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수의대 전과만 문제? 수의대 편입학 제도도 돌아봐야
2023년 수의대 편입학 모집 정원 81명으로 대폭 증가
전북대학교가 수의학과 전과생 4명을 모집한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의대 편입제도까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학년도 편입학 공고를 취합한 결과,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은 총 81명의 편입생을 선발한다(일반편입 66명, 학사편입 15명). 역대 최대 수준이다.
안태준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 교육정책국장에 따르면, 수의과대학 편입학 모집 정원은 2014년부터 2020명까지 29~35명 사이를 유지했으나, 2021년 38명, 2022년 56명에 이어 2023년 81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안태준 국장은 편입한 모집 정원이 증가한 이유로 비대면 수업에 따른 휴학·자퇴생 증가, 현역 입대 증가, 열악한 수의사 대우에 따른 이탈(타 전문학과 도전) 등을 꼽았다.
편입학 모집 정원이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우려와 선발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증가하고 있다.
우선, 편입생 T.O의 증가로 편입생의 전반적인 수준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에는 편입생 T.O가 매우 적다 보니 수준 높은 양질의 학생이 선발됐지만, T.O가 늘어나면서 편입생의 실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여러 수의대의 일정이 겹치며 실 경쟁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내년 편입학 모집의 경우 경북대, 경상국립대, 제주대 수의대의 일정이 겹치는데(1월 27일), 이에 대해 “경북대 30명, 경상국립대 50명, 제주대 70명 등 1차 선발인원이 정원의 3~8배나 되지만, 겹치는 일정으로 구멍이 생기며 실 경쟁률이 1:1~2:1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낮은 실 경쟁률 때문에 수준이 낮은 학생이 합격하게 되면 수의대 학사 분위기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편입준비생은 “수의과대학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편입준비생 입장에서 (학교별로) 일정이 겹치지 않길 바란다”며 “각 수의대에서도 더 많은 학생을 면접 보면 더 좋은 학생을 선발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일부 수의과대학에서 객관적인 시험·논술 평가 없이 서류(학점, 영어성적)와 단순 면접으로 편입생을 선발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한다.
편입준비생 대부분이 높은 공인어학 점수를 보유하고 있고, 국립대 편입학 면접 때 전적대가 블라인드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험 없이 학점·영어성적으로 편입생을 선발할 때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학교에서 좋은 학점을 받은 학생이 수준 높은 대학 출신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게다가 학점, 영어점수만 보는 1차 서류평가를 도입하는 수의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정 학교는 수의학 관련 지식 없이 몇 개월만 준비해도 편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편입을 통해 수의대에 입학한 한 학생은 “전북대 전과 논란이 생겼고 올해 수의대 편입학 정원도 매우 많은 만큼, 수준 높은 학생이 공정하게 선발될 수 있도록 수의계 전체에서 수의대 편입학 제도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태준 수대협 교육정책국장 역시 “수의대 편입학 제도는 좀 더 공정하고 투평하게 평가하는 제도로 변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