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대폭 바뀐다‥전부개정안 국회 농해수위 통과
동물학대 처벌·방지 구체화..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 실험동물전임수의사 제도화 등
동물보호법이 전면 개편된다. 동물사육금지처분 제도를 신설하는 등 동물학대 방지조치를 강화하고 사육포기동물을 지자체에서 인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가 국가자격으로 도입되며, 일정 규모 이상의 동물실험기관에는 전임수의사(AV) 고용이 의무화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 대안을 3일 의결했다.
반면 개식용 금지, 동물등록방법 내장형 일원화, 반려동물 범위 확대 등은 전부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한 과제로 남았다.
▶동물학대 구체화, 사육금지처분 명령제도 도입
학대행위자가 피학대동물 다시 데려가지 못하도록..다른 동물학대 방지 효과는 미지수
개정안은 동물학대행위의 범위를 법률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데도 특정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행위 등 기존에 시행규칙으로 금지하던 것을 법문으로 상향해 명시했다.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거나 고통을 주고 상해를 입히는 등 동물보호법상 금지된 동물학대행위를 하다 적발된 경우 사육금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은 지자체장이나 검사가 동물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사육금지처분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이 동물학대를 유죄로 선고할 경우에도 5년까지 사육금지처분을 병과할 수 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피학대동물 등을 적절히 보호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육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그동안 동물학대로 처벌을 받거나 재판 중인 사람이 피학대동물 반환 받아 다시 소유하거나, 다른 동물을 길러 동물학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 거듭된데 따른 개정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육금지처분이나 가처분을 통해 피학대동물이 다시 학대자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당국이 조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물판매업소에서 구매희망자가 사육금지처분 대상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절차가 구비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맹견관리 강화..수입신고, 사육허가, 기질평가위원회 제도 신설
맹견 품종 아닌 개도 개물림사고 일으키면 기질평가 거쳐 맹견 지정 가능
되풀이되는 개물림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맹견 관리 방안도 개정안에 다수 포함됐다. 맹견을 들여오기도 키우기도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맹견을 수입하려는 자가 품종, 수입목적, 사육장소 등을 농식품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맹견을 사육하려는 사람도 동물등록, 보험, 중성화수술 등을 요건으로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도지사는 맹견사육허가를 하기 전에 기질평가를 거쳐야 한다.
사육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해당 맹견이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해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결격사유가 생기면 사육허가가 철회될 수 있다. 이때 기질평가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인도적 처분(안락사)까지 명령할 수 있다.
맹견 출입이 금지되는 장소도 더 늘어났다. 기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더해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어린이공원, 어린이놀이시설에도 출입할 수 없게 된다.
맹견사육을 허가하거나 허가를 철회할 때 시행하는 기질평가는 각 시·도에 설치한 기질평가위원회에서 담당한다.
기질평가위원회는 수의사로서 동물행동·발달과정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반려동물행동지도사 등 3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특히 맹견으로 지정된 품종이 아닌 개도 사람·동물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공격성이 분쟁의 대상이 된 경우 기질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질평가 결과에 따라 맹견으로 지정될 수 있다.
다만 맹견지정 품종이 아닌 개가 개물림 사고를 일으켰다고 해도 반드시 기질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시·도지사의 재량으로 분류되어 있다.
맹견사육허가를 받지 않거나 기질평가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육포기동물 인수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제도권으로..불가피한 사유 없는 사육포기 신청은 거부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동물보호시설을 지자체장에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영리 목적 없이 유실·유기동물, 피학대동물을 기증받아 임시로 보호하는 시설이다.
이른바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셈이다.
신고대상인 민간동물보호시설은 농식품부가 향후 구체화할 시설·운영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동물학대 방지 등을 위해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설치해야 한다.
민간보호시설을 폐쇄할 경우에는 보호하고 있던 동물의 처리방안도 신고해야 한다.
민간보호시설을 신고하지 않거나, 보호소에서 동물학대가 일어나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지자체장은 해당 보호시설을 폐쇄조치해야 한다.
미신고 운영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시설·운영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는 동물학대 행위자의 사육금지처분과 관련되어 있다. 사육금지처분·가처분을 받은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할 경우 지자체장이 해당 동물을 인수할 수 있다.
일반적인 동물소유자도 자신이 사육하는 동물의 인수를 지자체장에게 신청할 수 있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인수를 신청하는 경우 등에는 지자체가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당초 사육포기동물 인수제가 제언됐을 당시 ‘합법적인 동물 유기 창구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데 따른 단서로 풀이된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 자격 도입..이르면 2024년부터 배출
동물보건사에 이어 반려동물행동지도사가 국가 자격으로 도입된다.
개정안은 반려동물에 대한 행동분석 및 평가, 훈련, 소유자 교육 등을 수행하는 반려동물행동지도사를 농식품부장관이 인정하는 국가 자격으로 규정했다.
농식품부가 시행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합격자가 아니면 ‘반려동물행동지도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명의대여 및 알선도 금지된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관련 개정 조항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이르면 2024년부터 국가공인 반려동물행동지도사가 배출될 전망이다.
▶실험동물 전임수의사 법제화..공용 IACUC 설치 근거도
개정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실험동물을 보유한 동물실험시행기관에 전임수의사를 두도록 의무화했다.
앞서 실험동물수의사는 전임수의사(AV, Attending Veterinarian) 제도화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일선 실험기관의 수의사 숫자가 적고 행정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실제로 실험동물을 관리하는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규정한 전임수의사는 실험동물의 건강, 복지증진을 위해 실험동물을 전담한다. 자격 및 업무범위는 시행령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공용동물실험윤리위원회 근거를 신설한 것도 눈길을 끈다. 개정안은 농식품부장관이 동물실험시행기관이나 연구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용윤리위를 지정·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존에는 동물실험시행기관 마다 윤리위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보니, 여러 시행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실험의 경우 어느 한 쪽에서 지도·감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이 밖에도 개정안은 당초 등록제였던 동물판매업, 동물장묘업, 동물수입업은 허가제로 격상했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설정하고 인증갱신, 재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동물 관련 정보 수집을 강화하도록 했다.
이날 국회 상임위에서 의결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이르면 연말 혹은 내년초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국회 농식품법안심사소위 위성곤 위원장은 3일 “개·고양이의 식용 금지 명문화, 등록대상동물 등록방식 (내장형) 일원화, 반려동물 범위 확대 등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관련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 시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행 47개 조항으로 구성된 동물보호법은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103개조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41개조에 불과한 수의사법보다도 훨씬 큰 법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