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동의 의무 중대진료, 가격 게시할 진료항목 어디까지?
개정 수의사법 하위법령 개정 물밑 작업..3월 의견 수렴 확대
1월 개정된 수의사법에 따라 2023년까지 수술 등 중대진료 사전설명·서면동의, 주요 진료항목 비용 게시, 공시제 등 동물병원 진료 관련 규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구체적인 적용 범위가 관심을 모은다.
이를 규정할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를 앞두고 관계기관 의견 조회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수의사회는 지난달부터 전국 지부 수의사회와 산하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관련 의견을 제출했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아직 입법예고 전으로 3월 수의사,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확대할 전망이다.
설명·서면동의 의무, 전신마취 동반한 내부장기 수술
개정 수의사법은 오는 7월부터 수의사가 수술 등 중대진료를 하는 경우 진단명, 해당 중대진료행위의 필요성, 방법, 전형적으로 예상되는 후유증·부작용, 소유자의 준수사항 등을 반드시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했다.
어떤 수술을 할 때 이러한 의무가 발생하는지는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구체화된다.
현재 논의 중인 시행규칙 개정안 초안은 ‘전신마취를 동반한 내부장기에 대한 수술’로 방향타를 잡았다. 아직 의견 조회 중인만큼 향후 입법예고안에서는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의료법도 유사한 조항(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에서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이라고 명시했을 뿐 어떤 수술인지까지는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또한 수의사법 시행규칙으로 못박힌 대상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수의사가 전신마취·수술 등에 대해 사전설명과 서면동의 절차를 철저히 진행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법원이 수의사의 설명의무를 인정하고 있는만큼, 사전설명·서면동의에 대한 증빙이 충분치 않다면 수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재진비, 백신비, 전혈구검사, 엑스레이
2023년부터는 주요 진료항목에 대한 진료비 게시의무와 공시제가 도입된다.
동물병원이 진찰, 입원, 예방접종, 검사 등의 비용을 동물소유자가 쉽게 알 수 있게 게시하도록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진료항목의 비용을 병원에 게시할 지는 수의사법 시행규칙으로 정한다.
현재 논의 중인 초안에는 초진비, 재진비, 상담료, 입원비, 개·고양이 백신비, 전혈구 검사, 엑스레이 비용 등이 담겼다.
지난해 수의사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도 정부 측이 ‘엑스레이, 진찰비 등은 별다른 표준화절차 없이 바로 게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수의사회는 엑스레이 등 검사비의 경우 판독료는 별도로 책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안에 담긴 게시방법은 사람 의원의 비급여진료비 게재방식과 유사하다. 동물병원 내부 접수창구 등에 책자, 인쇄물, 벽보, 비용검색 전용 컴퓨터 등을 두고 게시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방식으로도 갈음할 수 있는데, 홈페이지 초기 화면의 찾기 쉬운 곳에 게시하거나 배너(banner)를 통해 직접 연결할 수 있다.
진단서·검안서 발급수수료 상한액 신설
현행 수의사법 시행규칙은 처방전 발급수수료를 5천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3년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되면서 만들어진 조항이다.
당시 개정된 수의사법은 진단서·검안서·증명서·처방전의 발급수수료 상한액을 농식품부령(시행규칙)으로 전하도록 규정했지만, 이중 처방전 수수료의 상한만 정했던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발급수수료 상한액을) 수의사법에서 정하도록 했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도 상한액을 정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며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의사법이 서식을 규정한 문서는 진단서, 폐사진단서, 출산증명서, 사산증명서, 예방접종증명서, 검안서, 처방전 등 7종이다.
현재 논의 중인 초안은 검안서를 제외한 6종에 대해 1~2만원의 상한액을 두자는 형태다.
하지만 이미 일선 동물병원에서 진단서나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할 때 2만원이 넘은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가 있는 만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에서도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에 따라 제증명수수료 상한액이 정해져 있다. 일반 진단서의 경우 2만원이지만, 상해진단서·장애진단서 등 목적에 따라 더 높은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다.
수의사회는 시행규칙 상 발급수수료 상한액에 ‘진찰료·검사료 등 진료비용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발급 목적 등에 따라 기타 서류의 수수료는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한액을 산출할 근거가 명확치 않다 보니 (시행규칙 개정안 초안에) 사람 의료기관의 기준을 참고했다”며 “추가적인 조사 분석을 통해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상한액은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진료·진료비 관련 규제는 반려동물만 대상(농장동물, 야생동물 제외)
농식품부와 수의사회 모두 수의사법 개정에 따른 중대진료행위, 진료비 관련 규제 대상이 반려동물이라는데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현행 수의사법이 반려동물과 농장동물, 야생동물 등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전신마취를 동반한 내부장기 수술은 개·고양이뿐만 아니라 말 등 다른 축종에서도 시행될 수 있다. 초·재진비나 상담료, 전혈구 검사, 엑스레이 등은 더 다양한 축종에서 실시될 수 있다.
농식품부와 수의사회 측은 중대진료·진료비 관련 규제가 반려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시행규칙 내용을 협의할 방침이다.
입법예고에 앞서 오는 3월 수의사회, 소비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관련 의견 수렴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