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호소 연평균 운영 비용 1억 4천만원…기부금 52% 자부담 41%
국경없는 수의사회 심포지엄에서 사설보호소 운영 실태조사 결과 공유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대부분 열악하게 운영되는 보호소의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며 “신고제를 시행하면 신고하지 않고 더 음성적으로 운영하는 사설보호소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사설보호소는 어떤 상황일까?
조윤주 서정대 교수(사진)가 20일(일) 열린 국경없는 수의사회 심포지엄에서 정부의 승인을 받고 ‘2022년 민간동물보호시설 운영실태조사’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조 교수는 플로리다수의과대학에서 shelter medicine(동물보호소 수의학)을 공부했다.
정부가 파악한 전국의 사설보호소(민간동물보호시설)는 총 136개다. 서울 18개, 경기 35개, 충남 10개, 경남 11개, 전남 19개, 제주 5개 등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다. 이 중 95개 시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개인 54.7%, 비영리법인 27.4%, 비영리민간단체 17.9%
95개 시설 중 52개(54.7%)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비영리법인(26개), 비영리민간단체(17개)도 있었다. 주로 개·고양이를 모두 돌보고 있었으며, 개만 보호 중인 곳이 23.2%, 고양이만 보호 중인 곳이 12.6%였다.
종사자 수는 1인이 42.1%, 2~4인이 41.1%였다. 사설보호소의 83% 이상이 5인 이하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보호소가 정부 조사에 응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사설보호소가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평균 운영비용 1억 4천만원…동물관리비 1위, 인건비 2위
운영비 절반은 기부금으로 충당
95개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의 연평균 총 운영비용은 1억 4052만원이었다. 동물관리비가 6,756만 6천원(48.1%)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인건비(28.4%), 시설유지비(19.4%)가 이었다.
운영비의 약 절반(52%)은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사설보호소가 기부금으로 큰 부를 축적한다’는 의혹도 제기되지만, 현실은 달랐다. 보호소 소장의 개인 자부담도 41.1%를 차지했다.
조윤주 교수는 “시설의 수입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동물의 수를 줄이는 등 지출을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민간동물보호시설 운영이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운영자 개인의 자본과 노동력을 당연시하고 외부로부터 수익에 부정적인 시각이 생기지 않도록 대중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보호소 소장의 자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사설보호소의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동물위탁관리업(호텔링)·동물미용업 등의 영리활동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호소 소장들도 ‘운영경비 부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뽑았다.
물론, 동물생산업·동물판매업은 유기동물 보호·분양이라는 목적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평균 입양비는 11.4만원…일부 보호소 “입양 안 보내”
사설보호소의 48.4%는 보호동물을 입양 보낼 때 입양비를 받고 있었다. 평균 입양비는 마리당 11.4만원이었다(10~20만원 63%). 반면, 입양비를 받지 않는 곳도 42.1%였으며, 95곳 중 9곳(9.5%)은 입양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안락사 동의 46.3% 비동의 53.7%
보호동물의 수의학적 관리(복수응답)에서는 “동물병원으로 내원한다”는 응답이 93.7%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동물병원 수의사의 왕진(22.1%)이었다. “의료봉사에 의존한다”는 응답도 7.4%에 달했다.
조윤주 교수는 “민간동물보호시설 보호동물의 질병예방, 치료, 인도적인 처리를 할 수 있는 수의학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수의과대학 등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95개 사설보호소 중 44개(46.3%)는 안락사에 동의했지만, 51개(53.7%)는 안락사에 동의하지 않았다. 동물 사체는 동물장묘시설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중성화수술 시행 97.9%, 동물등록 시행 59.0%
조사에 응한 사설보호소 대부분은 중성화수술을 시행하고 있었다(95개 중 93개). 중성화수술을 시행하는 보호소 중 73.1%는 보호동물 모두를 중성화한 상태였다.
동물등록을 시행하는 곳은 59%(49개)였다. 조 교수는 “보호 중인 모든 동물을 중성화해야 하고 시설에서 내장형으로 동물등록을 한 뒤 입양 시 변경신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0%는 미신고 시설, 한 케이지에 10마리 이상 합사하는 경우도 有
건물 구조의 경우 컨테이너(조립식주택)가 가장 많았다. 조사 시설 중 40%는 미신고된 건축물이었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시행에 앞서 시설 관리 방법 모색이 필요하다.
케이지 형태는 바닥장이 가장 많았으며(79.7%, 중복응답 허용), 케이지당 평균 마릿수는 1.8마리였다. 1마리가 60.9%, 2~4마리가 34.8%, 5~9마리가 2.9%, 10마리 이상이 1.4%였다.
한 공간에 합사하는 동물의 최대 마릿수 평균은 개 8.9마리, 고양이 10.3마리였는데, 10마리 이상을 합사한다는 응답은 각각 32.5%, 35.6%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부는 ‘엄격한 기준을 만들어 신고하지 못하는 보호소를 없애자’는 것보다 ‘신고한 민간 보호소에 필요한 것을 지원하자’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실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에 따라 정부·지자체는 신고한 민간보호시설의 환경개선 및 운영에 드는 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신고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신고 기준(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이 현실성 있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조사의 목적도 신고제의 기준을 잘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조 교수는 ▲보호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 결핍에 노출된 경우 ▲보호 공간이 현저히 좁은 경우 ▲보호동물이 혹서, 혹한 등에 그대로 노출된 경우 ▲보호동물의 고통, 상해, 질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 ▲보호동물이 쉬거나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 ▲보호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 ▲합당한 사유 없이 외부에 시설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보호·판매하는 경우는 민간동물보호시설로 불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4월 전면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시행된다. 제도 시행이 5개월 남은 현재까지 신고를 해야 하는 보호소의 기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