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무원 수의사, 임상수의사보다 직무스트레스 높다
15년 차 임상수의사 김무석 원장, 수의사 직무별 스트레스 연구
가축방역관 등 공직수의사 기피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는 가운데, 공무원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가 임상수의사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수의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최신 연구 결과다.
15년 차 임상수의사인 김무석 원장이 최근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가 심리적 소진에 미치는 영향 : 성별과 진료직무의 조절 효과’ 논문을 발표했다(상담 및 임상심리전공 석사논문).
김 원장은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 수의사가 경험하는 직무스트레스와 심리적 소진의 관계와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탐색하고 그 관계성을 검증했다.
특히, 소동물 임상수의사뿐만 아니라 대동물 임상수의사, 비임상수의사(공무원, 기타(제약회사, 군인 등)) 등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를 직군별로 비교·연구한 것이 특징이다.
김무석 원장은 “국내 수의사들의 스트레스나 소진에 관한 논문이 거의 없기에 연구를 시작했다”며 “공무원 수의사로 9년을 근무하다가 퇴직한 아내를 옆에서 봤을 때 임상수의사인 나와 다른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것을 느꼈고, 직군별로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조사에는 총 234명의 수의사가 참여했다(소동물 임상수의사 117명, 대동물 임상수의사 21명, 공무원 수의사 79명, 기타 17명).
수의사 직무스트레스, 일반 국민보다 ‘상당히 높은 편’
공무원 수의사 직무스트레스, 임상수의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의사가 경험하는 직무스트레스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한국인 직무스트레스 측정 도구(KOSS)를 이용해 파악한 수의사의 총점은 평균 98.36점으로 기존 연구(이종목, 2008)에서 보고된 ‘높은 직무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총점 평균값(남자 56.6점, 여자 56.7점)’ 보다 훨씬 컸다.
직군별로는 비임상 수의사가 임상수의사보다 평점이 높았으며, 특히 공무원 수의사의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수의사는 직무스트레스 하위변인 중 직무자율성 결여, 직업불안정, 보상부적절, 직장문화, 조직체계에서 유발되는 스트레스가 임상수의사보다 높았다. 심리적 소진의 하위변인에서도 정서적 탈진과 성취감 결여 변인이 다른 세 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단, 물리적 환경의 경우에는 대동물 임상수의사가 다른 세 집단에 비해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다.
근무 경력과 주당 근무 시간에 따른 분석에서도 몇 가지 특성이 확인됐다.
직무요구에 대한 스트레스의 경우, 6~10년간 근무한 집단이 16년 이상 근무한 집단에 비해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직무자율성 결여는 5년 이하의 집단이 16년 이상 집단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직업 불안정에 의한 스트레스는 5년 이하로 근무한 집단에 비해 6~10년 근무한 집단이 더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다.
주당 근무시간을 세 집단(40시간 미만, 40시간 이상 52시간 미만, 52시간 이상)으로 나눠서 비교했을 때, 직무요구와 비인격화 항목에서 52시간 이상 일하는 집단이 40시간 미만 일하는 집단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를 진행한 김무석 원장은 “기존의 소동물 임상수의사 대상 연구와 달리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의사들이 경험하는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무원 수의사들의 높은 이직률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잘못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데, 이 연구를 통해 공무원 수의사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본질적으로 바라보고, 수의사의 직무 분야에 적합한 심리적 소진 예방 프로그램이 개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