`
연구기반 없는 동물보건 정책은 사상누각..수의사 현안 대응에 객관적 근거 갖춰야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이 1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획득했다. 동물보건 분야의 수의사 싱크탱크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국내는 수의정책 연구 볼모지..지속가능한 연구기반 위한 재단법인 설립
국내는 아직까지 수의정책 연구의 볼모지다. 구제역, 고병원성 AI 등 정부가 관심을 두는 주요 가축전염병에 대한 연구는 많은 반면, 동물보건 분야의 로드맵을 짜기 위한 기초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령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계속 발의되지만, 진료비 제도를 고치면 반려동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애초에 현재 국내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보건수준은 어떠한 지는 알 길이 없다.
체계적인 연구기반 없이는 동물보건 분야 정책이 땜질처방식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에도 대수 산하의 수의정책연구소가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발전방안(오원석)이나 수의사 윤리의식 강화(천명선) 등의 소규모 연구사업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수의사회 재정을 투입하는 연구만으로는 부족하고, 산하기구 형태의 연구소로는 외부 연구과제를 수주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대한수의사회는 동물보건 분야의 정책연구기반을 갖추고 수의료 현안에 대한 객관적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정책연구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의료정책연구소(의사), 치과의료정책연구원(치과의사), 의약품정책연구소(약사) 등 타 전문직역이 가진 싱크탱크를 수의사회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된 재단법인 형태를 갖추면 정부·지자체에 정책연구과제를 제안하거나, 기부금을 통한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전임 김옥경 집행부부터 추진된 정책연구원 설립은 출범 형태를 두고 내부 진통을 거친 끝에 7월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을 당연직 이사장으로, 김재홍 서울대 교수를 초대 원장으로 선임했다.
재단 설립을 위해 한수약품이 5억원을 출연하고, 2017 세계수의사대회 수익금 2억원을 초기 운영비와 국가시험 개편·수의사 총조사 등 대수 현안 연구과제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달 법인 등기와 기부금 단체 등록 등을 거쳐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재홍 초대 원장, 동물보건 정책연구 수요 높다..보건·위생·원헬스 다양한 과제 발굴
재단법인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은 동물보건의료와 원헬스, 수의학교육, 방역, 검역, 축산물 위생, 수의약품, 동물복지 등 다양한 관련 분야의 생산적 정책연구와 합리적 대안제시를 위해 설립됐다.
수의사의 수급과 질 관리 방안, 동물진료체계, 관련 법령 장·단기 개선방안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2002년 설립한 의료정책연구소는 보건의료현안에 대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의료현안에 대한 전문가·대국민 인식조사와 보건의료제도 정책연구부터 수술실 CCTV 설치나 공공의대 설립 등 첨예한 현안에 대응하는 과학적 근거를 생산해내고 있다. 예산이 연간 2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김재홍 초대원장은 “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은 이미 정책연구기관을 따로 두고 있다. 동물보건 분야에도 체계적인 정책연구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요구는 이미 높다”면서 “수의사 권익향상과 함께 다양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역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재홍 원장은 “반려동물, 농장동물, 축산물위생, 원헬스 등 다양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겠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정책개발 수요는 있다고 본다”며 “수의계 권익뿐만 아니라 동물보건 분야 선진화를 위한 정책개발로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기 1년의 목표는 연구원을 확실히 정립하는데 있다. 학계와 현장 전문가 분들로 구성된 전문위원회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