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쇠오리 위해 마라도 고양이 반출 적절한가? 단체 기자회견 열려
동물자유연대 중심으로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 구성
마라도에서 뿔쇠오리와 고양이를 둔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분위기다.
동물자유연대가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을 조직하고 21일(화)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행동에는 21일까지 총 37개 단체가 동참했다.
전국행동 측은 “뿔쇠오리를 포함한 마라도 야생생물 보호에 뜻을 같이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에 동의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몰살당할 위협이 있는 고양이에 대한 보호 대책도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화재청이 고양이가 뿔쇠오리 개체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합당한 자료도 없이 고양이의 생명을 위협할 중대한 조치를 강행하려 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반출한 이후의 적절한 보호 조치가 없으며, 사실상 몰살될 것이라는 게 전국행동의 판단이다.
지난달 문화재청이 ‘마라도에 사는 고양이의 대대적인 포획 계획’을 세웠다가 큰 논란이 됐다.
문화재청이 고양이 포획 계획을 세운 이유는 고양이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포획한 고양이는 입양, 타 지자체 양도할 계획이었다.
뿔쇠오리는 전 세계에 단 5~6천 마리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이고, 우리나라에 섬에 300~400쌍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마라도는 뿔쇠오리가 서식하는 세계 유일의 유인도다.
특히, 2016년 환경부가 발표한 ‘철새양자회의국가보고서’에 뿔쇠오리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고양이’가 꼽혔고, 2019년에는 서울대 산림과학부 대학원에서 관련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논문에서는 “주인이 없는 들고양이는 안락사 혹은 외부 반출을 해서 뿔쇠오리에 대한 포식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국행동 측은 ‘뿔쇠오리 멸종에 마라도 고양이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뿔쇠오리는 번식할 때를 제외하면 육지에 오르는 일이 없이 생애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고, 접근이 힘든 바위 절벽 틈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고양이 보다는 다른 동물에 의한 요인이 더 클 것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당시 마라도 고양이 개체수는 130여 마리로 추정됐으나, 세 차례의 중성화 사업이 이후 현재는 50~70마리로 추정된다”며 “고양이로 인한 조류의 위협 수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생태계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데 고양이만 뿔쇠오리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 보고 제거하면 된다는 방식은 지나치게 일차원적인 접근”이라며 “자연 상태에서 쥐를 방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양이를 반출할 경우 쥐로 인한 피해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뿔쇠오리를 비롯한 조류 보호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요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