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의사회장 선거, 첫 직선제보다 참여율 낮고 회비납부 줄었다

의사·약사보다 낮은 납부율, 그나마 임상회원에 집중..경기도만 납부율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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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직선제를 치른 대한수의사회의 선거 참여도는 다소 떨어졌다. 유권자 대비 투표율은 70%로 여전히 높지만, 회비납부율이나 신고자 대비 투표율 등 주요 지표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수의사회원의 회비납부율은 신고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사·약사에 비해서도 낮다.

중앙회는 회비 인상, 납부 미흡 산하단체의 자격 검토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회비납부율 현황 및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약사보다도 낮은 회비납부율

2020년 첫 직선제 이후 3년 동안 수의사 1,600여명이 새롭게 배출됐다. 하지만 유권자가 그만큼 늘지는 않았다. 지난달 열린 제27대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의 유권자는 7,679명으로 지난 선거에 비해 506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투표자는 오히려 줄었다. 이번 선거 투표자는 5,390명(무효표3 포함)으로 지난 선거(5,759명)보다 369명 감소했다. 유권자 대비 투표율도 70.2%로 9.5%p 감소했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미신고자·사망자·재외거주자를 제외한 국내 수의사 수는 17,534명으로 파악된다. 수의사 10명 중 3명만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대한수의사회장 선거의 유권자가 되려면 최근 3년간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수의사회에 관심 있는 회원이 얼마나 많은 지 3년마다 측정되는 셈이다.

선거권 획득을 기준으로 한 회비납부율은 이번 선거에서 43.8%에 그쳤다. 지난 선거는 52.4%로 가까스로 절반을 넘겼지만, 이번에는 절반선이 무너졌다.

이러한 회비납부율은 의사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1년 3월 치러진 제41대 의협회장 선거의 의사 유권자는 48,969명이다. 의협회장 선거의 투표권은 직전 2년간 중앙·지역회비를 완납한 회원들에게 주어진다.

통계청이 조사한 당해 1사분기 기준 의사 총인원수가 108,613명으로 집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비납부율은 45%로 추산된다. 이번 대수회장 선거의 회비납부율보다 조금 높다.

약사의 회비납부율은 훨씬 높다. 같은 해 12월에 치러진 제40대 대한약사회장 투표의 약사 유권자는 35,160명이다. 통계청 기준 당시 전체 약사(40,388명)의 87%가 유권자로 참여했다.

강원·호남·제주 납부율 큰 폭 감소..최하는 서울

유일하게 나아진 지부는 경기

전체 회비납부율이 3년 전보다 감소한만큼 지부별로도 대부분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강원, 세종, 광주, 전북, 전남, 제주지부는 3년 전보다 10%p 이상 회비납부율이 하락했다. 3년 전에는 호남·제주 지역 지부장이 후보로 출마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의 감소세다.

3년 전보다 회비납부율이 나아진 곳은 경기지부가 유일하다. 경기지부의 회비납부율은 51.8%로 3년 전(50.3%)보다 소폭 상승했다.

이번 선거의 회비납부율을 지부별로 비교하면 서울이 가장 낮았다(29.4%). 서울은 3년 전에도 가장 낮았다.

임상회원에 비해 회비 납부가 저조한 수의관련산업 종사자나 비근로자가 서울에 많다는 구조적 한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도 임상회원이 많지만, 원장 대비 회비납부율이 낮은 진료수의사 비중이 높은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임상회원 회비납부율 63.5%

중앙직 공무원·공방수는 외면..한 자릿수 그쳐

직역별로는 임상수의사가 가장 높은 회비납부율을 보이는 경향이 유지됐다. 임상수의사의 회비납부율은 63.5%에 달해 평균을 상회했다.

임상회원은 각종 수의사 관련 정책·규제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데다, 회비를 납부해야 연수교육 이수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상 다음으로 많은 수의사들이 종사하는 공직 분야의 회비납부율은 33.3%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농식품부·검역본부·식약처 등 중앙직 수의직 공무원의 회비납부율은 8.8%에 그쳤다. 3년 전(13.2%)보다도 더 떨어졌다.

