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혈견에서 헌혈견으로` 건국대 동물병원 헌혈센터 개관

헌혈견 채혈·검사·혈액제품 관리 전담 센터 국내 최초 건립..펫 앰뷸런스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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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이 KU I’M DOgNOR 헌혈센터를 18일 개관했다. 국내에 반려견의 자발적인 헌혈과 혈액관리를 전담하는 센터가 별도로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센터장을 맡은 한현정 건국대 교수는 “헌혈 기부가 환자 치료로 이어지는 것은 수의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동물윤리적·사회공익적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공혈견 대신 헌혈견, 다른 반려견 4마리 살리는 영웅

수 년 전부터 헌혈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건국대 동물병원은 2019년 현대자동차와 함께 ‘I’M DOgNOR : 찾아가는 반려견 헌혈카 캠페인’을 벌였다.

반려동물 환자를 위한 혈액제품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헌혈문화 정착 필요성에 공감하고 헌혈센터 건립을 함께 추진했다.

동물병원 진료현장에서 수혈 등의 용도로 쓰이는 혈액제품은 공혈견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대형 사육시설에서 채혈 목적의 개를 따로 키우는 방식인데다, 사육환경 문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혈액제품이 반려동물 환자의 진료에 필수적이지만, 생산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셈이다.

반면 헌혈은 반려견 보호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다. 헌혈에 참여한 반려견은 다른 반려견을 살리는 영웅이 된다. 헌혈센터 측도 ‘반려견의 헌혈 한 번이 다른 반려견 4마리를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헌영 건국대 동물병원장은 “공혈견 사육이 아닌 반려견 헌혈로 가는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면서 “동물환자의 치료뿐만 아니라 동물 윤리를 소중히 하는 건국대 동물병원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전영재 건국대 총장, 이헌승 의원,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 유원하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한정애 의원
양 옆으로는 헌혈견으로 활동하고 있는 설악이(좌)와 제임스(우)도 자리했다.
건국대 헌혈센터는 헌혈견에게 매년 1회 헌혈을 추천하고 있다.
여러 번 헌혈에 참여한 견공들은 ‘수퍼히어로’로 헌액된다.

헌혈센터 참가신청 몰려..사회공헌하며 무료 건강검진 혜택

건국대 동물병원은 물론 주변 동물병원 응급혈액 수요 대응 목표

사람 앰뷸런스 못지 않은 펫 앰뷸런스 눈길

헌혈센터는 건국대 수의대 옆 KU동물암센터 2층에 들어섰다. 채혈실과 혈액검사, 부설연구소, 보호자 대기실과 옥상 정원을 갖췄다. 헌혈견들이 대형견임을 감안해 계단에는 별도의 경사로를 설치했다.

현대자동차가 헌혈센터 건립과 헌혈 문화 확산을 위해 5년간 10억원을 후원한다. 유한양행도 센터 건립을 후원했다.

한현정 센터장은 “건국대 동물병원 의료진이 헌혈에 대해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헌혈견의 신체검사·혈액검사부터 헌혈 후 관리까지 전담하고, 부설 혈액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기존에도 건국대 동물병원은 매월 3마리 안팎의 헌혈견으로부터 정기적으로 헌혈을 진행했다. 이번 헌혈센터 건립을 계기로 헌혈 프로그램 운영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헌혈에 참여하면 건강검진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도 강점이다. 수십만원 상당에 이르는 혈액검사와 전염병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헌혈된 혈액을 다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어차피 건강상 문제가 없는지 검사해야 하는 만큼, 그 과정에서 헌혈견의 건강관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헌혈프로그램 신청은 아임도그너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다. 이미 30마리 이상의 헌혈견들의 신청이 이어지면서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동물병원도 아임도그너 홈페이지를 통해 응급 혈액 수급을 신청할 수 있다.

한 센터장은 “보호자 분들이 편한 시간을 조율해 헌혈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주변 동물병원에도 혈액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헌혈 참여가 늘어나면 건국대 동물병원에서 필요한 혈액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주변 동물병원의 응급 혈액 수요에도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아임도그너 펫 앰뷸런스 내외부

이날 현대자동차는 헌혈센터에 펫 앰뷸런스도 기부했다. 현대차가 제작하는 사람용 앰뷸런스 차량을 반려동물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펫 앰뷸런스 내부는 사람 앰뷸런스처럼 산소공급장치와 기본적인 의료기기를 갖췄다. 동물용 ICU 유닛에는 수평조절장치를 설치해 차량운행 중에도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펫 앰뷸런스는 동물 응급환자 이송은 물론 교통수단이 여의치 않은 대형견 헌혈을 돕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은 “건국대는 암센터에 이어 헌혈센터를 최초로 개설하면서 수의학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며 “헌혈센터가 많은 동물들의 생명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한정애 국회의원은 “수의사분들도 그간 수혈을 하면서도 (공혈견 문제로) 심리적으로는 불편하셨을 수 있다”면서 “건강한 반려견의 헌혈을 통해 또 다른 동물을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수의사분들께도 자부심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혈견에서 헌혈견으로` 건국대 동물병원 헌혈센터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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