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 폐업..국내 수의계에 미친 영향은?

영리법인제한 촉발했던 이리온, 역사의 뒤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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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이 영업을 종료한다. 한때 5개의 직영점을 운영했던 이리온 동물병원은 이제 1개도 남지 않게 됐다.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제한 수의사법 개정의 촉발제가 됐던 이리온 동물병원이 국내 수의계에 미친 영향을 돌아본다.

이리온 청담점은 최근 고객에게 문자를 발송하고 영업 종료 소식을 전했다.

이리온 청담점 측은 “영리법인의 동물병원을 운영을 금지하는 수의사법 개정으로 이리온 청담점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며 “모든 이리온 청담점 서비스는 10월 31일 18시까지 운영 후 종료된다”고 안내했다.

이리온 동물병원은 대한제분이 100% 출자해 만든 법인(디비에스)이 설립했다.

2011년 2월 청담점을 시작으로 송파, 대치, 일산, 상암점을 연이어 개설하며 빠르게 직영점을 5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누적된 만성 적자에 직영점이 하나씩 문을 닫았고, 2019년 1월 송파점과 청담점이 통합되며, 직영점이 1개만(청담점) 남게 됐다.

마지막 남았던 직영점(청담점)이 10월 말로 문을 닫으며, 이제 이리온 동물병원(직영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직영점이 모두 사라지는 만큼, 김포, 남양주, 용인 등에 운영 중인 가맹점(프랜차이즈)도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이리온 간판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맹점과 본사 사이에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리법인 개설제한 수의사법 개정 촉발

수의사 근무환경 개선 등 긍정적인 영향 미쳤다는 평가도

이리온 동물병원이 처음 등장했을 때 수의계는 발칵 뒤집혔다.

대기업의 진출로 개인 동물병원이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수의사들이 기업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오랫동안 동물병원협회에서 활동했던 원장들이 이리온 동물병원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제명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이리온의 등장으로 다른 대기업의 동물병원 진출이 촉발되고, 밴필드(Banfield), VCA 등 미국의 동물병원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밴필드가 국내 대학동물병원과 합작 병원 개설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이러한 우려는 결국 영리법인을 금지하는 수의사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2012년 9월 20일 영리법인 개설제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홍문표 의원 대표발의). 동물병원 개설 주체 중 하나인 ‘동물진료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을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제한하는 것이 주 골자였다.

법 통과 과정에서도 엄청난 진통이 있었다.

“현재 동물병원의 무분별한 난립 예방 및 공익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 아울러 의료법에서도 의료법인은 재단법인으로 하여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타당해 보인다”는 전문위원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정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의 반대로 2012년 11월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이 계류된 것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홍문표 의원이 “3600여 개 동물병원 중에서 대한제분(이리온) 1개만 반대하고 있다”고 하자, 오 제2차관이 “개인적으로 젊은 수의사들하고 또 영리법인을 하는 수의사들한테 의견을 좀 물어봤는데, 수의사들끼리 모여서 법인을 만들어서 영리법인을 하고 싶은데 비영리법인으로 만든다고 하면 영업활동을 오히려 제약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젊은 수의사들은 꼭 개인 동물병원을 설립할 필요성이 없고 (법인동물병원에서) 전공과목별로 진료할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한다. 여기에 영리법인을 3년 이내에 비영리법인으로 바꾸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그 사람들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이 커졌다.

격양된 분위기에서 논의는 계속 이어졌고, “로비를 먹은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유예된 법안은 설문조사, 공청회 등을 거쳐 2013년 6월에 재논의되어 의결됐다.

2013년 1월 22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수의사법 개정 관련 공청회’에는 평일임에도 1,200여 명의 수의사 및 수의대학생이 참석해 헌정기념관 개관 이래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공청회에서 나온 “후배 수의사들이 영세한 전문가란 소리는 듣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재논의 과정에서 영리법인 동물병원의 유예기간은 3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법안이 2013년 7월 30일 공포됨에 따라, 기존 영리법인 동물병원들은 2023년 7월 30일까지 비영리법인 또는 개인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법이 개정됐을 때 수의계 대부분은 법안 통과를 기뻐하고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대기업은 그렇다 해도 수의사조차 법인 동물병원을 못 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왜 수의사가 스스로 업계의 자본 유입과 투자를 막느냐? 결국, 전체 시장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런 지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리온 동물병원은 마지막까지 비영리법인 전환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영업 종료를 선택했다.

현재 외부 투자를 받아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동물병원도 행정적인 절차와 제약으로 재단법인 설립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리온 동물병원이 수의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남 최고급 입지에 병원을 개설하고, 체계적인 브랜딩을 하면서 동물병원 이미지 상승을 이끌었고, CT 등 고급장비 보급과 전공수의사 채용 및 분과 진료 문화를 전파했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2011년 당시에는 파격적인 진료수의사 ‘주5일 40시간’ 근무조건을 제시해 큰 영향을 미친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대부분 동물병원에서 1년차 수의사(인턴 수의사)에게 약 100만 원의 월급을 주며 주6일 근무를 시키던 분위기에서 이리온 등장을 계기로 임상수의사의 근무여건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이리온 동물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한 수의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과 비판에도 (이리온 동물병원에서 인턴을 한) 선택에 후회가 없을 정도의 근무여건이었다”며 “근로기준법 미준수가 당연시되던 당시 기존 동물병원의 분위기를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영리법인 개설제한을 촉발했던 이리온이 ‘폐업’을 결정함에 따라, 남아있는 영리법인 동물병원들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의사가 대표인 법인 동물병원의 경우 대부분 개인병원으로 전환이 예상된다. 유예기간 종료까지 남은 기간은 단 8개월이다.

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 폐업..국내 수의계에 미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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