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진료비 법안, 수의사회·정부 입장 평행선 `政 개입, 폭등 우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수의사법 개정 대응 경과 밝혀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수의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대한수의사회는 정부의 수의사법 개정안 의견조회부터 절대적으로 반대해왔다”며 “당국과 여러 차례 업무를 협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허주형 회장 ‘정부 어설픈 개입은 항상 진료비 폭등 불러와’
사람의료 수준 기반 없이는 정부 동물진료비 개입 반대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동물 진료비 관련 수의사법 개정안은 모두 9건이다. 여기에는 5월 정부가 직접 발의한 정부입법안도 포함되어 있다. 개정안들 중에서도 정부안이 가장 다양하고 강한 규제신설을 담고 있다.
정부안은 ▲수술 등 중대진료 시 진료비를 포함한 설명의무와 서면동의 ▲진찰, 입원, 예방접종 등 주요 진료항목 비용의 사전고지(게시) ▲사전고지 대상 항목 비용을 농식품부가 조사·분석하여 공개(공시제) 등을 담고 있다.
중대진료 시 진료비 등을 설명하지 않거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유자에게 사전 고지한 진료비보다 초과해 받을 경우 초과분 반환을 포함한 시정명령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의사회는 동물진료 표준화를 먼저 추진하고, 표준화된 진료 중 다빈도 항목부터 병원 규모별 단계적으로 진료비를 게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허주형 회장은 “동물진료에 대한 정부의 어설픈 개입은 항상 진료비의 폭등을 가져왔고, 그에 대한 민원은 동물병원 수의사의 몫이었다”고 꼬집었다.
1999년 진료보수기준을 폐지해 동물 진료비 가격을 자율화하고, 2011년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를 신설하는 등 진료비 관련 개입이 벌어질 때마다 진료비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표준화 선결조건을 무시한 채 규제입법이 실현될 경우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진료비가 오히려 상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허 회장은 “이번 정부 개정안은 일부 동물보호자의 민원을 피하자는 것”이라고 일축하며 “동물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부의 법안은 오히려 진료비 폭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의사법을 의료법 수준으로 개정하고, 국민건강보험처럼 지원하는 국가동물의료보험을 만들지 않는 한 정부가 요구하는 수의사법 개정을 반대할 것이라 선을 그었다.
허 회장은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동물병원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한다면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수의사회-정부 입장차 ‘평행선’..국회 설득 관건
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심의한다.
하지만 실제 심의 과정에서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의 의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부의 추진의지가 변수다.
허주형 회장은 “중앙회 사무처와 동물병원협회 등이 농식품부 방역정책국과 여러 차례 업무를 협의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허주형 회장을 비롯한 대수 집행부가 박병홍 농식품부 차관보를 만나 회담을 벌였지만 여전히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무부처가 수의사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국회의원 설득 여부가 개정 여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통상 법안심사소위 위원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만큼, 개정안의 문제점과 부작용 우려에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공감할 지가 관건이다.
허주형 회장은 “농해수위 법안소위 국회의원 분들을 만나 정부법안의 부당성과 동물진료에 대한 무지가 진료비 폭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수의사법을 심의할 농식품법안심사소위의 위성곤 위원장과 어기구, 윤재갑, 이원택, 이만희, 정운천, 홍문표 의원실과의 면담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허주형 회장은 “회원 여러분께서도 국회 농해수위 의원님들과 소통하시어 수의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