그나마도 지방직 수의직 공무원의 회비납부율은 평균 40%가 넘는다. 지부수의사회와 관청이 가축방역 등에서 협력하는 강원, 충남, 전북, 경남 등지에서는 60% 이상의 납부율을 기록한다.

반면 서울은 수의직 공무원 112명 중 단 8명만이 유권자였다(7.1%). 중앙직 공무원보다도 더 저조한 셈이다.

공중방역수의사도 회비 납부를 외면하고 있다. 3년 전에는 28.6%로 중앙직 공무원보다는 훨씬 높았지만, 이제는 8.8%로 동률을 이뤘다. -19.7%p의 낙폭은 직역들 중 가장 컸다.

 

회비는 대수 예산의 13% 그쳐

중앙회비 인상, 미흡 산하단체 자격박탈 거론

의협은 회비 납부율 상향 방안 정책 연구도

3일 열린 대한수의사회 중앙회 이사회에서도 회비 문제가 거론됐다.

올해 책정된 회비 수입 예산은 8억원으로 전체 예산(60억원)의 13%에 그쳤다. 여기에 회관임대수익을 합해도 10억원 정도다. 현재 사무처의 인건비·운영비마저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수익을 위해서라도 연구용역이나 교육사업을 필요한 실정이다. 이들 사업이 수의대생 농장동물 임상교육지원이나 동물보건사 시험 운영 등 수의계에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대수의 업무 역량이 분산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지부-중앙회, 지부-지부 사이의 회비 배분도 숙제다. 회원이 많거나 별도 사업체를 운영하는 일부 지부를 제외하면 정직원 1명을 두기도 빠듯한 지부도 많다. 중앙회에서는 지부가 처리해야 할 단순 민원까지 담당하고 있다는 어려움도 호소한다.

우연철 사무총장은 “중앙회를 운영하는 기초비용은 회비와 회관수입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의사회가 아직 젊은 직원이 많고 성장해야 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도 예산안에서 연구용역 등 외부사업비를 제외하고, 수의사회 자체 인건비와 사업비 등을 합치면 약 18억원선이다. 이를 회관·회비수익으로 마련하려면 회비납부액이 2배로 늘어야 하는 셈이다.

허주형 회장은 “새 집행부에서 중앙회비 인상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직역의 회비 납부가 저조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대수 산하단체인 실험동물수의사회, 공중방역수의사협회가 10%대의 낮은 회비납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여러 이사진이 문제를 제기하자 허주형 회장은 “(실험동물수의사회 및 공중방역수의사협회) 집행부에 심각성을 전했다”면서 “올해 회비 납부 추이를 지켜본 후 그래도 10%대에 그친다면 산하단체 박탈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한의사협회 회비납부율 추이
(자료 : 대한의사협회지 ‘ 대한의사협회 회비 납부율 향상 방안’)

이와 관련해 많은 회원들이 회비를 내고 회무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려면 보다 면밀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 의협 회비 납부 현황과 저하 요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연구를 실시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지 2022년 8월호에 실린 ‘대한의사협회 회비 납부율 향상 방안’ 특별 기고에 따르면, 의사협회 회비(중앙회비) 납부율은 2006년 이후 6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수의사회의 납부율보다 높은데도, 젊은 의사들의 회비 납부가 저조하고 의료기관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한 추후 납부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의협의 역할에 대한 불만이나 체감할 수 있는 인센티브 부족, 미납에 대한 불이익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시도 지부회비와 중앙회비를 분리해서 납부할 수 없다는 문제도 수의사회와 유사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진은 ‘의협의 역할 즉 회무 및 정책 추진 성과(과정 포함)를 회원에게 좀 더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실질적으로 회비에 상응하는 만큼의 인센티브가 주어져야만 회비 납부율이 제고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수의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한수의사회장 선거, 첫 직선제보다 참여율 낮고 회비납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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