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토) 방영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길고양이 살해 사건을 다뤘다.
이날 방송에서는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포항 시내 전역에 고양이 사체를 전시하고 경고문을 남긴 ‘김두표 사건’이 소개됐다. 김두표는 십자가에 매단 고양이 사체를 나무에 내거는 등 엽기적인 행위를 일삼았으며, 학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까지 했다. 현재 구속된 상태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특히, 고양이 살해가 사람에 대한 살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방송에서는 ‘고양이 다음은 사람’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사건들이 여럿 소개됐다.
캐나다의 루카 매그노타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고양이를 질식시키고 익사시키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상습적으로 동물학대를 하다가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 대상 범죄를 일으켰다. 2012년 한 유학생을 죽이고 사체를 훼손한 뒤 일부를 개에게 먹이고 정치 당사에 우편으로 보내는 등 엽기행각을 벌여 캐나다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3년 전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이바라키현 주택에서 40대 부부가 살해되고 어린 남매가 테러를 당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범인은 고양이 연쇄살해를 해서 고등학교를 자퇴한 오카니와 요시유키였다.
전문가들도 ‘동물학대와 사람 대상 범죄의 상관관계가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심리전문가 표창원 씨는 “모두가 그렇다고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동물학대를 하고 생명 경시 인식을 가진 사람은 사람에 대한 공격을 나타낼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그런 사례들도 있다”고 말했다.
유영철, 강호순, 정남규 등 연쇄살인범들도 살인을 하기 전 동물을 죽여 본 경험이 있었다.
숙명여대 박지선 교수(사회심리학과) 역시 “(김두표의 경우에는) 고양이에 대한 폭력성만 보이는 시기는 이미 훨씬 지났고, 고양이에 대한 공격성과 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물학대 이후 어린 딸을 죽게 만든 제보자의 사연도 소개됐다. 고양이가 자꾸 운다는 이유로 머리를 쳐서 죽인 경험이 있었던 그는 생후 8개월인 딸이 울고 보채자 쥐어박고 이불을 덮어서 죽게 했다.
제보자는 “폭력이 점점 심해지고 손에 적응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한 것처럼) 그런 행동이 (딸에게) 똑같이 또 나왔다”며 “동물이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그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모든 동물학대범이 살인범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00명의 동물학대범 중 1명이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미연방수사국 FBI가 2016년 이미 동물학대를 살인, 방화, 성폭력과 같은 강력범죄로 규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길고양이 살해 등 동물학대 범죄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미국에서 동물학대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에서도 동물학대범의 신상 공개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전달했다. 성범죄자 공개처럼 말이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수의법의학(법수의학) 전문 기관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의부검실’을 수의학계의 국과수에 해당하는 곳으로 소개했다. 최근 동물학대 사건이 잔혹해지면서 특히 고양이 사체 부검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김두표가 죽인 고양이 중 올해 발생한 3건의 고양이 사체도 검역본부에서 부검했다.
이경현 수의연구관은 검사 및 부검 결과를 소개하며 “살아있을 때 손상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둔기류에 의한 복합골절을 보인다”는 소견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