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상수의사가 동물병원 메신저 솔루션 Vetflux를 창업한 이유
수의사가 만든 IT 솔루션 벳플럭스 윤상우 대표를 만나다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로 ‘수의사와 보호자의 소통’이 꼽힙니다.
수의사는 수많은 규제 속의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소비자(반려동물 보호자)는 병원비에 불만을 갖고 동물병원을 불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의사는 진료에만 집중하기도 벅찬데, 보호자와의 소통 등 기타 업무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의사에게 더 편한 업무공유 방식과 고객관리 방법을 제시하고, 보호자에게 주치수의사 핫라인을 제공함으로써, 수의사와 보호자의 소통을 돕는 솔루션이 등장했습니다.
동물병원 업무용 메신저 벳플럭스(Vetflux)가 그 주인공인데요, 임상수의사로 일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창업에 뛰어든 벳플럭스 대표 윤상우 수의사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이다. 어떻게 수의사가 되었나?
원래부터 임상수의사가 되려고 수의대에 진학했다. 수의대에 다니면서도 임상이라는 꿈이 바뀐 적이 없다. 방학마다 동물병원 실습을 했고, 미국에 가서 미국 동물병원 실습과 견학을 하기도 했다.
Q. 그렇다면, 당연히 졸업하고 임상수의사가 됐을 것 같다.
그렇다. 2017년 경상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로컬동물병원에서 진료수의사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3년 차이던 2019년 창업을 기획했고, 2020년에 정식 창업했다.
Q. 임상수의사가 갑자기 창업을 하다니 신기하다.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나.
임상수의사로 일을 하다 보니 수의사가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 너무 많더라.
진료에 신경 쓰기도 바쁜데, 진료 후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진료 예약 등까지 소화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수의테크니션을 통해 그런 업무를 줄일 수 있지만, 테크니션이 바뀌면 또 수의사가 직접 커버해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래서 수의사가 조금 더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도와주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임상 2년차 시절인 2018년에 직접 개발 공부를 하고, 반려동물 일기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때 개발을 가르쳐주셨던 분들이 현재 팀에 합류해서 같이 일하고 있다.
Q. 수의사가 조금 더 수월하게 보호자와 소통하도록 돕고 싶은 것 같은데, 벳플럭스가 그런 서비스인가?
그렇다. 벳플럭스(https://www.vetflux.info)는 동물병원 CRM으로 고객관리가 메인이다. 동물병원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어려웠던 업무공유와 고객관리를 쉽고 편하게 도와준다.
보호자가 병원 방문 시에 QR코드를 인식 하게 되면, 동물병원 진료 시에
피드백 링크가 문자로 자동 발송되기 때문에 진료 후 팔로우업 및 재진 내원 안내를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일선 동물병원에서 현재 사용 중인 프로그램들보다 더 전문적이면서 수의사와 스텝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QR을 통해서 진료 전에 보호자가 스스로 동물의 상태를 수의사에게 미리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수의사와 보호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뿐 아니라, 동물병원 스텝 간 업무공유도 할 수 있다.
벳플럭스는 수의사가 진료에만 신경 쓰면, 그 외적인 부분들을 진료 과정에 따라서 프로그램이 모두 커버해주는 것이 목표다.
벳플럭스는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보호자가 원하는 건 동물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알고 케어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수의사가 너무 바쁘고 다른 업무가 많으면 그런 니즈를 채워주기 어렵다. 그 부분을 벳플럭스가 담당함으로써 보호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Q. 인력이 충분한 동물병원에서는 굳이 사용 필요성을 못 느끼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리셉셔니스트 등 전문적인 스텝이 없는 병원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형 동물병원 역시도 벳플럭스를 통해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정리하고, 고객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 고객에게 더 나은 동물병원 방문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1인 및 소규모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업무 부담이 크게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Q. 벳플럭스 서비스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우리나라 동물의료계에 주치의 시스템이 정착되는데 기여하고 싶다.
현재 1인 동물병원이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데, 진료 이외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자동 팔로우업 시스템을 통해 보호자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자연스레 주치의 시스템이 정착되고 1인 동물병원도 자생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최근 동물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서비스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주로 진단과 관련된 서비스가 많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진단은 동물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수의사 고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단이 아니라 동물병원 방문 자체를 유도하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벳플럭스는 동물병원의 방문을 돕고, 주치의 시스템이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Q. 수의사 대상 홍보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고 있나?
직접 동물병원을 찾아가서 설명해 드리고 있다.
우리 회사의 가치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접 동물병원을 방문한다. 힘들긴 하지만, 재밌다. 후회가 없도록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Q. 현재 임상을 병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2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나?
임상을 병행하는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는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창업자로서 변화하는 임상 환경을 따라가기 위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 문제 때문이다. 현재 벳플럭스에서는 급여를 가져가기 힘들다.
어려움은 당연히 있다.
투자 미팅, 정부 발표 등 창업자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임상을 하면 시간대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다. 현재 일주일에 2~3일 동물병원 대진을 하고, 나머지는 벳플럭스 일을 한다. 주 7일 일을 하는 셈이다.
Q. 그래도 행복한가? 대화를 해보니, 힘들지만 재밌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재밌다. 우선, 임상은 그 자체로 너무 재밌다. 보호자들과 얘기하는 게 좋다. 임상은 힘들지만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하고, 임상의 길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에 무엇보다 자긍심이 있다.
창업은 어려움이 많지만 재밌다.
특히, 수의사가 창업 시장에서 희소하기 때문에 다른 스타트업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Q. 요즘 후배 수의사/수의대생들이 창업에 관심이 많다. 선배 창업가로서 창업을 추천하는 편이가?
추천한다.
동물 쪽에 분명 새로운 시장이 있는데, 비전문적인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인터넷에 있는 반려동물 정보가 모든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정보는 아니다. 그런데도 보호자가 해당 정보를 먼저 접하고 믿어버리면, 수의사가 맞는 얘기를 해줘도 틀린 설명이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고, 여기서 수의사들이 설득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경우들을 봤다.
마찬가지로, 동물 분야에 비전문적인 서비스/스타트업이 먼저 나와서 기준이 되어버리면, 그 피해는 결국 반려동물과 수의사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수의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전문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서비스가 결국 시장에서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의료시장도 커져야 하는데, 현재 동물병원은 영리법인이 금지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의사와 관련된 회사가 외부투자를 받아서 수의사의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면, 그게 시장을 키우는 길이 된다(영리법인 동물병원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임상수의사에게 더 나은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다. 고객관리 솔루션을 넘어서 더 많은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본다. 벳플럭스는 진료 외 업무의 자동화를 꿈꾼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동물병원업이 아닌 길로 성공하고 싶다.
그래서 후배 수의사/수의대생들에게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다.
학부생일 때 수의사 직업 선택지는 임상과 공무원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수의사로서 할 일이 정말 많더라. 학부생일 때는 정보가 적어서 그걸 몰랐던 것이다.
힘들지만, 새로운 길을 보여주면 후배들이 수의사의 진로를 더 다양하게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벳플럭스 홈페이지 : https://www.vetflux.info/
벳플럭스 서비스 문의 : contact@vetflu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