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수의과대학이 함께 온라인 강의하자` 실현 접근법은 [인터뷰]
연세대 등 타 대학도 교과목 공동개설 '공유협력대학사업' 벌여
코로나19로 바뀐 온라인 수업환경이 수의학 교육 개선을 위한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
신성식 전남대 교수가 본지 기고문을 통해 전국 단위의 온라인 기반 팀티칭 도입을 제언했다(본지 2021년 5월 13일자 ‘[칼럼] 10개의 캠퍼스, 하나의 수의과대학으로’ 참고).
지방 거점 국립대 중심으로 잘게 쪼개진 국내 수의과대학의 구조는 교육 개선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게 만드는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건국대를 제외하면 나머지 9개 대학의 1개 학년 학생수는 40~50명으로 비슷하다. 학생수를 기준으로 예산과 교원을 배분하는 국립대 구조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수의과대학은 각 대학별로 전공 교과목마다 1~2명의 교수를 배치하는데 그치고 있다. 서울대를 제외한 9개 대학의 전임교원은 평균 26명에 불과하다.
신성식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 해법을 온라인 교육에서 찾았다. 동일한 과목을 가르치는 전국 수의과대학 교수 10~20명이 모여 교육 컨텐츠를 만들고,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전국 학생 550여명에게 함께 가르치자는 것이다.
그러면 한 교수가 담당하는 교육내용이 줄어들며 보다 양질의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 수의대 교수 숫자를 10배로 늘리는 셈이다. 전국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을 표준화하기도 쉬워진다.
지난해 본지 학생기자단을 주축으로 코로나19 비대면 교육에 대한 수의대생 의견을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됐다.
학생들은 ‘온라인이라면 가능하지 않느냐’며 타 대학의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기회를 원했고, 교수진도 ‘파트를 나눠 공유한다면 효율적이면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본지 2020년 4월 17일자 ‘코로나19가 바꾼 수의과대학..온라인 강의에 학생들은 만족?’ 참고).
이 같은 제언이 당장 실현 가능할 지, 신성식 교수와 간략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10개 대학이 협력해 공통 강의로 전환하는 일이 모든 과목에서 한꺼번에 실현될 것이라고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공과목별로 교수협의회가 운영되는데, 이중에서 위 제언에 공감하고 소통·협력이 잘되는 과목부터 시도해볼만 할 것입니다.
특정 과목이 스타트를 끊어주면 동력도 생기고 실행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을 텐데요, 가령 교수님께서 담당하는 수의기생충학에서도 온라인 팀티칭 추진이 가능할까요?
수의기생충학 과목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10개 대학 공통교재의 내용이 낙후되어 새 교재를 출판해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온라인 기반의 플립러닝 형식으로 전환할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먼저 강의를 듣는 Independant study session을 마치고 모여서, 대면 강의에서는 Q&A나 토론, 또는 퀴즈를 진행하는 General assembly session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실습은 각 대학에서 담당교수의 지도하에 Laboratory session으로 진행하고요.
수의기생충학 교수협의회에 안건을 상정하여 통과가 되면 내년도 3월 학기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네요. 최대한 노력해보고 안되면 내년 2학기 정도에는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목이 두 학기에 걸쳐 진행되고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Q. 전국 수의대생 1개학년 500여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라이브 강의를 들으려면 별도의 플랫폼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예산도 필요할 것입니다. 대신 녹화강의 형태라면 현재 각 대학별로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교육 인프라 안에서도 바로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A, B, C, D, E, F, G, H, I, J 교수가 모여 파트를 나누어 녹화강의를 만들고, 이를 다 같이 공유하는 겁니다.
다만 A교수의 강의시간에 타 대학 B교수의 녹화강의를 활용해도 A교수의 강의 시수 인정에 문제가 없는지는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 같네요
당장엔 녹화강의를 서로 공유하여 진행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사일정과 각종 공지사항 안내, 그리고 강의실로 운영할 소프트웨어 솔루션, 강의 영상을 담을 하드웨어 서버 등의 구입 및 유지, 그리고 서버운영을 위한 경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의 시수에 대해서는 음성과 파워포인트 위주로 공통 강의를 제작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플립러닝 형식으로 수업을 들은 후, 각 대학의 담당교수가 토론과 질의응답, 보충설명을 하는 2가지 세션으로 진행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1998년 J. Wesley Baker가 ‘The Classroom Flip’으로 소개한 플립러닝은 국내 대학교육 시스템에서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니, 강의 시수 인정 등에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 대학이 함께 교육하는 시도가 처음도 아닙니다.
국내에서도 연세대를 중심으로 광운대, 덕성여대, 동국대, 명지대, 숙명여대, 전남대, 충북대, 포항공대가 2021학년도 1학기부터 교과목을 공동개설해 소속 학생들이 공동으로 수강하고, 신기술 활용 교육자료를 공동 개발하는 공유협력대학사업을 시작했습니다.
Q. 조금 민감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10개 대학 교수님의 수업을 모두 듣게 되면 어느 교수님 수업이 더 듣기 좋은 지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정 과목 수업에 불만이 있었던 학생이라면 타 대학 교수님의 더 좋은 강의가 반가울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 교수님 수업이 좋았던 학생이라면 ‘성에 안 차는 타 대학 교수님의 강의를 반드시 들어야 되느냐’는 불만이 생길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환경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담당해야 할 교육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양질의 강의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강의 컨텐츠를 과목별 협의체가 공통으로 제작하든 교수별로 분담해 제작하든, 모든 교수들이 상호 검토하고 동일한 형식으로 통일하게 될 겁니다. 각 파트별로 반드시 언급해야 할 강의 포인트까지도 협의해 결정한 후 실제 강의(녹화)에 나서면 교수님들 사이의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현재 수의기생충학 과목에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방안은 각 교수들의 멀티미디어 컨텐츠들을 모으고 난 후, 공통 교재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파워포인트 강의안을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모여 공통으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강의 촬영도 교수님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고, 파워포인트와 해당 파트 분담 교수의 음성만 녹화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파워포인트와 음성강의의 핵심 내용까지 모두 협의체에서 상호 심의해 하나로 정해야 하겠죠. 그렇게 하면 강의 영상을 모든 대학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파워포인트의 주요 내용을 빈칸으로 남겨 학생들이 강의를 들으며 받아 적을 수 있게 한 매뉴얼을 학생들에게 배포하여 강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교재로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 교재를 제작할 땐 아예 파워포인트 순서를 따라 매뉴얼화한 워크북 형식으로 제작할 생각입니다. 즉, 온라인 강의가 핵심 교재이고, 워크북은 온라인 강의를 받아 적기 쉽도록 빈칸이 포함된 강의 노트인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수의과대학 교수협의회들이 과목별로 교재만을 공통으로 정하거나 제작하고 강의는 각 대학 담당교수들이 진행했습니다.
반면 위의 시스템에서는 온라인 강의가 자율학습 교재이고, 학생은 강의실에 대면으로 모이기 전에 개별적으로 워크북과 온라인 강의로 학습을 하고 들어와 대면 강의에서는 토론과 퀴즈, Q&A를 하는 플립러닝의 형식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Independent study session, General assembly session, 그리고 실습이 있는 과목의 경우 Laboratory session 등의 세 가지 세션으로 강의와 실습을 진행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