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봉사는 주로 사설보호소에서 이뤄진다.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보다 일반적으로 사설보호소의 환경이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사설보호소보다도 못한 위탁 동물보호센터도 일부 있지만 말이다).
유기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은 수의사들의 동물의료봉사를 비롯해 미용봉사, 산책봉사, 청소·시설개선 등 일반봉사로 구성된다.
그런데, 유기동물보호소 봉사단체가 늘어나면서 일부 사설보호소에 봉사활동이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사설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간 단체는 의료봉사, 청소, 산책봉사와 함께 겨울 준비를 위한 바닥 마사토 작업을 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얼마 전에 다른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와서 마사토 작업을 끝낸 것을 확인했다. 해당 단체는 어쩔 수 없이 마사토 작업 외에 청소 등 다른 봉사활동을 펼쳤다.
후원도 일부 보호소로 쏠리고 있다.
올해 초 경기도 지역의 한 사설보호소에서 실시된 동물의료봉사활동에서는 의료봉사뿐만 아니라, 사료 회사의 사료 기부도 진행됐다. 그런데, 사료를 옮기던 봉사원들이 약간 황당한 상황을 맞이했다. 이미 각 단체와 회사로부터 후원받은 사료가 넘쳐났고, 그중 상당수의 사료가 유통기한이 지난 채 썩어있던 것이다. 결국, 봉사원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사료를 버리고, 새로운 사료를 전달했다. 한 봉사단원은 “(유통기한이 지난) 이 사료들이 다른 보호소로 전달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일부 보호소에 봉사활동이 중복되고, 후원받은 제품이 넘쳐나 버리게 되는 상황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사회공헌 차원에서 유기동물 봉사·후원을 진행하는 단체와 회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설보호소는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애니멀호더 성격을 띤 사설보호소의 경우 폐쇄적 성향으로 외부인의 방문을 꺼리고, 자원봉사의 손길을 거부하기도 한다.
결국, 봉사·후원을 하고자 하는 단체들은 잘 알려져 있으며, 방문을 환영하는 곳으로 몰리게 된다. 더군다나 이런 보호소는 자체 SNS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봉사 홍보 효과’도 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설보호소의 빈익빈 부익부가 점차 가속화되는 상황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일부 보호소 소장은 ‘갑’이 되어 봉사단체나 후원단체를 ‘을’ 취급하며 과도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봉사와 후원의 손길이 끊이지 않으니 고마움보다 당연함을 느끼는 듯하다.
이런 상황을 신고제 도입을 계기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올해 동물보호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내년 4월 사설보호소 신고제(민간동물보호시설의 신고제)가 시행된다. 정부가 정한 일정 규모의 이상의 사설보호소는 내년 4월 말부터 정부에 신고를 하고 운영해야 하며, 정부는 신고된 사설보호소(민간동물보호시설)의 환경개선 및 운영에 드는 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논란의 여지도 있고, 현실성에 대한 지적도 많지만 어쨌든 사설보호소의 제도권 편입(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도입)은 확정됐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를 계기로 전국 사설보호소의 현황과 보호소별 상황이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개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자료를 기준으로 ‘낭비 없이’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한 봉사활동과 후원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