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백신, 유럽발 변화 오나..한국은 신중론 무게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서 고병원성 AI 백신 집중 논의..국내도 해외동향 파악·민관 논의
H5N1형 고병원성 AI가 유럽·북미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면서 백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2021년 이후에만 74개국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보고됐다.
포유류로의 전파 위험도 부담이다. 페루에서 H5N1형 AI에 감염된 바다사자가 대량으로 폐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1일 파리에서 제90차 총회를 개막한 세계동물보건기구의 모니크 에르와 사무총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고병원성 AI 백신에 대해 토론할 때’라고 지목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는 현지 시각 22일(월) 동물보건포럼을 열고 백신을 포함한 고병원성 AI 대응전략을 논의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식량안보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동물을 살처분하지 않도록 대안적인 질병통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백신 필요성을 시사했다. 15일 가금육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에서도 야생조류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유럽에서 고병원성 AI 백신 도입을 서두르는 곳은 세계동물보건기구 본부가 위치한 프랑스다.
오리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검토 중인데, 기존에 중국 등에서 사용하던 AI백신과 달리 야외주·백신주 감별(DIVA)이 가능한 백신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 2023 춘계학술대회에서도 고병원성 AI 백신이 거론됐다.
이날 학회에 참석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 겨울 한국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일본·유럽 등에서 워낙 피해가 컸다”며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 유럽이 고병원성 AI 백신사용을 거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직 두고 보는 단계라고 전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올해 초부터 각국 외교라인을 통해 고병원성 AI 백신 관련 정보를 수집, 최근 국내 민·관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여기에서도 ‘해외 상황을 지켜보자’는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만한 백신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오리에서의 백신 효과가 아직 불투명한데다, 프랑스에서 검토 중인 오리 백신이 육용오리 위주인 국내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에서 시험 중인 백신도 오리에서 효과가 불완전하다 보니 2회 접종이 요구되는데, 푸아그라 생산용으로 오래 기르는 프랑스와 달리 6주면 출하하는 육용오리에서는 애초에 2회 접종이 어렵다는 얘기다.
한 가금업계 관계자는 “고병원성 AI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축소하면서 백신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면서 “유럽에서 백신을 쓴다고 해서 한국에 바로 도입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