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 만든다..수의사회 TF 첫 회의
임신·수유묘 수술 대상 지정문제 다시 도마 위..6월 말까지 초안 도출
대한수의사회가 길고양이 TNR의 수술 가이드라인 작성에 나선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 TF(위원장 김재영)는 1일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달 말까지 수술 가이드라인 초안을 작성하고, 농식품부 고시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의 개정 필요사항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영 위원장은 “고양이의 생명을 중심에 두고,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수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농식품부는 3월 길고양이 TNR 관련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대한수의사회 주관으로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TNR에 참여하는 수의사에 대한 교육 의무화, 우수병원 추천 등 수술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수는 지난달 김재영 대수 동물복지위원장을 중심으로 중앙회·시도지부·산하단체 추천으로 TF를 구성했다. 각지에서 TNR에 참여하고 있는 원장들과 관련 연구경력이 있는 조윤주 VIP동물의료센터 기업부설연구소장,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장이 참여했다.
TF 첫 회의였던 이날 수술 대상 개체 지정문제부터 도마에 올랐다. 체중 2kg, 임신묘, 수유묘를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다.
이는 지난해 대수 지부장협의회를 중심으로 TNR 보이콧까지 거론됐던 이슈다(본지 2022년 2월 11일자 `실효성 없는 길고양이 TNR 중단하라` 수의사회, 고시 개정 촉구 참고).
현행 고시는 체중 2kg 미만이나 수태 또는 포유가 확인된 개체는 즉시 방사하도록 하고 있다. 외관상 수태·포유가 확인되면 방사하고, 정확히 알 수 없는 채로 마취했다면 수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포획된 개체는 임신·수유 중이라도 수술하되, 수유중인 개체는 방사시점을 앞당기거나 임신 개체는 회복기간을 더 부여하는 등 해당 개체의 건강을 지키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해외사례를 지목했다.
현장에서도 캣맘들로부터 ‘임신했지만 수술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거론됐다. 한 번 포획된 개체를 풀어줬다가 다시 잡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반복되는 임신·출산은 길고양이 복지를 크게 저해한다.
이날 첫 회의에서 결론을 도출하지 않았지만, TF가 마련할 가이드라인에 수술 대상 개체 지정문제가 포함될 전망이다.
김재영 위원장은 “(TNR과 관련해) 수의사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인만큼 기본적인 설비나 프로토콜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야 한다”면서 “선의로 TNR에 참여하는 동물병원에 대한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준 이하의 설비나 수술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수의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TNR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은 가이드라인이 자칫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임신 여부를 보다 정확히 진단하거나, 전염성 질환을 체크하는 것도 현재는 TNR 사업예산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들이는 중성화 수술비용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TNR 수술단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현재로선 동물병원이 결과를 전부 책임질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동물병원을 공격한다”고 토로했다
TF는 길고양이 TNR을 실시하는 동물병원의 수술환경부터 수술 대상 개체 지정, 수술 전 준비사항, 마취, 수술법, 수술 후 준수사항 등을 포함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기존 연구와 해외사례를 포함한 자료를 취합해 가이드라인 내용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